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 2개 동시구동 가능…게임 2개도?
메인화면 주름, 햇빛 아래에선 더 잘보여
이렇게까지 조마조마하며 사용했던 물건이 있었나 싶습니다. 한국 중고거래사이트에선 300만원, 미국에선 400만원, 홍콩에선 500만원 이상에 되팔리고 있다고 하니 더 부담스럽습니다. 240만원짜리가 어찌나 지문이 잘 묻던지 하루에도 수십번씩 닦아주며 관리했습니다. 삼성전자의 첫번째 폴더블폰 갤럭시폴드 얘기입니다. 지난 개봉기 기사를 통해 제품에 대해 간단히 살펴봤는데요. 떨어뜨릴라 일주일간 손에 꽉 쥐고 다니며 사용해본 경험을 적겠습니다. 영상에는 소비자 입장에서 궁금했었던 12가지 핵심 내용을 일문일답으로 담았습니다. 해당 내용은 제품 기본 설정에 한해 작동해본 결과입니다.
● 사람들 쳐다보나요? 일부러 접고 펼쳐봤지만...
안 쳐다봅니다. 유치하지만 제일 많이 들었던 질문 가운데 하나입니다. 아직 전국에 몇천대 밖에 없는 접히는 스마트폰이 신기한 물건임에도 사람들은 타인의 스마트폰이 무슨 기종인지 별로 관심 없습니다. 출퇴근길 지하철에서 일부러 접고 펼쳐봤지만 소용없었습니다. 운행 중인 지하철 칸에서 갤럭시폴드를 신경쓰는 사람은 저밖에 없더군요. 허세나 관심을 위해 2차 판매에 참여했다면 실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개봉 초기에 지인들에게 끊임없는 접고 펼침 노동을 요구당하게 되니 그것으로 대리만족을 할 순 있습니다.
7.3인치 메인디스플레이를 한 손으로 펼치는 건 쉽지 않습니다. 여러번 시도해보고 성공도 해봤지만 손톱으로 흠집을 낼까 무서워 두 손으로 열게 됩니다. 그마저도 러시아워에는 시도조차 하기 힘듭니다. 이럴 때는 4.6인치 커버디스플레이가 유용합니다. 무게는 1.5배여도 가로길이가 62.8mm로 노트10+(77.2mm)나 S10+(74.1mm)보다 짧습니다. 한 손에 움켜쥐기 좋기 때문에 이동할 때 사용하기 편합니다. 6인치 이상 스마트폰에 비해 답답하지만 개인적으론 e-북이나 웹툰, 기사를 보기에 무리는 없었습니다. 동영상도 가로화면으로 본다면 괜찮습니다. '아이폰5'와 '갤럭시S3' 화면 수준을 생각하면 될 것 같은데요. 커버가 21:9 비율이기 때문에 위가 짧다는 느낌은 받습니다.
● '태블릿'보다 가벼운 '패블릿'…4.2:3 영상은 아쉬워
276g이 나가는 탓에 접힌 상태로 한 손에 잡으면 묵직합니다. 이동하며 영상을 시청하기엔 무겁게 느낄 수 있습니다. 다만 화면을 펼친 상태에서 양손으로 잡으면 부담스럽진 않습니다. 완벽한 태블릿같은 스마트폰, 패블릿(Phablet:폰+태블릿)이죠. 꽤 가볍게 출시됐다는 태블릿 갤럭시탭S5e도 무게가 400g 정도 나가는데요. 태블릿보다 가볍게 시청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메인 디스플레이가 4.2:3 비율로 설계돼있어 영상 위아래 검은색 띠같은 레터박스가 생기는 건 피할 수 없습니다. 때문에 기존 16:9 비율의 태블릿 만큼의 영상 몰입을 주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커버와 메인의 연동 속도는 만족할 수준입니다. 커버에서 영상을 보다 화면을 열면 바로 메인에서 구동하는 기능인데요. 메인에서 커버로 넘어가는 반대의 상황도 설정을 통해 지원됩니다. 큰 화면으로 시청하다 주위에 사람이 많아지면 제품 보호를 위해(쑥스럽기도합니다) 얼른 접어 커버로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다만 모든 애플리케이션이 지원되는 건 아닙니다. 유튜브 등 구글 기본앱과 네이버, 카카오톡은 무리없이 작동합니다. 헬스장 멤버십 앱은 작동하지 않더군요. 지원되지 않는 앱은 '설정 변경 불가'라고 표시됩니다.
● 영상보며 '딴짓하기' 최고…게임 동시구동 가능?
