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열병 테마주' 급등...대주주, 지분 매각해 수백억 챙겨

입력 2019-10-03 08:50  



최근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을 계기로 주가가 급등한 일부 `돼지열병 테마주`의 대주주들이 잇따라 지분을 팔아 거액의 차익을 챙기고 있다.
이런 주식 매각이 불법은 아니지만 이들의 지분 처분을 계기로 주가가 하락하면서 적잖은 손실을 본 소액 투자자들로서는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는 행위임에는 분명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닭고기 업체 마니커는 최대주주 이지바이오가 지난달 24∼25일 이틀간 자사 주식 981만273만주를 장내 매도했다고 같은 달 30일 장 마감 후 공시했다.
이지바이오는 9월 24일 마니커 주식을 주당 1천520원에 558만297주, 25일에는 주당 1천567원에 422만9천976주를 각각 처분했다. 결국 이틀간 주식 처분금액은 약 151억원에 달했다.
원래 800원대에서 횡보하던 마니커 주가는 국내 첫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소식이 전해진 직후인 17일에 상한가를 기록하면서 단숨에 1천100원으로 뛰었다.
결국 같은 달 25일에는 장중 1천705원까지 올라 고점을 찍은 뒤 상승 폭을 조금씩 반납했다.
대주주의 지분 처분 공시 직후인 이달 1일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2.64% 하락한 1천210원에 장을 마감했다.
방역용 생석회를 생산해 아프리카돼지열병 관련주로 엮인 백광소재의 최대주주와 특별관계자도 최근 주가 급등 후 총 200억원어치의 지분을 팔아치웠다.
백광소재 최대주주 태경산업은 9월 20∼24일에 백광소재 주식 총 220만주를 주당 5천500∼6천627원에 장내 매도했다.
특별관계자인 임원 김민정씨도 같은 달 25∼27일 주당 6천737∼7천139원에 총 81만주를 팔았다.
백광소재 주가는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소식에 17∼18일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고 24일에는 장중 8천50원까지 올랐다. 그 뒤 주가는 하향 곡선을 그려 현재는 5천원대로 내려왔다.
동물 의약품 업체 이글벳의 최대주주 일가도 주가가 급등한 후 총 63억6천만원 규모의 지분을 처분했다.
지난달 20일 최대주주 강태성 사장이 보통주 30만주를, 강 사장의 부친인 강승조 회장과 그의 아내 김영자 감사가 15만주씩을 각각 주당 1만600원에 장내 매도했다.
원래 이글벳 주가는 6천원 안팎에서 등락하다가 지난달 17∼18일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고 20일 장중에는 최고 1만1천750원까지 상승했다가 현재 7천원대로 떨어진 상태다.
계열사를 통해 동물 의약품 사업을 하는 체시스 이명곤 회장의 아들 이준성씨는 9월 19일에 체시스 주식 55만9천주를 주당 3천260∼3천405원에 장내 매도했다. 처분한 주식은 총 18억7천만원 규모다.
9월 16일 1천660원이던 체시스 주가는 같은 달 17일과 18일, 20일에 각각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급등해 25일에는 4천795원(종가)으로 치솟았다.
이처럼 주식시장에서는 테마주가 급등한 틈을 타 대주주나 특수관계인이 지분을 팔아치워 시세차익을 보는 행태가 종종 되풀이된다.
그러나 테마주의 최대주주 지분 매각 후에는 주가가 내리막길을 걷는 경우가 많고 그 피해는 뒤늦게 뛰어든 개인 투자자 등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반적으로 최대주주 지분 매각은 시장에 부정적인 신호로 인식된다"며 "경영 상황에 대한 정보를 가진 최대주주가 현 주가를 고점으로 보고 보유 주식을 매각하는 게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테마주에는 대부분 막연한 주가 상승 기대감이 반영되고 이로 인해 치솟은 주가가 장기간 유지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테마주 투자는 대규모 손실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은 만큼 보수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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