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8일 민간택지에 짓는 아파트에 분양가상한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사실상 공식화했는데요.
한국경제TV는 학계와 국책기관, 건설업계 대표, 민간연구원까지 망라하는 전문가 15명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을 실시했습니다.
이들 대부분 민간택지 아파트에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는 것은 이르다며, 장기적으로 집값이 더 뛰는 역효과가 우려된다고 경고했습니다.
문성필 기자와 신인규 기자가 연속으로 보도합니다.
<기자>
공공택지에만 적용했던 분양가 상한제를 민간택지까지 확대하는 것에 대해 전문가 15명 중 13명이 부적절하다고 답했습니다.
일부 강남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이 오르는 상황에서
분양가 상한제를 민간택지 전체로 확대할 필요가 있는 지 의문이라는 겁니다.
분양가 상한제 효과를 묻는 질문에는 전문가들 15명 중 12명이 단기적인 집값 안정화에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전문가들 모두 부작용이 나타날 것으로 우려했습니다.
시세보다 분양가가 너무 낮게 결정되면 이른바 '로또 청약'이 나타나 청약 시장이 과열될 수 있고,
분양가가 낮아져 수익성이 떨어지면 아파트 공급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여기에 아파트 공급 위축이 전·월세 수요 증가로 이어져 임대료가 오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추가 부동산 규제 가능성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갈렸습니다.
15명 중 6명은 금융·조세·임대주택 운영방법 차원의 추가 대책이 나올 수 있다고 관측했고,
나머지 전문가들은 이미 많은 규제가 발표된 만큼 추가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이르면 9월 중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확대가 시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문성필입니다.
<기자>
이번 긴급진단은 학계 2인과 국책기관 연구위원급 5인, 건설·정비업계 대표급 4인, 민간 금융권 연구위원급 4인 등 각 계 전문가들이 참여했습니다.
이 가운데 정부의 싱크탱크인 국책 연구기관 연구위원들이 이례적으로 정부 정책에 우려를 표한 점이 눈에 띕니다.
긴급조사에 참여한 국책기관 소속 인력들이 한 명의 예외 없이 정책의 시점과 효과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보인 겁니다.
"정책 신뢰도 확보가 우선"이라며 "현재 상황에서는 무대책이 대책임을 알아야 한다"는, 정부 정책에 대한 반감에 가까운 답변도 국책기관 연구원으로부터 나왔습니다.
특히 이들 가운데 절반 이상은 분양가 상한제가 부동산 양극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관측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공기관의 연구위원은 "최근 지표를 감안하면 수도권만 바라본 정책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서울을 제외한 지역 부동산 시장이 하락세인 가운데 추가 정책이 나올 경우 지역침체가 장기화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국책기관에서도 쏟아진 부정적 의견은, 국토부 장관의 깜짝 발언으로 시작된 민간주택 분양가 상한제가 심도있는 정책 조율을 거치지 않은 '정무적 판단'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반증합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현재 시장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시장이 불안해지거나 과열 기미가 나타날 때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확대 도입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신인규입니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