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경제보복 결국 '부메랑'…최대 고객만 잃을 것 [김학주의 마켓 투자 키워드]

입력 2019-07-05 09:11   수정 2019-07-05 08:52

    <앵커> 주요 20개국 정상회의, G20이 막을 내렸습니다. 중국 화웨이에 대한 조건부 규제 완화를 비롯해 미-중간 갈등은 휴전상태로 들어갔습니다만, 그렇다고 뾰족한 해법이 나온 것도 아닙니다. 지난 G20 회의 이후 어떤 평가들이 나오고 있습니까?

    <김학주 한동대교수> G20에서 느낀 점은 미국의 갈등 만들기가 만성적일 것. 과거 미국은 논란의 여지없는 챔피온이었지만 이제는 다른 나라의 도전을 막기 위해 주요국들의 힘을 빼야 하는 상황. 예를 들어 'Made in China 2025'를 통해 중국이 첨단산업에서 미국을 추격하는 것을 억제하려면 중국이 투자를 할 수 없도록 돈을 못 벌게 해야 함. 이것이 무역갈등의 목적. 중국을 IT산업에서 견제했다면 일본과 유럽은 자동차 수입관세를 통해 공격 (지난 G20에서 여기에 대한 합의가 없었음). 특히 일본 자동차 업체들은 품질관리를 위해 핵심부품은 일본에서 제작해서 수출 (일본의 대미 수출 가운데 35%가 자동차 관련 제품. 만일 여기에 25%의 관세가 부과될 경우 일본의 GDP성장률 1.7% 가운데 0.5%p 하락. 특히 일본 노동자 가운데 자동차 마케팅 및 수리 관련 인력까지 포함할 때 540만명에 이르는 바 고용에도 타격) 유럽의 핵심국인 독일도 자동차 산업 의존도가 심함. 달러가치와 비교되는 주요 통화가 유로, 엔화이므로 미국은 이렇게 일본, 유럽에 타격을 줘서 달러패권 유지를 시도.

    시사점은 정치적 갈등은 감정을 수반할 수 있으므로 증시에 레일리스크 제공 가능. 일본·독일처럼 대외의존도가 심한 나라는 미국의 공격에 타격 불가피(엔화, 유로화 가치 절하). 그런데 이 빈 공간을 미국이 가져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미국의 착각. 패권은 남의 나라 물건을 더 사줄 수 있는 중국과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민간 플랫폼(가상화폐)가 대체.

    <앵커> 미국은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달러 강세를 추진한다는 말씀인데요. 이 경우 세계경제에는 부정적 아닙니까? 또 우리나라에는 어떤 영향을 줄까요?

    <김학주 한동대교수> 세계 대부분의 재화가 달러로 거래되는데 달러가 강세로 가면 세계적으로 구매력 약화. 특히 미국이 더 이상 소비를 끌고 가기 어려운 상황에서 세계적으로 소비성향이 왕성하게 자랄 수 있는 곳은 인구밀도가 높고, 중산층이 두터워지는 아시아 신흥국인데 달러강세는 이들의 소비를 위축. 대표적인 예가 최근 중국인들의 여행 급감 (지난 1분기 전년비 10% 감소 vs. 그 동안 연 20%대 증가). 에어 차이나는 시드니 - 상하이 노선을 폐지. 이런 소비위축이 시간이 갈수록 누적됐을 때 증시에 타격.

    지금 미국의 전쟁상대는 중국, 일본, 유럽 등 주요국들. 트럼프가 판문점에서 김정은을 만났지만 미국에게 북한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는 없음. 트럼프가 북한과의 협상을 통해 듣고 싶은 말은 "돈 안 들이고 핵 위협에서 미국을 구했다"는 것. 지금은 한국이 미국의 타겟에서 벗어나 있지만 결국 일본의 처지가 될 수 있음. 한국도 대외 의존도가 심함. 이런 상황에서 광주에 자동차 공장을 증설하는 것이 합리적인지 의문.

