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수돗물' 인천 서구 이번엔 '물 비린내'…"어항 냄새가"

입력 2019-07-07 07:17   수정 2019-07-07 07:53


`붉은 수돗물` 사태가 발생한 인천에 공급되는 수돗물에서 최근 녹조가 원인인 것으로 추정되는 비린내가 나 주민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7일 환경부와 인천시 등에 따르면 최근 수돗물에서 물비린내가 난다는 인천 서구 등지 지역 주민의 민원이 수십건 접수됐다.
주민들은 "수돗물에서 새똥 냄새가 난다"라거나 "흙냄새가 난다"며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인천시 서구 당하동 아파트에 사는 김라미(44)씨는 "어항 냄새 같은 것이 수돗물에서 나기도 한다"며 "지금도 붉은 수돗물 공급이 계속돼 필터 색깔이 변하는 상황인데 냄새까지 심해져 물을 제대로 못 쓰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환경부는 인천 서구 등지에 물을 공급하는 서울 풍납취수장 일대 한강에서 발생한 녹조가 비린내의 원인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무더위와 마른장마가 겹치면서 발생한 녹조가 공급 과정에서 완벽히 제거되지 못하다 보니 각 가정의 수돗물에서 비린내가 난다는 것이 환경부의 추론이다.
국립환경과학원 물환경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풍납취수장과 인접한 서울 한강 잠실철교의 유해남조류세포 수는 지난달 17일 66 cells/㎖에서 이달 1일 828 cells/㎖로 급증했다.
관심 단계 기준치인 1천 cells/㎖에 근접한 수준이다.
특히 붉은 수돗물 사태로 수질에 대한 불안감이 높다 보니 인천지역 주민들이 물 상태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영석 국립환경과학원 한강물연구소 연구사는 "해당 세포 수 정도면 민감한 사람의 경우 냄새를 느낄 수 있는 수준"이라며 "물의 `맛냄새 물질`은 인체에 유해하지 않으나 심미적인 부분에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천 서구 등지에 수돗물을 공급하는 인천 공천정수장에는 고도정수처리시설도 갖춰져 있지 않아 녹조 성분을 완벽하게 제거하지 못했다.
환경부 물이용기획과 관계자는 "현재 붉은 수돗물 사태와 물비린내는 관계가 없는 것으로 판단한다"며 "주민들이 채수 요구를 할 경우 현장에 나가 정확한 원인을 파악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천시는 올해 8월 준공해 9월 말 가동 예정이었던 공촌정수장의 고도정수처리시설을 조기 가동해 수돗물 냄새 등에 대한 시민 불편을 해소한다는 계획이다.
고도정수처리시설 2단계 사업인 오존산화시설 설치공사도 2020년 시작해 2021년까지 완료할 예정이다.
김재원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 공촌정수사업소장은 "비가 오지 않는데 수온이 올라가면 조류 활동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며 "현재 정수장에서 분말 활성탄을 투입하는 등 냄새를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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