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심각한 건 물가상승률까지 마이너스로 돌아섰다는 점입니다.
일반적으로 물가가 떨어지면 좋은 게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특히 성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물가까지 하락하면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극도로 위축돼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맞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어서 조연 기자입니다.
<기자>
<인터뷰> 임기국 (양천구 목동)
"물가 낮으면 편하게 물건을 살 수 있고 좋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런데 물가가 낮구나 라는 생각은 안 들어서, 딱히 체감되지 않고.. 돈을 확실히 안 쓰게 되죠"
<인터뷰> 서옥자 (동작구 대방동)
"20만원 갖고 장 보러 나왔는데 턱 없이 부족해요. 일주일이 아니라 3~4일 정도 되려나.. (편하게 장 보는 것) 꿈도 못 꿔요"
흔히 물가는 사람의 체온에 비교됩니다.
너무 높아도 문제이지만, 반대로 너무 낮아도 위험하죠.
'물가가 낮으면 좋은 것 아니냐?' 라는 의문이 들 수 있지만, 물가상승률은 적정 수준이어야 경제의 윤활유가 됩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04%, 1965년 통계작성 이후 사상 첫 마이너스를 기록했습니다.
지난 8월까지 누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5%, 이 또한 역대 최저치로 연간 0%대 저물가가 사실상 현실화됐다는 걸 의미합니다.
정부는 "마이너스 물가는 무상급식·보육 등 복지정책의 효과와 국제유가 하락, 농수산물 가격의 기저효과 등에 따른 일시적 효과"라며 디플레이션 우려를 일축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걸 어떻게 볼까요?
<인터뷰>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이사
“정부의 설명도 맞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마이너스 물가를 기록한 8월 한 달만 볼 것이 아니라, 올해 들어 계속 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8개월 연속 그랬다는 것은 무언가 수요 측의 문제가 있다고 보는게 맞다. 구매력의 문제라기 보다는 경제심리가 많이 나빠지고 있다."
체감물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이고, 부동산 수요가 살아있는 만큼 아직 본격적인 디플레이션은 아니라는 진단에 무게가 실립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저성장과 저물가가 맞물리며 경제주체의 심리가 지속적으로 위축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정부는 이런 점을 감안해 내년 예산을 513조 원이라는 역대급 규모로 편성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정부 재정으로 성장을 견인하는 시대는 이미 끝났다고 말합니다.
정부 지출구조를 다시 설계하고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산업구조 개편도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인터뷰> 강인수 숙명여대 교수
"한정된 예산을 가지고 우선순위를 정해서 할당을 해야 하는데, 지금 발표된 내용을 보면 포용성 강화 관련 예산이 압도적으로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 부분에 대한 검증이나 점검 없이 총량적인 편성을 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을까. 또 빚이 늘어나는, 정부 부채가 느는 부분도 (예산의) 질이 나쁘다는 문제가 있다."
출산율 하락과 생산가능인구의 감소, 노동생산성 하락 등 인구 구조적 문제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숙제입니다.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초고령사회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는 한국 경제.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의 생존 전략이 요구되는 시점입니다.
한국경제TV 조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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