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에 남겨진 3만년 전 '살인의 추억'…"몽둥이로 두개골 맞아"

입력 2019-07-04 16:28  


약 3만3천년 전 두개골 화석에 남아있는 골절 흔적이 누군가에게 몽둥이로 맞아 생긴 살인의 증거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루마니아 남부 트란실바니아의 동굴에서 1941년에 발견된 이 두개골 화석은 상부 구석기시대 성인의 것으로 확인됐지만 오른쪽 부위의 골절을 놓고 추락 등 사고에 의한 것인지, 사망 이후에 생긴 것인지 등을 놓고 논란이 있어왔다.
미국 공공과학 도서관(PLoS)과 과학전문 매체 등에 따르면 독일 에버하르트 칼스 튀빙겐대학의 고인류학 교수 카테리나 하바티 박사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치오클로비나의 머리덮개뼈(Cioclovina calvaria)`로 알려진 두개골 화석의 골절을 연구한 결과를 오픈 액세스 온라인 학술지인 `플로스 원(PLOS ONE)`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컴퓨터 단층촬영법(CT) 등을 이용해 두개골 화석의 골절 부위를 촬영해 자세히 분석하는 한편, 12개의 구형(球型) 인공뼈을 만들어 높이를 달리해 떨어뜨리고 몽둥이, 돌 등으로 가격하는 등 다양한 시나리오에 맞춰 모의실험을 했다.
그 결과, 사망 당시 또는 죽음이 임박했을 때 두개골 기부에 선형 골절이 먼저 생기고 이후 오른쪽 부위에 함몰골절이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골절은 모의실험을 통해 몽둥이와 같은 물체로 연속적으로 맞았을 때 나타나는 것과 매우 유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함몰골절의 위치와 상태로 봤을 때 가해자가 서로 마주한 상태에서 왼쪽 손에 몽둥이를 들고 가격했을 것으로 분석됐다. 가해자가 몽둥이를 두 손으로 들고 왼쪽에서 가격했을 가능성도 배제되지는 않았다.

연구팀은 두개골 골절이 추락 등 사고에 의한 부상이나 사후에 생긴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또 두개골 골절이 치명적인 것은 맞지만 화석으로 발견되지 않은 신체 다른 부위의 부상이 결정적 사인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법의학적 증거로 볼 때 누군가 의도적 폭력으로 살인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며, 상부 구석기시대의 초기 인류 사이에서도 개인 간 폭력적 행동과 살인이 벌어졌음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상부 구석기시대는 약 4만~4만5천년 전에 시작된 시기로 문화적 복잡성이 더해지고 기술이 발달하며 현생 인류가 유럽지역으로 확산하던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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