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된 세기의 재판…'작량감경'이 최대 변수
집행유예 가능할까?…형량 좌우할 포인트 3가지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27일 만에 다시 법정에 섰다. 대법원의 선고로 형량이 늘어날 가능성이 커진 만큼, 이재용 부회장의 거취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1부는 오늘 뇌물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첫 재판을 열었다. 오전 9시 반쯤 서울고등법원 청사에 도착한 이재용 부회장은 취재진의 질문에 "많은 분들께 심려끼쳐드려서 죄송하다"고 답하고 법정으로 향했다.
이 부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 측에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묵시적 청탁`과 함께 말 세 마리와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 승마지원 용역대금 등을 뇌물로 건넨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이에 1심 재판부는 이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지만, 2심은 말 세 마리의 소유권이 최 씨 측에 넘어가지 않았고, `묵시적 청탁`도 없었다고 봐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지난 8월 29일 대법원은 말 세 마리도 뇌물로 인정하고 `묵시적 청탁`도 존재한다고 판단하며, 항소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미 2심에서 뇌물로 인정한 코어스포츠 용역대금까지 합치면, 이 부회장의 전체 뇌물 액수는 86억 원에 달한다. 이 부회장이 삼성 법인자금으로 뇌물을 줬기 때문에 또 다른 혐의인 횡령 액수도 함께 높아졌다.
◇ `청탁보다 요구` `횡령보다 뇌물`…결국 `감경요인`
이번 재판에서는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던 이 부회장의 형량이 어떻게 결정되느냐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대법원의 판단이 유지된다면 이 부회장의 뇌물 액수가 늘어 형량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최악의 경우 삼성은 또 다시 경영공백 상태에 놓이게 된다. 재계는 벌써부터 국내 대표기업의 리더십 부재를 우려하고 있다.
파기환송심은 재판부가 삼성이 비선 실세 최순실씨에게 제공한 34억원치의 말 3마리·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 16억원의 성격과 감경사유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가 핵심이다. 형량을 좌우할 포인트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최순실 요구인가? 청탁의 댓가인가?」 먼저 재판부가 이재용 부회장이 최순실에게 준 뇌물의 성격을 어떻게 볼 것인가가 중요하다. 대법원은이 뇌물이 승계작업을 위한 부정한 청탁이 아니라 대통령의 권한에서 파생된 포괄적 뇌물공여라고 적시했다.
불가피한 뇌물이었을 뿐 청탁을 하려 했던 의도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 부분이 파기환송심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대법원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강요죄의 피해자가 아니라 뇌물공여자라고 판단하면서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요구에 따른 뇌물공여로 2심의 집행유예를 확정했다.
「재판부 `작량감경` 어디까지?」 이번 파기환송심의 최대 변수는 재판부의 작량감경이다. 정상참작 사유가 있을 때 재판부의 재량에 따라 형량을 절반까지 감형할 수 있는 게 작량감경이다.
일단 이재용 부회장 입장에서는 감경요인으로 작용할 것들이 많다는 분석이 나온다. 먼저 대법원이 비선 실세의 요구에 따른 뇌물공여라는 점을 인정했고, 삼성이 피해를 본 금액을 본인 사재로 반환한 것도 감경요인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형량이 높은 재산국외도피 관련 혐의가 무죄로 인정받았다는 것도 청탁을 통해 이익을 얻으려는 게 아니었다는 점을 확인해줬다. 또 국내 경제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대표기업이 또 다시 오너 리스크를 맞게 된다는 것이 우리 경제에 부정적이라는 점도 재판부가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86억원 뇌물인가? 횡령인가?」 세부적으로는 86억원의 성격을 뇌물로 보느냐 아니면 횡령으로 보느냐에 따라 크게 형량이 달라질 수 있다. 뇌물죄는 준 사람의 경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을 적용하지 않아 형량이 높지 않다. 집행유예가 충분히 가능하다.
하지만 뇌물로 인정된 86억원을 이 부회장이 삼성의 돈을 횡령한 것으로 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횡령액 50억원이 넘어갈 경우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 징역에 해당해 실형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렇지만 이 역시 작량 감경에 따라 집행유예가 가능하다. 이 부회장 입장에서는 먼저 86억원 모두를 뇌물로 인정받는 게 집행유예 가능성을 높이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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