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환: 지난 7월 중순에 하반기 시장 전망을 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근본적인 이유는 우리 경제를 지탱하는 반도체 경기 하강과 그 동안 국내 증시 상승의 원동력이었던 바이오 업체의 악재 발생 때문이다. 여기서 좀 달라진 것은 이 같은 부분들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반도체 분야에는 일본의 백색국가 배제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관심사입니다. 반도체는 경기 사이클에 민감합니다. 삼성전자는 2017년과 2018년 반도체 호황으로 순이익이 40조원을 넘어섰는데, 올 상반기 절반이상 감소했습니다. 반도체 시장은 본래 호황기에는 열심히 제품 만들어 팔고, 침체기에 열심히 연구 개발을 해서 차세대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 것인데, 삼성의 초격차라고 불리는 전략에는 이 시기가 가장 중요합니다. 그런데 지금 그런 시기에 일본에서 소재 수출을 규제한다고 발표한 것이기 때문에 분명 영향이 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정부에서는 국산화한다고 지원을 늘리겠다고 하지만 우리가 예상 못하는 악재가 있을 수 있어 우려됩니다. 또, D램 가격이 일본의 소재 수출 규제로 현물가격이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감산 우려 이슈에도 다시 가격은 정상화되고 있는 모습입니다. 코스닥도 코스피와 마찬가지로 2010년부터 2014년까지 긴 박스권을 뚫고 2015년과 2017년 두차례 대세 상승기에 진입했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코스닥은 2015년도에도 바이오, 2017년에도 바이오 섹터가 지수 상승을 이끌었습니다. 2015년도에는 지금은 헬릭스미스로 이름을 바꾼 바이로메드가 엄청난 주가 상승을 보여줬고, 2017년에는 셀트리온제약, 신라젠이 시장을 견인했습니다.
정세미: 바이오 섹터도 코오롱티슈진, 에이치엘비, 신라젠까지 악재가 쏟아지고 있는데?
최성환: K바이오의 수난시대입니다. 지난주 금요일 신라젠 펙사벡 무용성 평가가 나오면서 하한가를 기록했습니다. 신라젠의 시가총액은 현재 2조 2천억원 규모입니다. 지난주 하한가 잔량이 1,400만주 이상 쌓여있었기 때문에 추가하락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현재 코스닥의 시가총액이 215조원으로 신라젠이 하한가에 간다면 지수에 주는 충격이 -0.3% 수준에 달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하한가면 6,000억원이 증발하는 것인데 숫자로 보면 엄청난 금액입니다. 우리는 이 같은 바이오 섹터의 악재들이 투자자들이 일거에 따나는 ‘엑소더스’로 발전할까 우려됩니다. 앞으로 에이치엘비, 헬릭스미스, 메지온의 임상결과 발표가 있을 예정인데 투자자들이 좋은 임상 결과를 기다리는 것이 장기투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엑싯을 위한 성격이 다분 합니다.
정세미: 국내 바이오섹터의 고평가 논란은 어제 오늘일이 아닌데, 글로벌 업체와 비교했을 때 어떤가요?
최성환: 국내 바이오 업체들은 수년간 대규모 적자를 기록 중인 업체도 수조원의 기업가치로 평가 받고, 수백배의 PER 수준에서 거래됩니다. 글로벌 제약 바이오 업체들 화이자, 애브비, 사노피 등 평균 PER이 18배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턱 없이 높은 수준입니다. 우리나라 바이오 업체들이 고평가된 이유는 이런 평가를 유도하는 시장 환경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정부는 연일 바이오섹터에 투자를 확대하는 정책을 쏟아내고 있고국회는 지난주 본회의를 열어 첨단재생의료의 지원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첨생법을 통과시켰습니다. 증권가의 애널리스트도 신약의 가치를 내세우며 높은 목표주가를 제시했습니다. 여기에 IB는 해외 바이오 기업들의 국내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싱가포르의 프레스티지 바이오파마, 베트남의 나노젠 같은 바이오 업체들이 내년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있다. 물론 기술의 진보를 위해서는 투자가 필요합니다. 주식시장의 설립 취지가 원활한 자금 조달에 있기 때문에 더 높은 가치로 평가해주는 시장에 상장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하지만 인보사, 펙사벡 사태처럼 그 기대감이 무너지게 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의 몫으로 돌아가게 되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정세미: 반도체도 그렇고 바이오도 그러면 시장의 돌파구는 어디에?
최성환: 내우외환(內憂外患)으로 국내 증시가 올 들어 최저점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투자자들의 시름 또한 깊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난해 10월 증시가 폭락할 당시에는 1월 효과에 대한 기대감이라도 있었지만, 이번 하락은 다가올 추석 명절과 연말 세금이슈 등으로 수급적인 활로가 빈약한 시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결국 믿을 수 있는 것은 또 다시 연기금입니다. 지난주 코스피 지수가 2,000pt 아래로 내려가면서 연기금의 매수세가 유입되었다. 8월 2일 당일에만 4,600억원 이상의 자금이 집행되었는데, 이는 2012년 이후 처음 있는 대규모 매수였습니다. 2012년 6-7월 연기금의 대량 매수 이후에 주가가 급상승 하는 모습을 보여줬는데, 이번에도 기대됩니다.
정세미: 연기금은 어디에 투자를 하고 있을까요?
최성환: 연기금의 투자처는 심플합니다. 주가가 저점 수준에 있고, 호실적이 예상되며, 청산가치가 담보되는 기업들입니다.지금 상황에서는 저PER, 저PBR 관련주가 유력하다 볼 수 있습니다. 시장에 그 어느 때보다 쏠림현상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5G, 비메모리, 게임주 같은 주도 섹터는 이미 오를 만큼 올랐고,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로 ‘애국’ 테마가 시장에 새로운 주도주로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이미 국내 증시는 이렇게 실적보다 수급 논리로 움직이는 종목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럴 때일수록 <실적이 좋은 종목을 싸게 매수하는> 원칙을 지키며 투자에 임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세미: 그렇다면 대표님이 제시하는 중소형 가치주는?
최성환: 2분기 호실적이 기대되고, 투자 모멘텀을 확보하고 있으며, 자산가치가 높은 5종목 제시합니다. 1)핀테크 - <NHN한국사이버결제> : 올 하반기부터 iOS 진출 효과 본격화합니다. 2)공유 비즈니스 - <코오롱글로벌> : 공유 하우스 성장 잠재력에 주목합니다. 3)골판지 - <대양제지> : 골판지 업계 내 가장 높은 수익성 확보했습니다. 4)IDC용 비상발전기 - <지엔씨에너지> : 국내 IDC 증설로 수혜 진행 중 입니다. 5)바이오 연료 - <제이씨케미칼> : 환경정책 강화로 지속 성장 기대됩니다.
정세미: [트렌트로 읽는 투자] 여기까집니다. 함께해주신 최성환 대표. 감사합니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