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4 1장 가득 채운 대외활동…‘취업 스펙’ 되나요? [JOB다한 이야기]

입력 2019-08-07 09:44  



‘OO서포터즈, △△기자단, □□공모전 우수상…’ 올해 초 ‘캠퍼스 잡앤조이 기자단’에 지원했던 한 지원자의 경력이다. 23살의 나이에 이걸 어떻게 다 해냈을까 싶었다. A4 1장은 거뜬히 채울 정도로 어마어마한 스펙을 갖고 있었다.
당시 면접관으로 들어갔던 기자는 지원자가 자기소개하는 동안 그의 길고 긴 활동 사항을 살폈다. 우선, 15개가량의 대외활동 중 기자의 역량을 갖추는 데 도움 될 만한 대외활동이 있었나 찾아봤다. 딱히 눈에 띄는 활동은 없었다. 그렇다고 전공과 관련 있어 보이는 대외활동도 1~2개 정도뿐 나머지는 제각기 분야가 달랐다.
지원자는 이것도 관심 있고 저것도 관심이 있다고 얘기하면서 “취재 경험은 없지만 글쓰기에 무조건 자신이 있다”고 어필했다. 면접 전 기자는 해당 지원자의 이력서가 매우 독특해 유심히 그의 글을 읽어봤지만, 기자보다는 작가에 더 어울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면접에서도 같은 생각이었다. 면접관으로 들어갔던 다른 기자들도 나와 같은 느낌이었나보다. 모두가 그 지원자에게 낮은 면접 점수를 줬고, 그를 기자단으로 합격시킬 수 없었다.
●대학생 47% “대외활동 안 하면 취업에 불리해”
우리나라 대학생들은 취업을 위해 이런저런 대외활동을 한다. 대학생들에게 대외활동이란 마치 취업 때 꼭 갖춰야 할 스펙으로 인식돼있을 정도다. 2015년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에서 조사했던 ‘대학생 대외활동 실태조사’에서는 1인당 평균 4.9회의 대외활동 경험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대외활동 1회 평균 기간인 7개월 동안 하루 2시간 이상의 온·오프라인 활동을 하는 등 많은 시간을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생의 47%는 ‘대외활동을 하지 않으면 취업에 불리할 것’이라고 생각했으며, 48%는 ‘전공이나 개인적 관심사와 관련이 없어도 ’취업 스펙‘을 위해 대외활동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학업만으로도 바쁜데 이렇게 많은 시간이 드는 대외활동을 꼭 여러 개 할 필요가 있을까. 실제로 얼마만큼이나 취업에 도움이 될까.
●기업 인사담당자 85% “실무 능력과 스펙은 별개”
기업 인사담당자들의 생각은 취업준비생들의 기대와 다르다. 지난 2일 취업포털 커리어가 기업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고스펙 소지자의 업무 능력이 뛰어나다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대답한 인사담당자는 85.4%였다. 이들은 그 이유에 대해 ‘실무 능력과 스펙은 별개라서(74.9%)’라고 답했고 ‘인성이 부족해서(13.3%)’,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부족해서(11.8%)’ 등이라고 말했다. 업무성과와 상관성이 가장 높은 스펙으로는 ‘인턴 및 아르바이트 경력(51%)’이라고 답했다.
실제로 기자가 대기업과 중견·중소 기업 인사담당자들을 만나서 스펙 관련 질문을 했을 때 대부분이 ‘직무와 관련된 활동’을 강조했다. 한 대기업 인사담당자는 “많은 경험이 중요한 게 아니라 지원자가 지원한 직무와 관련된 경험을 했는지가 중요하다. 지원한 직무 분야의 인턴,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다면 직무에 해당하는 업무를 접해봤을 테니 유리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또 한 중견기업 인사담당자는 “대외활동 경험, 자격증은 채용 때 보지 않는다. 지원자가 지원한 분야에 대해 얼마나 관심이 있는지, 얼마만큼의 열정이 있는지를 본다”라고 말했다.
입사 지원 시, 다른 지원자와 차별화된 경험과 경력을 어필하기 위해서, 지원한 기업에 대한 관심도를 표현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 대외활동이고 인턴, 아르바이트 경험이다. 취업이 힘들다 보니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이것저것 경험만 쌓는 대학생들이 많다. 하지만, 앞으로 자신이 일하고 싶은 분야와 관련된 활동을 선별하는 눈이 먼저 필요한 것 같다. 객관적이고 좀 더 넓은 시야로 자신의 인생을 계획해볼 필요가 있다. 아까운 20대의 시간을 허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김지민 캠퍼스 잡앤조이 기자 min5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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