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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장단기금리 재역전…6월 금리인하 조기단행 하나 [국제경제읽기 한상춘]

입력 2019-06-17 09:32  

장단기금리 역전 이후 경기침체 가능성
금리인하 시기 앞당겨질 수도


올해 3월 중순에 이어 6월 미국 중앙은행(Fed)회의를 앞두고 장단기 금리가 12년 만에 다시 역전돼 난리다. 올해 상반기만 지나면 전후 최장의 호황국면을 기대했던 미국 경제에 ‘R(Recession·침체) 공포’가 드리우기 시작했다. 중국, 유럽, 한국 등 주요국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 경제마저 흔들린다면 금융위기 이후 지속돼 왔던 ‘세계 경기 10년 장기 호황’이 종료될 가능성이 높다.
각국 중앙은행도 바빠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추진해온 비정상적 통화정책을 정상화시키지 못한 상황에서 금융완화를 재추진해야 돼 당혹스럽다. 가져갈 수 있는 정상적인 정책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이틈을 타 ‘돈을 찍어내 더 써야 한다’는 현대통화론자(MMT·Morden Money Theory)의 주장이 더 힘을 얻고 있다.
모든 변화의 시작은 미국 중앙은행(Fed)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다. 금리인상은 사실상 마무리됐다. 보유자산 매각도 오는 10월이면 종료된다. 2014년 10월 양적완화 종료를 선언한 이후 추진해왔던 출구전략이 채 궤도에 올라오기도 전에 중단돼 경제주체는 ‘안도감’보다는 ‘불안감’이 엄습해 올 수 밖에 없다.
투자를 비롯한 경제주체의 미묘한 변화는 시장에서 즉각적으로 반영된다. 지난 3월 Fed 회의 이후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새로운 변화 가운데 가장 의미가 크고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12년 만에 장단기 금리가 역전된 현상이다. 그만큼 미국 경기를 파악하고 예측할 때 수익률 곡선을 중시해 왔기 때문이다.


