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말부터 수도관에서 원인 불명의 붉은 물이 나오는 인천시 `적수 사태`는 현재진행형입니다. 지자체가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며 사태가 장기화되자 인천 시 인구 1위의 상권도 죽어가고 있습니다. 메르스 사태 때보다 피해가 심각하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신인규 기자가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기자>
수도관에서 붉은 물이 나오는 적수사태가 발생한지 보름 째, 인천 검단신도시의 주민들이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수돗물 사진을 보여줍니다.
지난 5월 30일 첫 보고 이후 인천시가 초기에 집계한 피해 가구는 8,500여세대지만 사태 해결이 늦어지면서 영종도까지 피해사례가 보고되는 등 현재는 집계 자체가 무의미한 상황입니다.
인천시장은 지난 12일 수질이 개선되고 있다고 했고, 수질 자체는 사태가 발생했을 때부터 먹어도 될 수준이었다는 게 인천 상수도본부의 일관된 입장이지만 그 말을 믿는 주민들을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인천 서구의 한 가정집입니다.
붉은 물 사태 이후 매일 수돗물을 관찰해 증거로 남겨두고 있는데 2주가 지나도록 검붉은 색이 여전합니다.
집안에서 눈으로 뻔히 보이는 붉은 이물질 뿐만 아니라 조사 방식을 따져봐도, 마실 수 있는 물이라고 설명하는 지자체를 더이상 믿을 수 없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김은정 / 인천 서구
"다 적합판정이 나왔다(고 했어요), 11가지 간편검사를 했을 때. 그런데 그 이유가, 가라앉은 부유물에 대한 검사가 아니라 그 위의 정화된 위쪽 물에서 검사를 했으니 그게 적합 판정이 나온 것인데 그게 어떻게 적합이냐..."
수돗물에 대한 불신은 주민 피해 뿐 아니라 지역상권 고사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300석 규모의 대형 음식점, 점심 시간에 채워진 자리는 단 한 곳이었습니다.
생수를 직접 사서 조리하고 손님에게 내는 물까지 정수기 대신 생수를 이용하고 있지만 주민들은 좀처럼 지역 식당으로 돌아오지 않습니다.
<인터뷰> 오미영 / 인천 서구 A음식점 사장
"주위 식당 운영하시는 분은 메르스 사태 때보다 더 심각하다고 얘기하세요. 며칠로 끝나는 게 아니고 벌써 보름인데 장기화된다면, 그때서야 피해 보상 의논을 한다면 그건 몇 달 후의 일일텐데 그러면 정말 이 사태로 나가떨어지는 상인들이 굉장히 많을 거에요."
외식 뿐 아니라 세탁까지, 서구 상권의 주요 수요인 젊은 가족들이 수돗물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인근의 김포시로 빠져나가고 있는 겁니다.
인천시가 꾸린 대책반은 이들 상인들에 대해서는 피해 집계조차 시작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지역에서는 자발적 상권 살리기 운동까지 시작됐습니다.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수돗물 대신 생수를 사용하는 음식점이나 커피숍을 알리고, 이용을 독려하고 있지만 피해를 복구할 만큼 참여가 많지는 않은 게 현실입니다.
<인터뷰> 검단신도시 공인중개사
"상가분들 많이 어려워하시죠. 유동인구 많이 줄어있는 상태고. 동네 안에서 외식하던 것들이 김포에서 많이 외식을 하시기도 하시고 해서, 커뮤니티 자체에서 홍보를 통해서 생수 사용하는 업체에서 외식을 한다던지..."
<스탠딩>
붉은 물 사태를 겪고 있는 인천 서구의 인구는 54만명이 넘습니다. 사태가 장기화되며 지자체보다 먼저 주민들이 자발적 상권 살리기에 나서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 없이는 무너지는 상권 회복은 어려울 전망입니다.
한국경제TV 신인규입니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