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위, 미중 무역전쟁 뇌관 되나...美 "시위대 지지" [월가브리핑]

입력 2019-06-13 08:05  

    [6월 13일 목요일 월가브리핑]

    [홍콩, 100만 시위…미중 갈등 뇌관 되나]


    먼저 이번 시위는 ‘범죄인 인도 법안’을 두고 일어났습니다. 홍콩 정부가 추진하는 ‘범죄인 인도 법안’은 중국을 포함해 타이완과 마카오 등,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나 지역에도 범죄인들을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런데 홍콩 야당과 시민단체는 중국 정부가 반체제 인사나 인권운동가를 중국 본토로 송환하는데 이 법을 악용할 수 있다며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습니다. 지난 9일에는 주최 측 추산 약 백만 명의 시민이 법안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여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는데요, 홍콩 시민이 약 700만 명인 것을 감안하면 7명 중 1명은 시위에 참여한 셈이죠. 2014년 우산혁명 당시에는 10만 명의 군중이 모였는데, 이번 홍콩 시위는 우산혁명 규모의 10배에 해당하는 수준이라고 합니다.

    홍콩 정부는 일단 대규모 반대 시위 속에 ‘범죄인 인도 법안’ 심의를 연기하기로 했습니다. 홍콩 정부신문처가 공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홍콩 의회인 입법회 의장 앤드루 렁은 12일 오전 11시로 예정됐던 심사 스케줄을 연기하기로 했는데요, 현재로서는 20일 3차 심의와 표결이 예상됩니다. 시위대 측은 법안 심의가 연기됐지만 완전 철회가 보장되지 않으면 홍콩 도심 도로를 점거하고 무기한 농성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는데요, 홍콩 경찰이 지난날 일어난 시위를 폭동으로 규정하고 최루가스와 고무탄을 이용해 진압한 만큼, 폭력 시위가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큰 상황입니다. 이 와중에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살해협박을 받았다는 소식도 전해졌는데요, 홍콩 정부와 시위대의 갈등이 더욱 심화되는 양상입니다.

    중국 정부는 홍콩 시위대를 비난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이번 ‘범죄인 인도 법안’이 반체제 인사나 인권운동가들을 본토로 송환할 수 있는, 중국에 유리한 법안이기 때문인데요,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직접 정례브리핑을 통해 홍콩 정부를 강력히 지지한다고 밝혔습니다. 발언 영상 함께 들어보시죠.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 “중국 정부는 홍콩이 두 가지 법안을 수정하는 것을 결연히 지지한다. 홍콩의 번영을 훼손하는 어떠한 행위도 홍콩 주류 여론에는 반하는 것이다”



    그는 또한 중국이 홍콩 시위 진압을 위해 무장 인민해방군을 투입했다는 소문에 대해 완전히 가짜 뉴스라고 부인했습니다. 중국은 현재의 시위대 행동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계속 내비치고 있는 모습입니다.

    한편 범죄인 인도 법안 반대 시위가 잇따라 열리며 불안정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일부 국가들이 홍콩에 대해 여행주의보를 발령했습니다. 홍콩 주재 미국 총영사관은 자국 시민들에게 대규모 시위를 피하고 외부활동을 자제하라고 권고했습니다. 영국 외무부도 “몇 주 안에 시위가 더 벌어져 도심이 폐쇄되거나 버스 등 교통편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자국민들에게 경계를 늦추지 말고 현지 당국의 지시를 따를 것을 주문했습니다. 오늘 아침까지도 보니까 홍콩 시위가 포털사이트 검색어 상위에 링크되어 있던데, 시진핑 주석은 이번 시위의 심각성을 반영해 국가비상사태까지 논의하고 있다고 합니다. 가볍게 넘어갈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홍콩까지 번진 미중전쟁…美 “시위대 지지”]

    중국 정부는 홍콩의 ‘범죄인 인도 법안’ 반대 시위를 ‘미국의 개입에 따른 불법 폭력 시위’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타임스는 “외국 세력, 특히 미국의 개입이 없었다면 홍콩의 극단적 분리주의자들이 그런 심각한 공격을 감행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주동자 처벌을 요구했습니다. 지금 기사 제목에서도 “홍콩의 미래는 결코 서방 국가들이나 반대 세력에 의해 좌우되지 않을 것이다”라고 표현되어 있습니다.

    중국 외교부가 미국에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국무부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죠. “일국양제가 침해당하고 있다”며 시진핑 주석이 이끄는 중국을 정면으로 겨냥했습니다. 국무부는 “이 법안은 중국이 본토로 개인을 송환하도록 요구할 수 있어 홍콩의 자치를 파괴할 것이고, 인권과 기본적 자유, 민주적 자치 보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사실상 홍콩 정부는 현재 친중파가 이끌고 있습니다.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람 행정장관은 연임하기 위해서 중국 공산당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중 성향의 홍콩 정부가 법안 심의를 일단 연기한 것은 시위가 격화되면 제 2의 우산혁명이 일어나 홍콩 정국을 마비시키고 미국과 무역 전쟁을 치르는 중국 중앙정부에 부담이 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입니다. 마켓인사이더는 홍콩의 ‘범죄인 인도 법안’이 통과되면 미중 무역전쟁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무엇보다 홍콩에 자리를 두고 있는 외국 기업들이 싱가포르 같은 다른 국가들로 도망갈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대만을 고리로 하나의 중국 원칙을 흔들려는 미국은 계속 홍콩 시위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의장은 위험한 법안에 반대하는 용기 있는 시위대를 지원하기 위해 성명서를 낸다고 발표하며, 만약 홍콩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법안이 통과된다면 홍콩의 일국양제와 자율적인 자치를 재평가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심지어 “미국은 홍콩 사람들과 함께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오늘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한결 부드러워진 모습인데요, 그는 백악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중국과 홍콩을 위해 모든 일이 잘 되길 바란다. 시위 이유는 이해하지만 그들이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하며 중국과 잘 풀어나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아무쪼록 이번 홍콩 시위가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사이를 더 갈라놓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한국경제TV    전세원  외신캐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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