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방콕 외교전서 日 겨냥 '일침'…"이익 위해 타국 희생시켜선 안돼"

입력 2019-08-01 21:06  


"우리는 무역과 상업의 자유로운 흐름으로 공유하고 있는 파이의 조각을 확대해야 하지, 타국을 희생시켜가며 자국의 이익을 도모하려는(beggar-thy·근린궁핍화) 태도로 접근해서는 안 됩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1일 태국 방콕 센타라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한국-아세안 외교장관 회담 모두발언에서 "아세안과 한국이 투명하고 개방적이며 규칙을 따르는 다자무역체제를 지키는 보호자라는 점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강 장관은 그러면서 "주요 무역 상대국들 사이에서 발생한 무역 긴장과 관련한 동료 장관들의 우려도 공유한다"고 했는데, 이는 일본이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에 불만을 품고 취한 조치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은 지난달 4일 한국에 대한 반도체 소재 등 3개 품목의 수출규제를 강화한 데 이어 한국을 전략물자 수출심사 우대국가(백색국가) 명단, 이른바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 처리를 추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등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 참석차 지난달 31일 방콕에 도착한 강 장관은 이날까지 이틀째 양자회담과 다자회의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일본의 이번 조치가 부당하다는 점을 다른 나라들에 설파하고 있다.
강 장관은 이날 오전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한중외교장관 회담을 하면서 현재 한국과 일본이 겪고 있는 갈등상황을 설명했다고 외교부 당국자가 전했다.
이에 왕이 부장은 "세계무역기구(WTO)를 근간으로 하는 전 세계 자유무역 체계 질서가 중요하며 유지되어야 한다"는 입장과 "역사를 거울삼아서 미래지향적으로 관계가 진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다만, 한국과 중국 외교부가 한중 외교장관 회담 후 발표한 자료에는 이러한 내용이 언급되지 않았다.
강 장관은 이날 오후 페데리카 모게리니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와 만나 일본의 무역 제한 조치가 갖는 부정적 영향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고, 상황 악화를 막기 위해 외교적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 장관은 잇달아 열린 에리완 유소프 브루나이 외교장관과의 양자회담에서 일본의 보복적 성격의 수출규제 조치가 세계 자유무역질서는 물론 한국과 아세안의 공동번영에 도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모게리니 대표는 한일 양국이 상호 협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데에, 에리완 장관은 자유무역질서의 중요성에 각각 공감을 표했다고 외교부 당국자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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