‘유동성 프리미엄 가설’, ‘기대 가설’, ‘분할시장 가설’에 따르면 수익률 곡선이 양의 기울기(단저장고)를 나타내면 투자에 유리한 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어 경기가 회복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반대로 수익률이 역전(단고장저)돼 음의 기울기를 나타내면 차입비용 증가로 경기가 침체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Fed의 아투로 에스트렐라와 프레디릭 미쉬킨 연구에 따르면 수익률 곡선 스프레드가 가장 성공적인 경기예측모형으로 나타났다. 특히 장단기 금리 차의 ‘수준(level)’이 ‘변화(change)’보다 예측력이 더 우수한 것으로 평가됐다. 뉴욕연방은행도 장단기 금리 차는 실물경기의 선행성을 판단하는 유용한 지표로 4∼6분기를 선행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1960년 이후 15차례 걸쳐 장단기 금리차가 마이너스, 즉 단고장저 현상이 발생했고 대부분 경기침체가 수반됐다. 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과 같은 투자의 구루가 뉴욕 연방은행이 매월 확률모델을 이용해 발표되는 장단기 금리 차의 경기 예측력을 각종 투자판단 때 가장 많이 활용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확률 모델이란 장단기 금리 차의 누적확률분포를 이용해 12개월 이내에 경기침체가 발생할 가능성을 확률로 변환하는 모델이다. 동 모델로 추정한 결과 마이너스 장단기 금리차가 경기침체를 예측한 확률은 1981∼82년 침체기의 경우 98%까지 상승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에는 그 확률이 떨어지는 현상이 자주 목격됐다.
Fed 내에서도 수익률 곡선의 유용성을 믿는 위원은 금리인상과 보유자산 매각을 추진할 때부터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수익률 곡선이 정상화되지 못한 여건에서 출구전략을 성급하게 추진하다간 지난 10년간 어렵게 회복시켜 놓은 경기를 다시 망치는 대실수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 Fed 의장이었던 벤 버냉키, 재닛 옐런 그리고 현재 Fed 위원 중 일부는 `과잉 저축‘ 때문에 수익률 곡선이 왜곡됐다는 시각이다. 금융위기 이후처럼 금융과 실물 간 연계성이 떨어진 상황에서 돈이 많이 풀렸을 때 수익률 곡선으로 경기를 판단하다간 오히려 ‘그린스펀 실수’를 다시 겪을 수 있다고 반박한다.
한때 세계 경제 대통령으로 칭송받았던 앨린 그린스펀 전 Fed 의장이 금융위기를 저지른 주범으로 몰리면서 붙여진 이 용어의 뿌리는 ‘그린스펀 독트린’에 있다. 통화정책 관할범위로 자산시장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버냉키 독트린’과 달리 그린스펀은 실물경제만 감안해 통화정책을 추진해야 하고 실제로 행동에 옮겼다.
그린스펀 독트린대로 2004년 초까지 정책금리를 1%까지 내렸다가 그 후 인상국면에 들어갔으나 오히려 중국의 국채매입 등으로 시장금리는 더 떨어지는 수수께끼 현상이 발생했다. 그 결과 물가와 자산시장 안정을 위한 금리인상 효과를 거두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이미 형성된 ‘저금리와 레버리지 차입 간 악순환 고리’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빠졌다.
당시 자산시장 붕괴를 촉진시켰던 것이 국제유가였다. 2008년 초 70달러대였던 유가가 6개월 사이에 140달러대로 치솟자 각국 중앙은행이 일제히 기준금리를 올렸다. 그 결과 저금리와 레버리지 차입 간 악순환 고리가 차단돼 자산가격이 급락하자 마진 콜(증거금 부족현상)에 봉착한 투자은행이 디레버리지(자산회수)에 나서면서 금융위기가 발생했다.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의 과잉 저축과 금융위기 이후 양적완화 정책으로 풀린 과다한 유동성으로 왜곡된 수익률 곡선을 맹신해 출구전략 추진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경기가 어느 정도 회복되고 있을 때 출구전략을 정상대로 추진해야 이후에 닥칠 침체국면에 Fed가 운신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장단기 금리 역전 이후 앞으로 벌어질 수익률 곡선과 경기 논쟁의 핵심이다. 판단은 쉽지 않다. 금융위기 직후 미국경기 진단을 놓고 ‘21세기 블러그 전쟁’이라 불렸던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와 버냉키 전Fed 의장 간 설전이 아직도 지속되고 있다. 결말에 따라 Fed의 출구전략과 미국 경기 그리고 세계 증시의 앞날이 엇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3월 Fed 회의를 계기로 출구전략 추진이 중단되고 12년 만에 장단기 금리 역전현상이 발생함에 따라 가장 우려되는 것은 ‘미첼의 경고(Mitchell`s warning)’다. 월가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는 저명한 예측론자인 웨슬리 미첼은 “그릇된 낙관론이 위기에 봉착하면 흔적 없이 사라지고 이 과정에서 태어난 그릇된 비관론이 문제가 된다”며 “새로 탄생된 비관론은 신생아가 아니라 거인의 위력을 발휘한다”고 경고했다. 특히 주가가 그렇다.


1930년대 미국, 2000년대 일본의 사례에서 보듯 금융위기 극복이 완전치 못한 상황에서 ‘긴축’ 기조로 너무 빨리 돌아서면 경기와 증시는 어느 순간에 ‘대침체기’를 맞는다. 작년 12월 회의까지 매파 기조를 유지했던 것이 Fed가 불과 3개월 만에 슈퍼 비둘기 기조로 돌변한 것은 ‘파월의 실수(Powell’ failure)‘를 의식했다는 시각도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6월 Fed 회의 이후 나타나는 새로운 변화가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다. 하지만 미국 경기의 ‘대침체기’와 증시의 ‘폭풍 전야설’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출구전략 중단만으로 안 되고 금리를 의외로 빨리 내려야 할 상황에 몰릴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1990년대 전후 최장의 경기호황을 이끌었던 로버트 루빈 전 재무장관이 미국 금리도 조만간 마이너스 시대가 올지 모른다는 예상을 그냥 웃고 넘어 가야할 상황만은 아니다.


한상춘 /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 겸 한국경제TV 해설위원(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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