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칼, 백기사 델타항공 등장에 강성부 펀드 중도포기 할까?

입력 2019-06-24 11:35   수정 2019-06-24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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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한진가와 KCGI의 경영권 분쟁에 변수가 발생했습니다.

    미 델타항공이 한진칼 지분을 확보하면서 한진칼 주가가 급락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특히 강성부 펀드(KCGI) 행보에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증시 전문가들은 향후 주가 흐름을 어떻게 예상하고 있는지 알아보는 시간 마련했습니다.

    증권부 정희형 기자 나와 있습니다.

    정 기자! 시장에서는 델타항공이 한진그룹 백기사로 나섰다고 분석하고 있는 거죠?

    <기자>

    네, 지난 20일 델타항공이 한진칼 지분의 4.3%를 매입하면서 “한진칼 지분매입이 자사 이익과 성장을 위한 투자”라고 소개했지만 여러 정황상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에서 백기사로 나섰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합니다.

    델타항공은 대한항공과 항공동맹인 스카이팀 소속으로, 지금까지 투자이력을 살펴보면 같은 스카이팀 소속 항공사들에게 투자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한진칼 지분 확보는 항공사인 대한항공이 아닌, 지주회사 한진칼에 대해 이뤄졌다는 점에서 기존 투자건과 다릅니다.

    한진칼과 델타항공 지난 약 20년 간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왔고 조양호 전 회장 별세 당시 에드워드 바스티안 델타항공 CEO가 직접 찾아와 조문했다는 점 등도 오너가와 모종의 합의가 있었을 수 있다는 추측을 낳게 하기도 합니다.

    델타항공은 4.3% 지분 확보한 후 향후 10%까지 늘리겠다는 계획까지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일단 델타항공이 백기사로 나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지분 구도는 완전히 한진그룹 오너 일가 쪽으로 무게가 기우는 것 아닙니까?

    <기자>

    네, 지금까지 한진칼 지분구조는 고 조양호회장과 조원태 회장을 비롯한 한진가의 특수관계인이 28.93%, KCGI가 15.98%, 국민연금이 4.11% 순이었는데, 델타항공이 4.3%를 매입하면서 KCGI의 다음순위로 올라섰습니다.

    만약 델타항공이 확보한 지분이 우호지분으로 작용한다면 한진가의 우호지분은 33.23%로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KCGI와 2배가량 차이가 벌어지게 됩니다.

    여기에 델타항공이 한미 양측의 경쟁당국의 승인만 난다면 10%까지 확대할 계획을 밝힌바 있어서,

    이대로라면 한진가의 우호지분은 38.93%까지 늘어나게 돼 KCGI와 한진가의 경영권 분쟁은 사실상 끝났다는 분석이 가능해집니다.

    <앵커>

    그렇다면 KCGI는 어떤 입장입니까?

    <기자>

    그러나 KCGI는 코너에 몰렸다는 시장의 평가에도 불구하고 출구전략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혀 향후 대응에도 관심이 쏠리는데요.

    델타항공 지분 확보 소식이 전해진 지난주 금요일 당일 KCGI는 보도자료를 통해 "델타항공이 백기사로 한진칼 지분을 취득했다는 것은 항간의 소문에 대해 큰 우려를 밝힌다"라며 "만약 소문이 사실이라면 공정거래법과 자본시장법 위반소지가 있다며 오너 일탈 등으로 문제된 한진그룹을 돕는 것은 도덕적으로도 그간 세계 1위 항공사로서 지켜온 스스로의 명예에 위배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CEO를 직접 만나 한진그룹을 함께 견제하자고 까지 제안을 했습니다.

    일단 KCGI 입장은 이렇게 밝혔지만 한진칼 주가가 이틀 연속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은 KCGI와의 경영권 분쟁 사실상 끝났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이미 금요일 하루에만 주식 거래량이 전일 대비 20배가 늘어난 650만여건에 달하고 주가는 15.10%가량 빠진 상황입니다.

    <앵커>

    앞으로 가능한 시나리오가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한 번 짚어주시죠.

    <기자>

    네, KCGI의 계획이 무엇이든 상당히 불리해진 상황인 만큼 내년에 있을 주주총회에서 패배하거나 중도 포기할 수 있다는 예상입니다.

    이에 대해선 KCGI가 중도포기하면서 한진칼 지분을 시장에 쏟아낸다면 향후 주가 폭락은 불 보듯 뻔한 일인 만큼, 주주들을 생각해 이런 선택을 할 가능성은 매우 적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KCGI가 지금까지 자신들은 단기 차익을 노리는 투기세력이 아닌 한진그룹의 장기적 발전방안을 고민해왔다고 밝혀왔는데, 만약 중도포기 할 경우 그간의 논리를 모두 꺾는 셈이 돼 버리는 겁니다.

    그렇다고 KCGI가 추가로 지분확보하는 것도 쉽지는 않아 보입니다.

    델타항공이 우호세력으로 작용한다면 2배 이상의 격차가 크게 벌어진 만큼 추가 매수가 무의미한 지출이 될 수 있기 때문인데요.

    따라서 추측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선택지는 KCGI가 우호지분을 확보하는데 총력을 기울일 겁니다.

    이미 앞서 말씀드린 것 처럼, KCGI는 델타항공에게 동료 주주로써 한진칼에 대한 견제와 감시를 함께하자며, 델타항공 CEO 에드워드 바스티안과의 만남을 희망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델타항공과 KCGI가 손을 잡을 가능성은 실제 있어보이지는 않지만, KCGI측 우호세력 확보를 위해 지금껏 해왔던 것 보다 더욱 적극적인 주주서한 발송과 한진칼에 대한 소송 등을 이어갈 거라는 예측도 가능한 상황입니다.

    이렇게 된다면 급락했던 한진칼 주가는 재차 반등할 거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앵커>

    앞으로 지켜볼 변수는 어떤 게 있을까요?

    <기자>

    델타항공이 선의로 백기사를 자처했는지 여부에도 일각에선 의심의 눈초리를 보이기도 합니다.

    과거 델타항공은 지분을 투자한 항공사들에게 특정 기종 구매를 권고하는 등 회사 운영에 영향력을 행사한 바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델타항공이 지분확보하기 이전, 오너가와 모종의 합의가 있었다면 그 조건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궁금해 하고 있습니다.

    또 앞으로 조 회장 일가는 2천억원에 달하는 상속세 납부해야 하는 상황인데요.

    만약 지분을 매각해 이를 충당한다고 한다면 한진가의 지분은 더욱 줄어들게 될 텐데, 그렇게 된다면 상황은 더욱 델타항공하게 의존하는 쪽으로 흘러가게 될 것으로 보여 델타항공의 의중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앵커>

    네, 말씀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증권부 정희형 기자와 얘기 나눠봤습니다.

    한국경제TV    정희형  기자

     hhjeong@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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