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바, 분식회계 의혹 걷어내나…김태한 구속영장 기각 파장은 [양재준 기자의 알투바이오]

양재준 선임기자

입력 2019-07-20 05:27   수정 2019-07-20 07:19

법원이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2번이나 기각하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한숨을 돌렸습니다.
이번 구속영장 기각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에 대한 첫 영장청구 기각이었다는 점에서 검찰에게도 상당한 부담을 줄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어찌 보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분식회계 혐의에서 상당 부분 벗어날 수 있는 면죄부 성격의 영장 기각이라는 측면도 강해 보입니다.
영장을 기각했던 명재권 서울중앙지법 영장점담판사가 검사 출신이라는 점, 김태한 사장의 개인 비리(횡령) 혐의라는 별건수사까지 조합했음에도 기각됐다는 점에서 검찰의 혐의 입증 부담을 더 커질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알투바이오`에서 이번 영장 기각의 의미를 짚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 분식회계 다툼 여지 있다는 법원 판단
법원은 20일 4조 5천억원대 분식회계를 주도한 혐의를 받는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의 구속영장을 2번째 기각했습니다.
앞서 법원은 지난 5월 25일 증거인멸을 지시한 혐의로 김 대표에 대해 청구된 첫 구속영장을 기각한 바 있습니다.
명재권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 날 김태한 대표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주요 범죄 성부에 다툼의 여지가 있는 점, 증거수집돼 있는 점, 주거 및 가족관계 등에 비춰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김태한 대표와 함께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최고재무책임자(CFO) 김모 전무와 재경팀장 심모(51) 상무의 구속영장도 모두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등의 사유로 기각했습니다.
이번 검찰의 영장 청구는 크게 2가지의 의미가 있었습니다.
하나는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지류 즉, 가지치기(증거인멸 혐의)가 아닌 본류(분식회계)에 대한 첫 구속영장 청구였습니다.
이번 구속영장은 검찰이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수사에 착수한 후 증거인멸이 아닌 분식회계 혐의로 청구한 첫 사례였다는 점에서 검찰 역시 향후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그룹 최고위층에 대한 수사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동안 검찰은 김태한 대표의 신병을 확보한 후 삼성그룹 전·현직 그룹 수뇌부들을 소환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습니다.
더욱이 별건수사인 김태한 사장에 대한 개인 비리 혐의(횡령 등)까지 구속영장 청구에 적시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데 검찰로써는 충격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명재권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는 검찰 출신이면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했던 인물입니다.

▲ `분식회계` 수사 부담감 커진 검찰
향후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더욱 더 강도높게 진행되겠지만, `빅 이벤트(?)`를 꿈꾸는 검찰의 예봉은 한풀 꺾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무리한 수사라는 비판과 부담을 떠앉아야 하기 때문이죠.
2번째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검찰도 큰 부담을 안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김태한 사장에 대한 3번째 영장을 청구하는 `경우의 수`도 남아 있지만, 또 기각될 경우 검찰의 부담은 지금보다 한층 강도가 높아지게 됩니다.
이번 영장 기각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에 대한 혐의 역시 다시 생각하게 되는 여론전이 형성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달 14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분식회계에 대한 검찰의 수사 압박이 커지자 이례적으로 사과문을 발표했습니다.
당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는 `검찰 수사에 대한 입장`을 통해 "증거인멸과 같은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물의를 빚은 것에 대해 대단히 송구하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아울러 임직원들이 구속되고, 경영에 차질이 빚어진 데 대해서도 막중한 책임을 느낀다"고 밝혔습니다.

▲ 외국인투자가·바이어 동요 진정 계기
이를 두고 그룹 수뇌부 수사를 염두한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평가들이 많았습니다만, 일단 현재 상황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외국인투자가와 해외 바이어들에 대한 동요는 진정시킬 수 있게 됐습니다.
바이오시밀러 사업은 철저히 장치 산업이자 수주 산업이기 때문입니다.
대표이사가 법정 구속됐을 경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미지 타격은 물론 해외 수주 경쟁업체들에게는 좋은 호잿거리일 수 밖에 없습니다.
미국이나 유럽 선진국 제약사들의 경우 내부 규정에서 도덕성과 범죄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엄격히 적용하기에 수주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분 8.61%를 보유하고 있는 외국인투자가에 대한 설득과 해명도 한층 수월해 지게 됐습니다.
김태한 사장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여론전은 오히려 설득력을 더할 수 있게 됐다는 분석입니다.
외국인들은 `범죄에 대한 타툼의 여지가 충분히 있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해명이 맞는 것 아니냐`는 판단을 할 수 있습니다.
금융당국과의 행정소송을 진행중인 사안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게 됐습니다.

《알투바이오는 포스트모더니즘을 추구하는 기자의 `알고 투자하자 바이오`의 줄임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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