쓸모 없을 줄 알았는데 은근히 많이 쓰게 되는 기능이 '멀티 액티브 윈도우'기능입니다. 영상보며 딴짓하기에 안성맞춤입니다. 유튜브를 보다가 검색하러 애플리케이션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됩니다. 오른쪽을 쓸어 화면을 분할해서 사용하면 작지 않은 화면으로 두 가지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영상+채팅' 또는 '영상+검색' 조합이 좋더군요. 책 2권을 동시에 볼 일이 많지 않겠지만 e-북 2개 동시 열람도 가능합니다.
일부에 한해 영상 동시 재생도 지원합니다. 제가 해본 건 '유튜브+왓챠플레이'과 '네이버TV+왓챠플레이'조합인데요. 특이한 건 영상 재생은 되지만 음성은 유튜브 또는 네이버TV가 우선권을 가집니다. 왓챠플레이가 '영상+음성'이 되면 유튜브나 네이버TV가 멈춥니다. 반대 상황으로 유튜브나 네이버TV가 '영상+ 음성'을 지원하면 왓챠플레이 재생이 멈추지 않습니다. 소리만 꺼지는거죠.
갤럭시폴드 소프트웨어 개발 당시 삼성전자는 구글과 협업을 진행했다고 밝힌 바 있는데요. 네이버도 협업 업체 가운데 하나였기 때문일까요. 유튜브와 네이버TV는 동시에 재생이 안됩니다. 한쪽을 틀면 한쪽 영상이 멈춥니다. 두 업체 가운데 누구도 우선권이 없는거죠. 재밌는 건 미국 샌프란시스코 갤럭시폴드 공개행사 때 영상 시연을 담당했던 넷플릭스가 멀티 액티브 윈도우를 아예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딴짓하지 말고 영상에 집중하라는 넷플릭스의 숨겨진 뜻일까요.
가장 '멀티'를 필요로 하는 게임도 동시 구동이 가능합니다. 제가 해본 건 넷마블의 '펜타스톰'과 넥슨의 '트라하'였는데요. 실시간 작동을 요구하는 MOBA 장르 펜타스톰을 하며 MMORPG 트라하의 자동사냥을 켜면 진행이 되긴 합니다. 그러나 화면 비율도 깨지고 뭔가 억지로 작동시키는 방식입니다. 얼마 가지 않아 트라하쪽 화면에 오류가 났네요. 게임 동시 구동은 LG전자의 듀얼스크린 'V50S 씽큐'를 추천합니다.
● 무시하고 싶지만 자꾸 보게 되는 '주름'
갤럭시폴드가 처음 공개됐을 때부터 제기된 문제죠. 가운데 주름입니다. 투명 폴리이미드 필름(CPI)특성상 주름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화웨이 폴더블폰 메이트X는 바깥으로 접는 아웃폴딩임에도 주름이 생겼죠. 삼성전자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메인 화면 주름은 특성상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완전 무시할 순 없습니다. 특히 낮에 두드러집니다. 야외에서 갤럭시폴드를 펼칠 때면 햇빛에 반사되는 주름이 유독 눈에 띕니다. 검은화면, 흰화면, 동영상 재생화면 무슨 화면에서든 주름이 보입니다. 처음부터 의도적으로 무시했던 저야 별 문제없이 쓰겠지만 못 참는 소비자가 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공교롭게도 대부분 사람들이 갤럭시폴드를 처음 접하고 보인 반응은 "주름 잘 보이네?"였습니다.
완벽하진 않았지만 접히는 것 하나만으로 '혁신'이라는 찬사를 받은 갤럭시폴드. 올해 전체 물량으로 2~3만대 가량이 국내에 풀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2차 판매부터는 통신사 물량도 약 1만대 가까이 늘어나고 맞춤 보험도 나오게 되죠. 18일 오전에 이미 2차 물량이 완판돼 추가 판매에 들어갔다고 하니 한동안 관심이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십수년전처럼 폰 접는 게 특이하게 여겨지지 않는 시대가 다시 오게 될지 궁금합니다.
일주일 간격으로 갤럭시폴드 '개봉기'와 '실사용기'를 전달해드렸는데요. 아쉽지만 '갤폴드'를 소개해드리는 기사는 이번이 마지막입니다.(사실 더 할 말이 없습니다) IT기기 리뷰는 새로운 인기제품이 오면 다시 찾아 뵙도록 하겠습니다. 다음주 TMI특공대는 '부동산 청약, 내 점수는 몇 점?'을 주제로 과열되는 부동산 청약 시장에 대해 짚어보겠습니다.
(이전기사 : 6개월 라면 먹을 각오로 산 갤럭시폴드 개봉기…"손톱 조심하세요" [TMI특공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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