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시장은 이슈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투자자들은 단기 상승이 가능한 관련주 찾기에 분주한 모습인데요. 그런데 이슈와 전혀 관련 없는 종목이 증권가 소문을 통해 관련주로 분류돼 이상급등을 보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시장의 주의가 필요해 보이는 대목입니다. 증권부 신인규 기자와 함께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신 기자. 최근에 이른바 '가짜 관련주'로 판명되는 종목들이 나오고 있다고요?
<기자>
네. 우선 확인된 몇가지 사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DSR이라는 코스피 상장 기업이 있습니다. 합성섬유로프와 스테인리스 와이어 등을 생산·판매하는 곳입니다. 직전거래일인 지난 7일, 이 회사 주가가 상한가에 근접하기 시작합니다. 이 회사는 5월 들어 일부 매체에서 희토류 테마주로 편입되는 종목이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회사가 제출하는 사업보고서에는 희토류와 관련한 내용이 전혀 없었습니다.
DSR에 직접 사실 확인을 해봤습니다. 이 회사의 관계자는 "현재 관련 사업을 영위하거나, 희토류와 관계된 일을 추진하는 것이 없다"고 밝혔습니다.최근 주가 급등에 대해서도 "주가 흐름에 대해 특별한 이유를 찾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습니다.
<앵커>
또다른 사례가 있습니까?
<기자>
코스닥 상장기업 오디텍은 직전거래일까지 5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보인 종목입니다. 지난 5일 한 매체에서 기사가 나왔습니다. 비엔엠이라는 국내 기업에서 돼지열병 백신 개발을 완료했다는 내용입니다. 기사에는 이 비엔엠이라는 곳이 친절하게 코스닥에 올라 있는 오디텍의 자회사라는 내용이 적혀있습니다.
최근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전세계적으로 문제가 되면서 국내 관련주가 일제히 출렁이고 있는데, 코스닥 기업의 자회사가 돼지열병 백신을 개발했다고 하니까 주가는 당연히 뛰었습니다. 그런데 결론부터 말하면, 이번 뉴스는 시장의 기대와는 전혀 다른 뉴스입니다. 이 둘은 이름만 비슷할 뿐 치료법이 전혀 다른 질병이기 때문입니다. 돼지열병은 Classical swine fever, 최근에 화제에 오른 아프리카 돼지열병은 African swine fever라고 합니다. 돼지열병 백신으로 아프리카 돼지열병에 걸린 돼지를 치료할 수는 없는 겁니다.
이번에도 직접 회사에 확인해봤습니다. 기사에 소개된 백신은 아프리카 돼지열병 치료제가 아니라 돼지열병 치료제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앵커>
소문을 통해서 관련없는 회사가 특정 테마에 편승한다. 단순 해프닝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요?
<기자>
그럴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하락장에 이런 일들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에 주의해야 합니다. 하락장에는 투자심리가 단기 상승 종목에 몰리기 쉬운데, 어떠한 근거도 없는 이른바 '가짜 관련주'들은 기대만큼 실적이 동반될 리 없으니 언제 거품이 꺼질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만약에 해당 종목을 미리 매집한 누군가가 있고, 확인되지 않은 소문을 퍼트려서 주가를 올렸다면 이 종목의 하락 시점은 그 세력이 매집한 주식을 팔아치우는 시점이 될 겁니다. 그런데 그걸 일반 투자자들이 알 수는 없겠죠.
단순 투자 오조준일 경우라도 이런 종목들은 반짝 상승했다 상승분을 빠르게 반납하는 일이 많아서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됩니다. 파인텍이라는 코스닥 상장기업 기억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올해 1월 파인텍이 400일만에 극적인 노사합의를 기록했다는 뉴스가 나오면서 코스닥 상장사인 파인텍이 장중 상한가까지 가기도 했는데요. 알고보니 노사 합의가 난 회사와 코스닥에 올라있는 회사는 동명이인처럼 이름만 같고 전혀 다른 회사였습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회사는 상승분을 반납했고, 현재 주가는 뉴스가 나오기 전보다 낮게 형성돼 있습니다.
<앵커>
가짜 관련주에 투자자들이 미리 대처할 수 있는 부분은 없습니까.
<기자>
일단 갑자기 어떤 이슈의 관련주로 묶여서 상승하는 종목 중에 정치테마주로 엮인 적이 있는 종목이라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낼 필요가 있습니다. 정치 테마주로 엮인 주식들은 이른바 세력들로서도 충분히 '작업'을 할 수 있을 만큼 적당한 거래량과 시가총액, 여기에 자신들이 퍼트릴 루머 외에는 다른 재료가 없는 회사들이라 시세 조종이 수월하다는 점을 방증하기 때문입니다.
관련주 찾기, 혹은 스윙주 찾기라고 하는 투자 전략은 차트를 주로 보고 그에 따른 단기 상승과 빠른 매매를 노리기 때문에 주가 거래량과 차트를 주로 보고, 회사 자체에는 오히려 크게 관심을 갖지 않는 경우가 의외로 많습니다. 만약에 이 회사가 추진하지 않는 사업에 대한 잘못된 소문이 나고 있다면, 의외로 간단하게 정공법이 통할 수가 있습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서 종목을 검색해보면 사업보고서가 나옵니다. 보고서에 첨부된 재무제표는 일반투자자들이 분석하기 어렵지만 어느 사업보고서에나 두 번째 챕터는 '사업의 내용'이라고 해서 이 회사가 어떤 사업을 하는지, 어떤 사업을 앞으로 추진할지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만약에 사업의 내용을 확인해도 뭔가 확실치 않다면 사업보고서 첫 페이지에 있는 작성책임자 란의 전화번호로 직접 의문점을 확인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적극적으로 주주 권리를 행사하는 방법이고, 담당자들도 의외로 친절합니다.
<앵커>
네. 지금까지 증권부 신인규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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