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보다 더 무서운 'D의 공포' [경제 시계가 멈춘다]

임원식 기자

입력 2019-09-09 18:12   수정 2019-09-09 17:46

    <앵커 크로마>

    [인터뷰] 권애순 / 서울 구로

    "만 원을 장을 보러가면 그 전엔 여러가지 (물건을) 살 수 있었는데 지금은 한, 두 가지 사면 없어요. 부족하더라고요. IMF 때보다 더 어렵죠."

    [인터뷰] 송오종 / 인천

    "지금 투자하는 곳(기업)이 없잖아요. 그래서 여기 건물 짓는데 막노동 하러 왔다니깐요. 하루 일해서 먹고 살려고. IMF는 저리 가라예요. 상상을 초월해요. 먹고 사는 것이..."

    요즘 심심찮게 듣는 말, "IMF 때보다 더 어렵다."

    우리 경제, 정말 IMF 시절보다 어려워진 걸까요?

    각종 경제지표들을 비교해 봤습니다.

    먼저 국내총생산, GDP입니다.

    7천억 달러에서 2조7백억 달러로, 3배 가량 늘었고요.

    1인당 국민총소득, GNI는 만3천 달러에서 3만6백 달러로, 3배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교역에서도 놀라운 성과를 이뤘습니다.

    97년 천4백억 달러였던 수출은 지난해 6천억 달러까지 늘었습니다.

    20년 새 4배 가량 증가하면서 세계 12위에서 6위로 껑충 뛰어올랐습니다.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경상수지 역시 764억 달러 흑자로 돌아섰습니다.

    IMF 위기를 불러온 장본인이죠.

    204억 달러에 불과했던 외환보유고는 지난해 4천억 달러를 넘어섰습니다.

    투기 등급에 내몰렸던 우리나라 신용등급은 현재 우리와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이웃, 일본보다 두 단계나 높습니다.

    경제지표로만 봐선 IMF 시절보다 어렵다는 말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기업들이, 또 자영업자들이 하나 같이 어렵다고 하는 이유는 뭘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돈이 돌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1,600조 원에 이르는 가계 빚에, 수출은 올 들어 계속해서 줄고 있습니다.

    더딘 경제성장으로 투자와 소비가 제자리를 맴돌면서 '디플레이션'을 걱정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한국 경제 긴급진단 연속보도, 경제·금융편, 먼저 조연 기자입니다.

    [조연 리포트 - 한 발 더 다가온 위기…저물가의 공포]

    <인터뷰> 임기국 (양천구 목동)

    "물가 낮으면 편하게 물건을 살 수 있고 좋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런데 물가가 낮구나 라는 생각은 안 들어서, 딱히 체감되지 않고.. 돈을 확실히 안 쓰게 되죠"

    <인터뷰> 서옥자 (동작구 대방동)

    "20만원 갖고 장 보러 나왔는데 턱 없이 부족해요. 일주일이 아니라 3~4일 정도 되려나.. (편하게 장 보는 것) 꿈도 못 꿔요"

    흔히 물가는 사람의 체온에 비교됩니다.

    너무 높아도 문제이지만, 반대로 너무 낮아도 위험하죠.

    '물가가 낮으면 좋은 것 아니냐?' 라는 의문이 들 수 있지만, 물가상승률은 적정 수준이어야 경제의 윤활유가 됩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04%, 1965년 통계작성 이후 사상 첫 마이너스를 기록했습니다.

    지난 8월까지 누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5%, 이 또한 역대 최저치로 연간 0%대 저물가가 사실상 현실화됐다는 걸 의미합니다.

    정부는 "마이너스 물가는 무상급식·보육 등 복지정책의 효과와 국제유가 하락, 농수산물 가격의 기저효과 등에 따른 일시적 효과"라며 디플레이션 우려를 일축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걸 어떻게 볼까요?

    <인터뷰>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이사

    “정부의 설명도 맞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마이너스 물가를 기록한 8월 한 달만 볼 것이 아니라, 올해 들어 계속 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8개월 연속 그랬다는 것은 무언가 수요 측의 문제가 있다고 보는게 맞다. 구매력의 문제라기 보다는 경제심리가 많이 나빠지고 있다."

    체감물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이고, 부동산 수요가 살아있는 만큼 아직 본격적인 디플레이션은 아니라는 진단에 무게가 실립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저성장과 저물가가 맞물리며 경제주체의 심리가 지속적으로 위축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정부는 이런 점을 감안해 내년 예산을 513조 원이라는 역대급 규모로 편성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정부 재정으로 성장을 견인하는 시대는 이미 끝났다고 말합니다.

    정부 지출구조를 다시 설계하고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산업구조 개편도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인터뷰> 강인수 숙명여대 교수

    "한정된 예산을 가지고 우선순위를 정해서 할당을 해야 하는데, 지금 발표된 내용을 보면 포용성 강화 관련 예산이 압도적으로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 부분에 대한 검증이나 점검 없이 총량적인 편성을 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을까. 또 빚이 늘어나는, 정부 부채가 느는 부분도 (예산의) 질이 나쁘다는 문제가 있다."

    출산율 하락과 생산가능인구의 감소, 노동생산성 하락 등 인구 구조적 문제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숙제입니다.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초고령사회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는 한국 경제.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의 생존 전략이 요구되는 시점입니다.

    한국경제TV 조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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