    현재 미국은 관세와 제재를 통해 다른 나라를 견제. 그럴 수 있는 힘은 세계 채권 발행액 및 외환보유고의 60%가 달러라는 것. 만일 달러가 미국의 노력만큼 강해지지 않으면 군사력을 사용할 것.

    <앵커> 일본은 한국에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소재 수출 금지 품목을 정했고, 향후 그 범위를 확대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여기에 대한 영향과 시사점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김학주 한동대교수> 일본은 물건을 사 주는 나라가 아니라 파는 나라. 따라서 기술 이전에 관대. 이번에 제재한 품목들도 이미 한국에 조인트 벤처를 만들어 기술 이전. 그럼에도 우리가 현지화를 서두르지 않았던 이유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생산공정이 예민하여 갑작스런 소재 변경을 꺼렸기 때문.

    일본이 정말 소재를 공급하지 않는다면 국산화가 빨라질 뿐. 그러나 단기적인 생산차질은 불가피. 생산공정이 예민한 만큼 소재를 대체하는데 시간이 소요. 일각에서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생산량은 줄 수 있으나 판매단가가 올라서 상쇄할 수 있다고 주장하나 IT제품은 석유처럼 수요가 비탄력적이지 않음. 즉 감산하는 만큼 가격이 오르지 않는다는 것. 다만 도시바 화재로 인한 후유증이 예상외로 커 낸드플래시 메모리 가격에 도움될 가능성.

    결국 미국기업들은 R&D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기술로 위협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나 일본기업들은 마케팅을 중심으로 하므로 구매자에 대한 협상력을 크게 갖지 못함. 즉 위협하기 어려운 처지. 또 일본의 정밀화학, 정밀기계의 시장 장악력이 예전 같지 못함. 예를 들어 OLED장비 가운데 유기물질을 증발시키기 위한 진공장비는 일본의 캐논토키(Canon Tokki)가 글로벌 시장을 거의 독점. 그런데 삼성전자가 주요 고객. 삼성 납품을 안 하면 중국에 팔 수는 있지만 트럼프가 용서하지 않을 것. 삼성에 납품을 중단하면 일본업체가 도산.

    <앵커> 중국도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OLED 분야에서 '삼성 타도'를 외치며 범 정부차원에서 투자를 한다고 하는데요. 이것도 한국 IT산업에 위협이 되지 않을까요?

    <김학주 한동대교수> 중국이 반도체보다 디스플레이에 집중하는 이유는 반도체와 달리 디스플레이는 미국과 직접 경쟁하지 않음.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이미 삼성, 애플과 경쟁하는 수준이므로 자체 panel 납품 선이 확장. 반도체는 미세화 기술이 넘기 어려운 벽이지만 디스플레이의 대면적화 기술은 시행착오를 거쳐 해결할 수 있을 만큼 진입장벽 높지 않아 후발주자들이 쉽게 따라 잡을 수 있기 때문.

    2018년부터 2022년 사이 OLED 수요는 34%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반면 생산능력은 중국의 집중투자로 인해 두 배로 증가할 것. 삼성SDI가 현재 플렉서블OLED의 95%를 생산하지만 2022년경 점유율이 32%로 하락할 전망. 이런 공급과잉으로 인해 수익성도 기대 이하일 것.

    특히 중국은 민간기업과 정부가 조인트벤처. 즉 삼성전자를 비롯한 한국의 IT업체들이 BOE가 아니라 중국 정부와 경쟁하는 꼴. 과거 일본 엘피다 반도체 사례. 이렇게 생산능력이 늘어날 때는 OLED 유기물질를 독점하고 있는 유니버셜 디스플레이 투자가 적합.

    신기술인 마이크로 LED가 출시되면 유기물질을 대체. 그러나 디스플레이가 가격이 중요한 상품임을 감안할 때, BLU등 부수장치가 필요 없는 OLED가 가격경쟁력을 갖는 편이 훨씬 빠를 것이므로 마이크로LED의 비싼 원가를 감안할 때 아직 대안이 될 수 없음.

    한국경제TV  유통산업부  김홍우  PD

     kimhw@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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