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재정난 심각…구테흐스 사무총장 "월급도 못줄판"

입력 2019-10-09 08:03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현지시간 8일 유엔의 유동성 위기를 경고하며 회원국들에 밀린 분담금을 내달라고 촉구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이날 유엔총회 제5 위원회에서 2020년 유엔예산안을 논의하고 유엔이 심각한 재정·유동성 위기에 직면해 있다면서 "이번 달 10년 만의 가장 극심한 적자에 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우리는 평화유지군 유지를 위한 현금 보유가 고갈될 위기에, 또 다음 달 직원들의 보수를 지급하기에도 현금이 부족한 위기에 처해있다"면서 "우리의 임무와 개혁이 위기에 처해 있다"고 강조했다.
유엔은 이미 공석이 된 자리를 채우지 않거나 경비지출을 조정하는 등 긴축을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올해 1월부터 지출을 줄이지 않았다면 지난달 개막한 유엔총회와 각국 정상들이 연설한 일반토의를 지원하기 위한 유동성도 확보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이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것은 유엔 회원국들 가운데 일부가 분담금을 체납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유엔 회원국들을 향해 재정부담 의무를 적기에, 전액 납부해줄 것을 재차 촉구한다고 밝혔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서한을 전체 193개 유엔 회원국에 발송했다고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이 밝혔다.
두자릭 대변인은 구테흐스 사무총장이 서한에서 분담금을 납부한 129개 회원국에 감사를 표시하고, 체납한 회원국에 대해서는 긴급히 완납할 것을 촉구했다고 설명했다.
두자릭 대변인은 지난달 말 현재 유엔 회원국들은 전체 예산 가운데 약 70%의 분담금을 납부했으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78%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전했다.
두자릭 대변인은 구테흐스 사무총장이 직원들의 공식 출장 축소와 물품 구매 연기 등 경비 절약을 위한 추가적인 조치를 즉각 시행할 것을 주문했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올해 유엔 예산에서 22%를 책임지고 있는 최대 분담국인 미국이 체납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이 이전 회계연도에서 약 3억8천100만달러를 체납하고 있는데 이어 2019년분 가운데 6억7천400만달러도 내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로이터통신은 유엔 일반예산과 별도로 운영되는 평화유지군 예산에서도 미국은 28%의 분담 책임을 지고 있는데 25%의 분담만 약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지난해 7월과 올해 1월에도 회원국들의 분담금 체납으로 재정난을 호소한 바 있다.
지난 5월 블룸버그통신 보도에 따르면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유엔 고위 외교관들에게 자신이 거주하는 뉴욕 맨해튼의 관저 매각을 진지하게 고민했던 사실을 털어놨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당시 "내가 (사무총장으로) 왔을 때 한 첫 번째 일은 관저를 매각할 수 있는지를 묻는 일이었다. 농담이 아니고 진지한 얘기"라면서 "우리가 뉴욕에서 (유엔의) 문을 닫을 때 관저를 미국에만 매각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유엔 사무총장 관저의 처분 권한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구테흐스 사무총장의 언급은 유엔이 임의로 매각할 수 없다는 의미로 풀이됐다.
관저는 맨해튼 미드타운 이스트 리버 쪽의 서턴 플레이스 지역에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 관저는 JP모건의 딸인 앤 모건(Anne Morgan)을 위해 1900년대 초반 지어졌고, 이후 스튜번 글래스(Steuben Glass)의 아서 하우튼 주니어 회장이 유엔주재 미 대표부에 기증한 것을 미 대표부가 다시 1972년 유엔에 기부했다고 전했다.



디지털전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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