영국을 대표하는 록밴드 오아시스를 이끌었던 노엘 갤러거(52)는 거침없는 독설가로 유명하다.
2009년 오아시스 해체 후 결성한 밴드 `노엘 갤러거 하이 플라잉 버즈`(Noel Gallagher`s High Flying Birds) 내한공연을 위해 한국에 온 그는 한국 팬들에 대한 애정도 화끈하게 표현했다.
2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호텔에서 만난 그는 "한국은 가장 공연하고 싶은 나라 중 하나"라며 "좀 더 일찍, 오아시스가 전성기일 때 오지 않은 것을 후회하게 한다"고 한국 팬들을 치켜세웠다.
그는 "아직 한국에서 공연하지 않은 밴드들에 늘 한국에 꼭 가라고 이야기한다. 한국인들은 위대한 정신을 가지고 있고, 굉장히 정서적인 깊이가 깊다. 대단하다"며 `크레이지`를 연발했다.
노엘 갤러거와 한국 팬들은 서로 각별한 지지를 보내왔다. 오아시스는 2006년 첫 내한공연을 가졌고, 노엘 갤러거 단독 내한공연도 여러 번 했다.
이번 공연은 지난해 8월 내한공연에 이어 9개월 만이다. 공연은 애초 19일 한차례 열릴 예정이었으나 매진으로 20일 공연이 추가됐다.
19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공연에서 갤러거는 오아시스의 노래 `리브 포에버`(Live Forever)를 즉석에서 들려줬다. 애초 공연 계획에는 없던 곡이었다. `깜짝 선물`에 팬들은 `떼창`으로 답했다.
갤러거는 "라이브 공연에서 평소 잘 하지 않는 곡인데 한국 팬들을 위해 불렀다"며 "일본팬들이 삐칠 수도 있겠다"고 웃었다.
팬들은 29일인 갤러거의 생일을 축하하는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그는 "어쩌다 생일 즈음에 한국에 온 것이 세 번째라서 사람들이 오해할 수도 있겠다"며 "너무 좋고 고맙다. 한국 팬들 아니면 그 누구도 내 생일을 신경 쓰지 않을 것"이라고 고마움을 표했다.
4천300여명의 팬이 모인 이날 공연에서 갤러거는 최근 곡인 `블랙 스타 댄싱`(Black Star Dancing)부터 `원더월`(Wonderwall), `리틀 바이 리틀`(Little by Little), `토크 투나잇`(Talk Tonight) 등 익숙한 오아시스 곡까지 열창했다.
그는 여느 팝스타들처럼 친절하게 애정을 표하지는 않았지만, 무심한 듯 한마디씩 던지는 인사와 손짓만으로 팬들과 통했다. 이날 공연에는 열성적인 10대와 20대 젊은 팬들도 많았다.
갤러거는 "내가 20살에 만든 노래를 30여년 후 한국의 18세 소녀가 따라 부르면서 운다는 게 정말 놀라운 일"이라며 "내가 쓴 노래에 시간을 초월하는 특별한 뭔가가 있는 것 같은데 그게 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오아시스는 브릿팝의 부흥을 이끌며 `제2의 비틀스`라는 찬사를 받았다. 노엘 갤러거는 보컬과 리드 기타를 담당했으며 오아시스 히트곡 대부분이 그의 작품이다.
그에게 영국 BBC가 `21세기 비틀스`라고 칭한 방탄소년단(BTS)과 K팝에 관해 묻자 "BTS 모른다. K팝은 무슨 시리얼 이름 같다"고 했다.
월드투어 중인 BTS는 다음 달 1~2일 대중문화의 성지로 불리는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공연한다.
이를 들은 갤러거는 "한국 보이밴드가 웸블리에서 영국인들을 대상으로 한국어로 공연하는 게 맞냐"고 되물으며 "무슨 일이냐. 말도 안 된다. 나도 가봐야겠다"며 놀라워했다.
갤러거는 요즘 팝 음악계에 대한 불만도 거침없이 털어놓았다.
그는 "내가 어렸을 때는 TV 채널이 3개뿐이었는데 요즘은 10대들이 할 게 많아졌고, 스트리밍 서비스로 들으니 음악에 대한 애착도 떨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업계도 예술적인 청사진보다는 어떤 음반이 돈이 되는지 보고 우르르 그리로 몰려간다"며 "요즘 차트의 음악은 다 똑같다. 비욘세든 마돈나든 노래하는 스타일은 다르나 음악은 비슷하다"고 꼬집었다.
오아시스 재결합 계획에 대한 질문에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오아시스를 떠나야 할 때도 두렵지 않았고 어떻게든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며 "올해 새로 나올 음악들은 `블랙 스타 댄싱`보다 훨씬 더 멀리 나아가 더욱 새로운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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