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병은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기 훨씬 전부터 뇌에 해를 끼친다. 그래서 일단 증상이 나타나면 병세를 되돌리기 어렵다.
그런데 복합지질 성분의 비타민 B 복합체인 콜린(choline)을 평생 충분히 섭취하면 알츠하이머병을 예방할 수 있다는 동물 실험 결과가 나왔다. 이렇게 일상화된 콜린 식이요법은 외상성 뇌 손상, 다발성 경화증, 파킨슨병 등 다른 신경 퇴행성 질병의 치료에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 `신경 퇴행성 질병 연구 센터(DNRC)`의 라몬 벨라스케스 조교수팀은 이런 내용의 보고서를 국제적 저널 `노화 세포(Aging Cell)`에 최근 발표했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온라인에 공개된 보고서 개요( 링크 )에 따르면 연구팀은, 알츠하이머병과 비슷한 증상을 가진 여러 마리의 생쥐 암컷에게 실험했다.
이들 생쥐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고함량의 콜린이 든 먹이를 줬더니, 평범한 먹이를 준 대조군보다 공간 기억 능력이 개선됐다. 연구팀은, 남성보다 여성이 알츠하이머병에 더 잘 걸리는 점을 고려해 실험 대상을 생쥐 암컷으로 정했다.
고함량의 콜린은 생쥐 뇌의 소교세포(microglia) 활성화를 억제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중추신경계의 비신경 간질세포인 소교세포는 뇌 안의 해로운 잔해(debris) 물질을 치우는 작용을 한다. 정상인 소교세포는 뇌를 깨끗이 유지하지만, 과도히 발현하면 염증과 뉴런(뇌신경세포)의 사멸을 유발한다. 이런 증상은 알츠하이머병에서 흔하다.
실험 결과 콜린은 두 가지 방법으로 알츠하이머병을 막았다. 하나는, 알츠하이머병의 원인 물질로 추정되는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 플라크(신경반)의 생성을 차단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소교세포를 억제하는 것이다.
소교세포의 활성화를 억제하는 데는 알파 7 니코틴 아세틸콜린과 시그마-1 수용체가 직접 작용했다. 중추신경계 면역 반응을 제어하는 이들 두 수용체가 잘 조절되지 않으면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보고서의 제1 저자인 벨라스케스 교수는 "평생 콜린을 많이 섭취하면 이들 두 수용체의 작용을 바꿀 수 있다는 걸 생쥐 실험에서 확인했다"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에는 현재 약 600만 명의 알츠하이머병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2060년엔 환자가 1천400만 명으로 늘어나, 치료 등 관리 비용이 20조 달러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하루의 콜린 섭취 권장량은 성인(19세 이상) 여성이 425㎎, 성인 남성이 550㎎이다.
그러나 부작용을 피하면서 섭취할 수 있는 상한선은 남녀 모두 하루 3천500㎎으로 여성 권장량의 8.24배, 남성 권장량의 6.36배다. 연구팀은 권장량의 4.5배로 콜린을 보강한 식이요법을 쓰고 있다고 한다.
콜린은 닭의 간(liver), 계란, 목초로 사육한 소의 고기, 맥아, 우유, 브라슬 스프라우츠(Brussel sprouts·양배추의 일종) 등에 풍부하다고 연구팀은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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