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8시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오는 20~21일 북한을 국빈 방문한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과 중국 관영 신화통신, 그리고 CCTV 등이 이 소식을 알렸는데요, 중국 CCTV의 보도 내용 함께 살펴보고 가시죠.
[중국 CCTV 앵커] CCTV뉴스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초청으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오는 20일과 21일, 1박 2일간 북한을 국빈 방문합니다.
시진핑 주석이 2012년 국가주석에 오른 이후 북한을 찾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다만 시 주석은 과거에 두 차례 배석자가 아닌 좌장으로 방북한 경험이 있습니다. 2008년 국가부주석에 선출된 이후 첫 해외 방문지로 북한을 선택했었고, 김정일 북방위원장을 만나 뜨거운 환대를 받았습니다. 그 전에 저장성 당서기였던 2005년에도 중국 대표단을 이끌고 북한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이번 방북은 북중 수교 70주년을 기념함과 동시에 작년부터 올해 초까지 김정은 위원장이 무려 4차례나 일방적으로 중국을 방문한 답례 차원 성격이 강해 보입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답방 이상의 중대한 의미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중국은 현재 미국과 극심한 무역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시진핑 주석이 이달 28~29일 열리는 오사카 G20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미중 정상회담을 확정 짓기 전에 북한을 찾는 이유는, 이른바 ‘방북 카드’로 대미 협상력을 극대화하려는 의도로 분석됩니다. 여기에 최근 불거진 홍콩 시위 사태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미국의 전방위적인 무역 보복과 홍콩 시위로 난처해진 시주석이 북한 방문을 통해 이를 만회하려고 한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북한 역시 지난 2월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 대화에 돌파구가 필요한 만큼, 중국과 북한,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편 김 위원장은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정상외교를 중단해왔는데요, 시 주석의 방문은 지난 1년간 이어진 비핵화 협상 국면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즉, 시 주석의 방북은 김 위원장이 다시 비핵화 협상에 나설 결심을 알리는 신호로 볼 수도 있겠습니다. 특히 이번 달 말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6월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이야기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는 만큼 시기가 매우 중요해 보입니다. 통일부는 계속해서 남북정상회담 조기 개최를 희망하고 있는데요, 갑작스러운 시진핑 주석의 방북이 남북, 그리고 나아가 한미정상회담에 어떤 영향을 줄지 체크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美, 시진핑 방북에 “우리의 목표는 北 FFVD”]
주요 외신들은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은 물론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상태에서 다음 주 오사카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시 주석의 방북이 이뤄진 배경이 주목했습니다.
AFP통신은 “중국이 북한의 핵활동에 대한 UN 제재를 지지함으로써 북중 관계가 악화된 후, 김 위원장이 관계 개선을 위해 그동안 중국을 4번이나 방문했다. 시 주석의 방문은 중국 최고지도자로서 14년 만이다”라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로이터통신은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싱가포르와 올해 베트남 하노이에서 정상회담을 가졌지만 비핵화를 향한 희망은 점점 사라져 왔다”고 말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북중 모두 미국과 대립하는 시기에 시 주석이 북한을 방문한다”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내보내며 “고립됐던 지도자 김정은의 외교적 승리로 기록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일본 교도통신은 “북한이 중국을 후원자로 삼아 대미 협상에 대한 발판을 마련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북한과 중국은 전통적인 우호 관계의 회복을 안팎에 과시하고 전략적인 연대 강화를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습니다.
한편 백악관은 시 주석의 방북에 대해 “우리의 목표는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 즉 FFVD 달성”이라고 밝혔습니다. 여기에 미국 국무부는 한술 더 떠서 “미국은 우리의 파트너 및 동맹국, 중국을 비롯한 다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과 함께 북한의 FFVD라는 공유된 목표 달성에 전념하고 있다”며 중국을 강하게 압박했습니다.
북한 비핵화 목표와 대북 제재 이행을 다시 한 번 강조함으로써 시진핑 주석의 방북 소식에 대한 미국의 불편한 입장을 드러낸 것으로 보이는데요, 내일 재선 도전 선언 이후, G20 미중 담판을 기다리던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의 깜짝 방북 발표를 어떻게 대응해 나갈지 지켜보겠습니다.
한국경제TV 전세원 외신캐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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