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개혁 촉구' 집회에 내부단속 나선 윤석열…신임 검사장 대검 호출

입력 2019-09-30 23:25  


조국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를 비판하고 검찰개혁을 촉구하는 대규모 촛불집회로 검찰 안팎이 뒤숭숭한 가운데 윤석열 검찰총장이 신임 검사장들을 대검찰청으로 불러 내부단속에 나섰다.
윤 총장은 충북 진천 법무연수원에서 진행 중인 `검사장 승진자 교육`에 참석한 신임 검사장들을 30일 대검으로 불러 만찬 행사를 가졌다.
윤 총장은 신임 검사장들을 격려한 뒤 남은 교육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달라고 주문한 것으로 전해진다.
매년 정기적으로 열리는 행사지만, 조 장관 수사에 대한 찬반 여론이 첨예하게 맞선 상황에서 검찰 고위 간부들을 만나는 자리인 만큼 윤 총장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관심이 쏠렸다.
특히 충북 진천에서 교육 중인 신임 검사장들을 서울 서초동 대검까지 오도록 한 만큼 윤 총장이 현안과 관련된 발언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수사나 검찰개혁 집회와 직접 관련된 발언은 자제했지만, 이번 사건을 두고 `정치 편향적 수사`라고 지적하는 데 대해서는 적극 해명한 것으로 보인다.
또 각 검찰청 별로 내부 동요를 다독이고, 수사 공정성과 관련해 불필요한 오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해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진다.
다만 민감한 시기인 만큼 윤 총장의 구체적인 발언 내용과 관련해서는 극도의 보안을 유지하는 모습도 보였다. 대검 별관 3층에서 진행된 만찬 행사장 입구를 폐쇄해 취재를 원천봉쇄하고, 행사 이후에도 참석자들이 대검 정문이 아닌 지하주차장을 이용해 귀가하도록 조치했다. 윤 총장이 참석자들에게 발언 내용을 함구하도록 직접 지시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만찬 행사에는 지난 7월 말 정기인사에서 승진한 검사장 중 7명과 지난해 교육에 참석하지 못한 문찬석 광주지검장 등 8명이 참석했다. 대검 검사급 고위 간부 중에서는 강남일 차장과 조상준 형사부장, 문홍성 인권부장, 이원석 기획조정부장 등이 배석했다. 한동훈 반부패강력부장을 비롯한 다른 대검 간부 4명은 불참한 것으로 전해진다.
신임 검사장들은 교육이 끝나는 다음달 2일에는 조 장관과도 만찬 행사를 갖는다.
한편 대검은 이날 윤 총장이 이달 7일 조 장관 임명을 앞두고 청와대에 `조 후보자 관련 의혹이 심각하다. 조 장관을 임명하면 내가 사퇴할 수밖에 없다`는 취지로 보고했다는 보도 내용과 관련해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은 이날 국회서 열린 대정부질문에서 이낙연 총리에게 "조국 장관이 임명되기 전날 윤 총장이 `조국을 임명하면 본인은 사퇴하겠다`고 청와대에 말했다고 제가 들은 바 있다. 총리는 들어본 적이 있느냐"고 물어 이와 같은 의혹을 제기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일부 동요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현 정권 핵심 인사를 겨냥해 수사에 나섰다가 순식간에 `적폐`로 몰리고 야당과 `내통`한다는 비난까지 받게 되자 자조와 불만이 뒤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인천지검 부천지청 장진영(40·사법연수원 36기) 검사는 이날 오전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총장님, 왜 그러셨습니까!`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검찰을 공격하는 정치권과 일부 여론을 에둘러 비판했다.
장 검사는 "임명권자로부터 엄청난 신임을 받으시어 총장님까지 되셨는데 그 의중을 잘 헤아려 눈치껏 수사를 하셨으면 이리 역적 취급을 받지 않으셨을 텐데"라며 "지난 정권 때도 그리 눈치 살피지 않으시고 국정원 댓글 수사하시다가 여러 고초를 겪으셨으면서 또다시 그 어려운 길을 가시려는 이유가 무엇이냐"라고 물었다.
장 검사는 "정권 눈치 살피지 않고 헌법정신과 법적절차에 따라 엄정하게 수사하려고 하시는 총장님 때문에 검찰개혁을 원하는 많은 검찰 구성원들까지도 검찰개혁에 저항하는 세력으로 몰리게 되지 않았느냐"면서 "총장님 덕분에 앞으로 후배 검사들은 살아있는 정권과 관련된 수사는 절대 엄정하게 하면 안된다는 것을 배웠다"고 적었다.
조 장관에 대한 조소 섞인 반응도 글에 남겼다. 장 검사는 "원인과 해결책이 전혀 맞지 않는 수사권 조정안에 찬성하시다가 당신과 직접 관련되는 수사를 겪으시고 나서야 특수수사의 축소 내지 폐지를 주장하신다"며 "장관이라고 밝히시며 수사검사에게 피의자의 남편으로서 전화하시는 등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의 실현 불가능성을 제대로 보여주시는 분"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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