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민주화 요구 시위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홍콩 시민 10명 중 4명 이상이 이민을 떠나길 원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1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 중문대학 아시아태평양연구소가 지난달 20∼26일 시민 70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2.3%가 기회가 주어진다면 이민을 하고 싶다고 답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같은 조사 때의 34%보다 한층 높아진 응답 비율이다.
이민하고 싶다고 답한 응답자 중 23%는 이미 구체적인 이민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답했다.
이민하고 싶은 이유로는 `심각한 정치적 분쟁과 사회적 균열`, `민주주의의 실종`, `중국 중앙정부에 대한 신뢰 부재` 등을 꼽았다.
연구팀은 "지난 3년간 조사와 비교해 가장 두드러진 점은 이민 희망 여부에 영향을 미친 요인 중 1∼3위가 모두 정치적 요인이라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민 가길 원하는 국가로는 캐나다, 호주, 대만 등을 꼽은 응답자가 많았다.
해외 부동산투자 컨실팅업체 대표인 시윙칭은 "모든 이가 실행에 옮기는 것은 아니지만 이민에 관심을 갖는 홍콩인들이 갈수록 많아지는 것은 사실"이라며 "이민 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중산층"이라고 전했다.
지난 6월 초 시작된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가 다섯달째 접어들었지만, 시위 사태는 진정될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
지난 4일 홍콩 정부는 시위 확산을 막는다며 시위대의 마스크 착용을 금지하는 복면금지법 시행을 발표했지만, 이는 되레 사태를 악화시켜 시위의 불길은 더욱 거세졌다.
5일부터 복면금지법이 시행된 후 이 법을 위반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된 사람은 최소 77명에 달한다.
홍콩 정부는 당초 직업적, 종교적 이유나 질병 등으로 인한 마스크 착용은 허용한다고 발표했지만, 경찰은 환자나 시위 현장 취재기자도 마스크를 벗으라는 경찰의 요구에 응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홍콩 경찰 지휘부는 지난 9일 400여 명의 경찰 간부를 대상으로 복면금지법 설명회를 열었는데 이때 지휘부는 이러한 입장을 밝혔다.
당시 설명회에 참석한 한 경찰 간부는 "의사의 진단서를 가진 환자나 시위 현장을 취재하는 언론인이라고 하더라도 신원 확인을 요구하는 경찰의 요구에 응해 마스크를 벗어야 하며, 이에 응하지 않으면 체포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를 어기면 최고 1년 징역형이나 2만5천 홍콩달러(약 380만원)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지난 주말 시위에서 경찰은 최루탄이 마구 발사되는 상황에서 현장 취재 기자에게 마스크를 벗을 것을 요구해 논란을 불렀다.
지난 8일 기자회견 때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은 "오해가 있었으며, 기자들은 복면금지법을 적용받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경찰 수뇌부는 이에 반대되는 지침을 내놓은 것이다.
홍콩 환자권익협회 팀팡훙 대변인은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대유행 후 홍콩인들은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쓰는 습관을 들였다"며 "독감이 유행하는 겨울철이 다가오는데 복면금지법이 (이러한 습관에) 영향을 미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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