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승부사 이재용` 디스플레이도 `초격차` 노린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반도체에 이어 차세대 디스플레이에 통 큰 투자를 단행했다. 지난 4월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를 목표로 133조원를 투자한 데 이어, 차세대 디스플레이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다. 삼성의 미래 먹거리 선점을 위한 선제적이고 과감한 투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이 오는 2025년까지 차세대 `QD 디스플레이` 사업에 총 13조1천억원을 신규 투자한다. 최근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 등으로 수익성이 떨어진 대형 LCD 생산라인을 첨단 `퀀텀닷(QD)` 공정으로 일부 전환함으로써 차세대 기술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초격차 전략`에 따른 선제 투자다.
이번 투자의 핵심은 대형 LCD를 생산하는 삼성디스플레이 아산1캠퍼스 L8 생산라인의 일부를 `QD 디스플레이` 공정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시설투자에만 10조원이 투입되고, 차세대 기술 개발 등에 3조1천억원이 들어간다. `Q1` 라인으로 명명된 이곳에서는 초기에 65인치 초대형 QD 디스플레이 패널을 월 3만장 수준으로 생산하고 이후 점차 확대할 예정이다.
◇ 단번에 차세대로…OLED 넘어 `QD`로 선점
`QD 디스플레이`는 전기가 흐르면 스스로 빛을 내는 자체발광 디스플레이라는 점에서 OLED와 비슷하지만, 발광소재로 유기물 대신 나노미터(nm) 크기의 무기물인 양자점(퀀텀닷)을 쓴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때문에 `QD 디스플레이`는 수명에 한계가 있고 오래 쓰면 색 번짐 현상(번인)이 생기는 OLED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평가 받는다.
특히 이번 투자는 2013년 중단했던 대형 OLED 패널 생산을 재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삼성은 지난 2005년 세계 최대 크기인 21인치 OLED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고 2013년엔 55인치 OLED TV를 선보였지만 낮은 수율 때문에 OLED 생산을 중단한 바 있다.
`QD 디스플레이`로 전환이 안정적으로 이뤄진다면 삼성디스플레이는 글로벌 디스플레이 최강자로 올라서게 된다. 이미 중소형 OLED 디스플레이 세계 시장 점유율은 90%에 가깝다. 차세대 대형 QD 디스플레이까지 양산에 성공하면 삼성은 전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을 장기간 선도해나갈 수 있을 전망이다.
◇ 수천억 적자 삼성디스플레이…13조 베팅한 이재용
삼성디스플레이는 일회성 이익을 빼면 올해 상반기 수천억원의 적자를 냈다. 대형 LCD 부문에서 손실이 컸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를 등에 업은 BOE를 비롯한 중국 LCD 업체들은 8.5세대 공장을 돌리는 한국 기업들보다 유리한 10.5세대 라인을 돌리며 LCD 가격 폭락을 이끌고 있다. 65인치 TV용 패널을 기준으로 한번에 10.5세대는 8장, 8.5세대는 3장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원가 경쟁력 차이가 그만큼 크다.
삼성디스플레이 입장에서는 사업 전환이 필수지만 수익을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기는 어렵다. 또 중소형 OLED에도 2년간 10조원 이상이 투자될 예정이어서 과감한 투자에 대한 부담도 크다.
이번 `QD 디스플레이` 투자 결정을 두고 오너 경영의 강점이 빛을 발한 것이란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수천억원의 적자를 내는 상황에서 미래를 위해 수십조 투자를 결정하는 것은 총수이자 오너가 아니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미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8월 충남 아산 탕정 삼성디스플레이 사업장을 방문해 대형 디스플레이에 대한 투자를 예고한 바 있다. 당시 이 부회장은 "지금 LCD 사업이 어렵다고 해서 대형 디스플레이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며 "기술만이 살 길로 신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해 다가올 새로운 미래를 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 반도체 이어 디스플레이…미래 먹거리 승부수 던졌다
특히 이번 투자는 삼성의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시스템반도체에 이어 디스플레이에 대한 대규모 투자라는 점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또 이번 `QD 디스플레이`에 대한 13조원 투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해 발표한 180조원 투자와 4만명 채용의 본격적인 시동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4월에는 "4차 산업혁명의 ‘엔진’인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2030년 세계 1등이 되겠다는 목표로 133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지난 6월에는 삼성그룹 전자계열사 사장단 회의를 열고 `3년간 180조원 투자와 4만명 채용`과 `10년간 시스템 반도체 분야 133조원 투자 계획`을 차질없이 진행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이 부회장은 "단기적인 기회와 성과에 일희일비하면 안된다"며 "지난 50년간 지속적 혁신을 가능하게 한 원동력은 어려운 시기에도 중단하지 않았던 미래를 위한 투자였다"고 말했다.
제계 관계자는 "어려울 때 투자를 해야한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그걸 결정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오너만이 가능한 일"이라며 "특히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과감한 투자는 총수이자 경영자인 이재용 부회장의 승부수라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 부회장은 오는 26일 만료되는 삼성전자 사내이사직을 내려놓는다. 삼성 안팎에서는 이 부회장이 이번 기회를 통해 삼성전자를 넘어 미래 사업과 투자를 챙기는 삼성그룹 총수 역할에 더욱 주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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