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오후 대한항공 창립 50주년 기념 항공편이 인천공항을 출발했다. 목적지는 베트남 호찌민이다. 50주년을 기념해 해당 항공편에는 역대 유니폼 11종을 입은 승무원과 50년 전 호찌민을 비행했던 승무원이 함께 탔다.
더불어 기내에서는 50년 전 호찌민 노선의 추억을 탑승객이 공유할 수 있도록 1969년 당시 대한항공의 노선 개설 소식을 전하는 대한뉴스 상영 코너도 마련됐다. 승객들이 타고 내릴 때는 프랭크 시나트라의 `마이 웨이`, 펄시스터즈의 `커피 한잔`, 김추자의 `월남에서 돌아온 김 상사` 등이 흘러나와 탑승객들이 추억 떠올릴 수 있도록 했다.
대한항공은 한진상사가 국영항공사 대한항공공사 운영권을 인수하면서 1969년 3월 1일 창립됐다. 3월 1일을 창립기념일로 삼아 해마다 초심을 되새긴다. 그 중 베트남 호찌민은 대한항공에게 특별하다. 한진그룹의 모태인 한진상사가 대한항공공사를 인수한 후 처음으로 뚫은 국제선이기 때문이다.
1969년 인수 당시 대한항공공사가 운영했던 국제선은 서울-오사카, 부산-후쿠오카, 서울-도쿄 등 일본 노선 3개에 불과했다. 대한항공은 미주 노선 개설을 숙원 사업으로 추진함과 동시에 동남아 노선을 점진적으로 연장해 중동, 유럽까지 진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첫 번째 목표는 베트남 호찌민이었다. 당시 베트남 파병 군장병과 현지에 진출한 건설업체 근로자 수송을 위해 반드시 필요했다. 하지만 당시 베트남 정부는 노선 개설에 미온적이었다. 한진은 가용할 수 있는 인맥을 총동원했다. 베트남 전쟁에서 국내 군수 물자 수송과 베트남 현지 수송 사업을 진행 중이던 한진상사 임원이 주베트남 한국대사를 통해 베트남 정부의 협조를 구하는 동시에 직접 베트남 항공국장을 찾아가 설득했다.
결국 대한항공이 운항 허가를 받아내면서 서울-호찌민 노선 취항이 극적으로 이뤄지게 됐다. 대한항공은 1969년 10월 2일 보잉720 항공기를 투입, 서울-오사카-타이베이-홍콩-호찌민-방콕 구간을 연결하는 동남아 노선 취항을 시작했다.
호찌민을 국제선 첫 개설 도시로 첫 발을 내딘 대한항공은 이후 성장을 거듭했다. 1971년 4월 서울-도쿄-LA 화물 노선을 시작으로 한국 최초 미주노선 정기 취항을 이뤘고, 서울-파리에 1973년 10월 화물 노선, 1975년 3월 여객 노선을 개설하면서 유럽에도 날개를 펼쳤다. 이후 대한항공은 1990년 3월 서울-모스크바, 1994년 12월 서울-베이징 노선을 잇달아 개설했다.
창립 당시 국제선 취항 국가 1개(일본), 도시 3개(도쿄, 오사카, 후쿠오카)로 시작한 대한항공은 10월 2일 현재 국제선 43개국 111개 도시를 취항하는 글로벌 항공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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