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도 32도 폭염…알래스카 50년만에 최고치 경신

입력 2019-07-06 11:38  


북아메리카 최북단인 미국 알래스카주(州) 최대도시 앵커리지의 낮 기온이 지난 4일 오후(현지시간) 화씨 90도(섭씨 32.2도)까지 치솟았다고 미 공영라디오 방송 NPR이 5일 보도했다.
미 국립기상청(NWS)은 트위터를 통해 "오늘(4일) 오후 5시에 앵커리지 국제공항이 사상 처음으로 90도를 공식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알래스카에서 1952년부터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역대 최고기온이다.
종전 최고기온은 1969년 6월 14일에 기록된 화씨 85도(섭씨 29.4도)로 50년 만에 최고기온 기록이 경신됐다.
미 독립기념일인 7월 4일의 앵커리지 평균 최고기온이 화씨 65도(섭씨 18.3도)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날 기록은 평년보다 화씨 기준으로 25도(섭씨 기준 13.9도)나 높았던 셈이다.
NWS에 따르면 앵커리지의 6월 평균 기온은 화씨 60.5도(섭씨 15.8도)로 평년보다 화씨로 5도 이상 높았다. 앵커리지는 16개월 연속 평년 이상 기온을 기록하며 고온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기상청은 또 앵커리지에 지난달 단 0.06인치(1.52㎜)의 비가 내리는 데 그쳐 기록적인 가뭄이 이어졌다고 밝혔다.
앵커리지뿐 아니라 알래스카주의 다른 도시들도 폭염를 피하지 못했다.
케나이는 4일 오후 화씨 88도(섭씨 31.1도)를 찍었고 킹새먼도 화씨 89도(섭씨 31.7도)를 기록했다.
고온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알래스카주 곳곳에 산불이 발생해 소방대원들이 진화에 나섰다. 알래스카 남부에는 산불 연기로 인해 대기오염 경보도 내려졌다.
알래스카주에서는 산불 경보에 따라 7월 4일 미 독립기념일 폭죽놀이도 주 대부분 지역에서 금지됐다.
폭염으로 알래스카에서 펼쳐진 3㎞ 산악 마라톤에서 출전 선수들이 중도 포기하거나 기권하는 사례가 속출했다고 NPR은 전했다.

알래스카주의 고온 현상은 북극권에 가까운 주(州) 상공을 덮고 있는 고기압이 촉발한 거대 `열돔`(뜨거운 공기가 지면에 갇히는 상태) 현상에 의한 것으로 분석된다.
NWS 기상학자인 빌 루드윅은 지역 일간 앵커리지 데일리뉴스에 "알래스카 위에 놓인 거대한 고기압 마루 때문"에 이상 고온 현상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프랑스, 스페인 등 유럽 서부를 펄펄 끓게 하는 극한의 폭염과 관련돼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 해빙 감소와 북극해 온난화도 알래스카 폭염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된다.
추위를 견디는 데 익숙한 알래스카 주민들은 이례적인 폭염에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알래스카 페어뱅크스대학의 기후 연구원인 브라이언 브렛슈나이더는 앞서 미 NBC 방송에 "알래스카는 여름 주가 아니라 겨울 주여서 주택들도 온기를 집 내부에 잘 유지하도록 지어졌다. 게다가 에어컨도 없기 때문에 밤에 열기를 식히는 것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알래스카에 40년간 살았다는 주민 머틀 맥로린은 현지 매체 알래스카 퍼블릭 에너미에 "1970년대 이후로 이런 기온을 경험해본 적이 없다"라고 말했다.
폭염은 알래스카 주민들의 생활은 물론 야생동물과 지역 경제에도 막대한 피해를 준다.
AFP 통신에 따르면 알래스카의 약 85%를 덮고 있는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건축물 토대와 야생동물 서식지가 불안정해지고, 툰드라 지역의 딸기류 채집이 어려워졌다.
게다가 알래스카 인들의 육상 교통 경로인 얼어붙은 강이 곳곳에서 녹는 바람에 자동차와 트럭 이동에 위험이 따르고 있다.
또 개 썰매 경주대회가 취소되거나 경로를 변경하고, 게잡이도 위험해졌다고 통신은 전했다.
이런 기상이변은 여름에 갑자기 나타난 현상이 아니다.
AFP는 올해 봄 한대(寒帶) 지역을 중심으로 곳곳에서 최고기온 기록이 깨졌고, 6월 내내 매일 평균 기온을 웃돌았다고 보도했다.
알래스카 기후평가정책센터의 기상 전문가 릭 소먼은 AFP에 "1901년부터 2016년까지 미 본토의 평균 기온은 화씨로 1.8도 올랐는데 알래스카에서는 4.7도 올랐다"며 알래스카의 온난화가 두 배 이상 빠르다고 지적했다.
알래스카의 폭염 기록 행진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현재 남부 앵커리지 일대에 머무는 고기압이 수일 내로 내륙 쪽으로 북진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알래스카 내륙에서는 과거 화씨 100도(섭씨 37.8도)를 기록한 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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