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아니라는데…부자들 "금·달러 일단 사고보자"

입력 2019-05-26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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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금 판매량이 급격히 불어나고 달러에도 돈이 몰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시장 불안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진 데다 리디노미네이션에 대한 근거없는 소문까지 더해져 영향을 미치고 있다.

◇ 골드바 판매 급증..5월들어 100억 원 돌파
26일 은행권에 따르면 골드바 판매액을 공개하지 않기로 한 신한은행을 제외한 주요 시중은행 4곳(KB국민·우리·KEB하나·NH농협)의 지난 22일 현재 5월 골드바 판매액은 107억4천만원으로 집계됐다.
골드바 월간 판매액은 지난해 12월 26억8천만원에서 올해 1월 24억6천만원으로 소폭 줄었다가 2월 32억9천만원, 3월 37억1천만원으로 늘었고 4월 들어서는 81억7천만원으로 뛰더니 이번 달에는 22일 기준으로 이미 100억원 선을 돌파했다.
금 거래량도 불어났다.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이번 달 일평균 금 거래량(24일 기준)은 33.6kg으로 3월 17.2kg, 4월 22.0kg보다 대폭 늘어났다.
민간 금 유통업체인 한국금거래소도 골드바 판매량이 4월 177kg을 넘었고 이번 달에는 220kg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 성장세 둔화, 무역분쟁 격화 등으로 불안 심리가 커진 데다 리디노미네이션 이슈가 가세해 골드바 인기가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달러화의 인기도 커졌다.
시중은행 5곳(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의 달러화 정기예금은 이달 22일 기준 129억2천700만달러로 한 달 전보다 6천400만달러 증가했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에 더해 지난달 말부터 원/달러 환율이 상승 흐름을 보이자 달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정우룡 신한PWM방배센터 PB팀장은 "국내 경기가 불안하고 무역갈등이 있다 보니 안전자산 선호 분위기가 나타나 달러와 금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정 팀장은 다만 "최근 환율이 급등한 만큼 원/달러 환율이 조정을 받은 이후 달러화 보유 비중을 늘리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서상원 우리은행 자산관리컨설팅센터 부부장은 "고령층 고객은 다소 불안해하거나 금융자산보다 현물을 보유하는 게 낫지 않느냐는 의견을 주기도 한다"며 "화폐개혁에는 상당히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에 이 이슈 때문에 금과 달러를 사는 것은 다소 부화뇌동하는 면이 있다"고 말했다.

◇ 불안감 확산에..정부·한은 거듭 해명
정부와 통화당국의 거듭된 전면 부인에도 불구하고 리디노미네이션 추진설과 관련한 추측과 불안 심리가 쉽게 수그러들지 않는 모습이다.
리디노미네이션은 한 나라의 통화를 실질가치는 그대로 두고 액면 단위를 일정 비율로 낮추는 조치를 말한다. 이 과정에서 화폐단위 명칭 변경이 수반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1천원을 1환으로 바꾸는 식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 34개 회원국 통화 중 달러당 통화가치가 4자리 수인 통화로는 원화가 유일하다 보니 리디노미네이션은 관계 당국자의 언급이 있을 때마다 뜨겁게 회자하곤 하는 이슈였다.
문제는 리디노미네이션의 영향과 관련한 사회적 논의가 있기도 전에 불안 심리만 널리 퍼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소셜미디어 채널을 통해 리디노미네이션의 실익과 부작용에 대한 차분한 분석과 논의보다는 정치적 선동이나 투기심리를 자극하는 선정적인 콘텐츠가 난무하며 불안 심리를 부추기고 있다.
한 시중은행 프라이빗 뱅커(PB)는 "유튜브 등에서 리디노미네이션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선 불안감을 느끼고 금이나 달러, 실물자산에 관심을 보이는 고객들이 많아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시중에 불안 심리가 커지자 경제수장들은 앞다퉈 리디노미네이션 논의에 `브레이크`를 걸고 나섰다.
이 총재는 지난달 18일 기자회견에서 "리디노미네이션은 기대효과는 있으나 그에 못지않게 부작용도 많기에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면서 "엄중한 경제 현실을 고려할 때 지금은 경제의 활력과 생산성 제고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신중론을 강조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같은 날 "정부가 경제활력을 높이기 위해 전력투구해야 하는 입장에서 지금 리디노미네이션을 논의할 단계는 전혀 아니다"면서 "정부는 검토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두 수장의 강력한 부인 발언에도 리디노미네이션을 둘러싼 불안감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홍 부총리는 23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리디노미네이션 논란에 대해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하며 거듭 사태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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