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부부를 위해 주최한 국빈만찬에 트럼프 대통령의 자녀 등 일가가 대거 참석해 트럼프 가족 행사를 방불케 했다.
가족 중심 경영 패턴을 취임 후에도 이어가며 공사(公私)의 경계선을 흐트러뜨린 트럼프 대통령의 스타일이 외교에도 투영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CNN 방송의 보도에 의하면 여왕은 3일(현지시간) 영국 버킹엄궁에서 열린 국빈만찬에 트럼프 대통령 부부만을 공식적으로 초청했는데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를 비롯해 자녀가 여럿 참석했다.
트럼프 대통령 부부 외에 장녀 이방카와 남편 재러드 쿠슈너, 장남 트럼프 주니어, 차녀 티파니, 차남 에릭과 그의 부인 로라 등 8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방카와 쿠슈너는 각각 백악관 보좌관과 선임보좌관 자격으로 행사에 참석한 셈이다.
하지만 나머지 자녀나 그 배우자 등 공직자가 아닌 이들이 행사에 참석한 이유에 관해 백악관은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버킹엄궁을 방문한 트럼프의 자녀 등은 아버지의 후광을 입고 미국판 `로열패밀리`로서 왕실 체험을 즐긴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행적은 주요 언론의 카메라보다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알려졌다.
트럼프 주니어는 버킹엄궁에서 찍은 사진을 올렸다.
사진을 보면 트럼프 주니어가 이방카, 쿠슈너, 에릭, 로라, 티파니 등과 레드 카펫이 깔린 공간에서 정장 차림을 하고 나란히 서 있다.
트럼프 주니어는 "여왕과 함께한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고 썼다.
에릭은 트럼프 대통령, 트럼프 주니어, 쿠슈너 등 트럼프 일가의 남성들이 버킹엄궁에서 모여 찍은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CNN은 트럼프 일가가 대거 참석하면서 국빈만찬이 트럼프 일가 행사로 변질한 듯하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영국 타블로이드 신문 `더선`과의 인터뷰에서 "내 아이들이 그들(윌리엄 왕세손 부부와 해리 왕자)과 만날 것으로 생각한다. 그것은 참 좋은 일일 것이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상황에 비춰보면 영국 왕실의 젊은 구성원들이 트럼프 일가와 적극적으로 어울리고 싶어했을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실제로 왕실 관계자는 윌리엄 왕세손 부부 등이 트럼프 자녀들과 별도의 면담을 할 계획은 없다고 왕실 관계자는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네 자녀는 4일 열린 트럼프 대통령과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의 기자회견 때도 앞줄을 차지하고 앉기도 했다.
자녀들은 한 달 전쯤에 국빈 방문에 동행할 생각을 밝혔으며 백악관 측은 한때 이들을 대통령 전용기에 동승시키는 계획까지 검토했으나 실행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AP는 `또다른 로열 패밀리?`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번 국빈 방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자녀들이, 그것도 다 큰 성인 자녀들이 대거 참가한 것이 놀랄만한 일이라고 평가하고서 트럼프 대통령이 공무와 사업을 위한 판촉 활동을 뒤섞는 바람에 정부와 기업 사이의 선이 흐려졌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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