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20~21일 북한 국빈방문…美中 무역전쟁·홍콩시위 논할까

입력 2019-06-17 23:36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가열되는 가운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오는 20일부터 21일까지 북한을 국빈 방문한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중련부)의 후자오밍 대변인은 17일 중국 공산당 총서기인 시진핑 주석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겸 국무위원장의 요청으로 20~21일 북한을 국빈 방문한다고 발표했다.
이날 발표는 중국 대외연락부가 맡아 이번 시 주석의 방북이 `당 대 당` 교류의 성격임을 내비쳤다. 중국은 당이 정부보다 위에 있기 때문에 사실상 북한에 최고의 예우를 하는 셈이다.
중련부는 시 주석이 방북 기간 김정은 위원장과의 만남과 개별 정상회담 그리고 북·중 우의탑 행사 등에 참석할 것이라고 대략적인 일정을 공개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방중 당시 중국에 받았던 의전을 고려해 시 주석과 만찬, 차담회 등 수차례 개별 만남을 갖고 정상 회담을 하면서 전략적 밀월 관계를 과시할 것으로 보인다. 북·중 우의탑 행사는 그 정점을 장식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공산당 및 국가 최고지도자가 방북한 것은 14년 만에 처음이다.
중국 최고지도자가 북한을 방문한 것은 2005년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의 방북이 마지막이다. 시 주석도 2008년 북한을 방문했으나, 당시에는 국가부주석의 신분이었다.
이번 방북의 대외 명분은 북·중 수교 70주년을 기념함과 동시에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김정은 위원장이 무려 4차례나 방중해 시 주석을 찾은 것에 대한 답례 차원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시 주석은 이번 방북 기간 김정은 위원장과 정상 회담을 갖고 북·중 관계 강화 및 북미 핵 협상에서의 중재 역할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쑹타오(宋濤) 중련부장은 시 주석 방북 설명회에서 "북·중 양측은 유관국들이 어렵게 얻은 한반도의 대화와 완화 추세를 소중히 여기길 바란다"면서 "한반도 비핵화 방향을 견지하며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고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한반도 문제 해결을 견지하는 것을 격려해왔다"고 밝혔다.
쑹 부장은 "양국 지도자는 새 시대 북·중 관계 발전에 대해 깊이 있게 의견을 교환할 것"이라면서 "한반도 정세에 대해 의견을 충분히 교환하고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 프로세스가 새로운 진전을 거두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최근 미·중 무역 전쟁이 고조되고 있어 시 주석이 이달 말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해 `북한 카드`를 꺼낸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중국이 최근 홍콩 시위 사태와 미국의 전방위적인 무역 보복으로 수세에 몰린 상황이라 시 주석으로는 이를 만회할만한 비장의 카드가 중국이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북한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시진핑 주석의 급작스러운 방북에 홍콩 대규모 시위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100만명이 넘는 홍콩 시민이 시위에 나서면서 전 세계 이목을 연일 받는 상황에서 중국이 이런 시선을 단번에 돌릴 수 있는 카드는 시 주석의 방북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이 최근 미·중 무역전쟁 관련 조치의 일환으로 대만과 홍콩과 관련해 민감한 발언과 조치를 하고 있어 중국이 `북한 카드`로 반격하는 의미도 있어 보인다.
이처럼 시 주석이 북한 방문 카드를 꺼냄에 따라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국을 방문할 가능성도 다시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한중 수교 이후 정착된 중국의 남북한 상호 방문 전통에 따라 이번에 북한을 국빈 방문한다면 G20 전후로 시 주석이 한국을 찾을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중국의 한반도 문제 권위자인 문일현 중국 정법대 교수는 "원래 시 주석의 남북한 방문은 한 묶음이며 시 주석이 방북을 하고 나면 G20 정상회의에 앞서 방한을 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어 남북 정상 간 원포인트 정상회동이 이뤄지고 G20 정상회의에서 미·중 정상이 만난 뒤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하면서 북한 핵 문제가 다시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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