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정 전남편 살해 4차 공판…이번에도 눈물로 호소할까

입력 2019-09-29 07:14  


전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고유정(36)이 30일 열리는 재판에서 어떤 말을 할지 관심이 쏠린다.
제주지법 형사2부(정봉기 부장판사)는 30일 오후 2시 201호 법정에서 고씨의 4차 공판을 연다.
지난 16일 열린 3차 공판에서 고씨의 변호인은 증인신문이 이뤄지기 전에 고씨가 지난 1차 공판 때 하지 않았던 모두진술을 하겠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변호인은 당시 공판에서 "접견을 통해서 피고인과 주고받았던 내용을 종합적으로 정리했다"며 "피고인이 직접 모두진술 할 기회를 달라"고 했다.
변호인 측이 제시한 고유정의 의견진술서는 A4 용지에 프린트된 것으로 분량은 16페이지에 달했다.
당시 재판부는 "1차 공판에서 모두진술할 기회를 줬으나 피고인이 직접 진술하지 않겠다고 말한 바 있다. 내용 역시 그동안 변호인이 주장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 나중에 최후 변론 때 해도 될 듯하다"며 거부 입장을 보였다.
고씨는 자리에서 일어나 울먹이며 거듭 진술할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재판부는 결국 다음 기일에 변호인이 아닌 본인이 직접 의견서를 수기로 작성해 오는 조건으로 5∼10분가량 자신의 의견을 직접 말할 기회를 주기로 했다.

당시 고씨는 여전히 머리를 풀어헤친 채 연녹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들어섰지만, 이전 재판과는 다른 분위기를 보였다.
고개를 푹 숙이고 들어오던 모습과는 달리 얼굴을 들고 들어와 자리에 앉은 뒤 머리를 쓸어넘기는 등 자신의 입장을 밝히기 위해 무언가 작심한 듯한 모습이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고씨가 직접 재판부에 자신의 결백을 주장함으로써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보고 있다.
고씨가 변호사 뒤에 숨기보다는 자신이 직접 전남편의 변태적 성욕을 증언하고, 전남편이 강제로 성폭행하려 하자 이를 제지하기 위해 벌어진 우발적 사건임을 호소하면서 자신이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임을 강조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이 증인을 통해 고씨의 계획적 범행 증거를 들이대며 반격에 나서면서 분위기는 상당히 기울어진 상태다.
검찰은 지난 재판에서 대검찰청 감정관 2명을 증인으로 내세워 피고인의 차량에서 나온 붉은색 무릎담요에 묻은 혈흔에서 졸피뎀이 검출됐고, 해당 혈흔이 피해자의 것임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증인들이 과학적 설명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설명함으로써 앞서 졸피뎀이 검출된 혈흔이 피해자 것인지, 피고인의 것인지 확인이 안 됐다고 한 고유정 측의 주장이 설득력을 잃게 됐다.
검찰은 이번 4차 공판에서도 피해자 혈흔에서 졸피뎀이 검출됐음을 재차 증명하기 위해 대검찰청 감정관에 이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관 2명을 증인으로 내세울 예정이다.

고씨 측은 범행 이후인 지난 5월 27일과 28일 전남편의 성폭행 시도에 대항하는 과정에서 다쳤다고 주장하는 오른손의 상처를 치료한 의사를 증인으로 신청한 상태다.
고씨는 지난 5월 25일 오후 8시 10분부터 9시 50분 사이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전남편 강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혐의는 살인과 사체손괴·은닉이다.
이 사건과 별개로 의붓아들 의문사 사건을 수사한 청주 상당경찰서는 고씨가 의붓아들인 B군을 살해한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프로파일러(범죄심리분석관)와 법률전문가들은 그간 확보한 고씨 부부의 진술, 수사 자료를 분석해 고씨가 현재 결혼 생활에 B군이 걸림돌이 된다는 이유로 살해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경찰은 고씨의 휴대전화 등에서 B군이 숨진 날 새벽 고씨가 잠들지 않고 깨어있었다는 정황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경찰 조사에서 고씨는 "사건 당일 남편과 B군이 자는 방과 다른 방에서 잠을 잤으며 아침에 깨어보니 B군이 숨져 있었다"며 "왜 사망했는지 전혀 모르겠다"고 진술했었다.
수사를 마무리한 경찰은 사건 자료를 검찰에 보내 최종 결론 발표와 검찰 송치 시점을 조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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