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이재용…'세기의 재판' 핵심 포인트 3가지

김민수 기자

입력 2019-10-25 10:36   수정 2019-10-25 14:17

이재용, 다시 법정으로…"심려 끼쳐 대단히 송구"
시작된 세기의 재판…'작량감경'이 최대 변수
집행유예 가능할까?…형량 좌우할 포인트 3가지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첫 공판에 출석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27일 만에 다시 법정에 섰다. 대법원의 선고로 형량이 늘어날 가능성이 커진 만큼, 이재용 부회장의 거취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1부는 오늘 뇌물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첫 재판을 열었다. 오전 9시 반쯤 서울고등법원 청사에 도착한 이재용 부회장은 취재진의 질문에 "많은 분들께 심려끼쳐드려서 죄송하다"고 답하고 법정으로 향했다.

이 부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 측에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묵시적 청탁`과 함께 말 세 마리와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 승마지원 용역대금 등을 뇌물로 건넨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이에 1심 재판부는 이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지만, 2심은 말 세 마리의 소유권이 최 씨 측에 넘어가지 않았고, `묵시적 청탁`도 없었다고 봐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지난 8월 29일 대법원은 말 세 마리도 뇌물로 인정하고 `묵시적 청탁`도 존재한다고 판단하며, 항소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미 2심에서 뇌물로 인정한 코어스포츠 용역대금까지 합치면, 이 부회장의 전체 뇌물 액수는 86억 원에 달한다. 이 부회장이 삼성 법인자금으로 뇌물을 줬기 때문에 또 다른 혐의인 횡령 액수도 함께 높아졌다.

◇ `청탁보다 요구` `횡령보다 뇌물`…결국 `감경요인`
이번 재판에서는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던 이 부회장의 형량이 어떻게 결정되느냐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대법원의 판단이 유지된다면 이 부회장의 뇌물 액수가 늘어 형량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최악의 경우 삼성은 또 다시 경영공백 상태에 놓이게 된다. 재계는 벌써부터 국내 대표기업의 리더십 부재를 우려하고 있다.

파기환송심은 재판부가 삼성이 비선 실세 최순실씨에게 제공한 34억원치의 말 3마리·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 16억원의 성격과 감경사유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가 핵심이다. 형량을 좌우할 포인트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최순실 요구인가? 청탁의 댓가인가?」 먼저 재판부가 이재용 부회장이 최순실에게 준 뇌물의 성격을 어떻게 볼 것인가가 중요하다. 대법원은이 뇌물이 승계작업을 위한 부정한 청탁이 아니라 대통령의 권한에서 파생된 포괄적 뇌물공여라고 적시했다.

불가피한 뇌물이었을 뿐 청탁을 하려 했던 의도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 부분이 파기환송심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대법원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강요죄의 피해자가 아니라 뇌물공여자라고 판단하면서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요구에 따른 뇌물공여로 2심의 집행유예를 확정했다.

「재판부 `작량감경` 어디까지?」 이번 파기환송심의 최대 변수는 재판부의 작량감경이다. 정상참작 사유가 있을 때 재판부의 재량에 따라 형량을 절반까지 감형할 수 있는 게 작량감경이다.

일단 이재용 부회장 입장에서는 감경요인으로 작용할 것들이 많다는 분석이 나온다. 먼저 대법원이 비선 실세의 요구에 따른 뇌물공여라는 점을 인정했고, 삼성이 피해를 본 금액을 본인 사재로 반환한 것도 감경요인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형량이 높은 재산국외도피 관련 혐의가 무죄로 인정받았다는 것도 청탁을 통해 이익을 얻으려는 게 아니었다는 점을 확인해줬다. 또 국내 경제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대표기업이 또 다시 오너 리스크를 맞게 된다는 것이 우리 경제에 부정적이라는 점도 재판부가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86억원 뇌물인가? 횡령인가?」 세부적으로는 86억원의 성격을 뇌물로 보느냐 아니면 횡령으로 보느냐에 따라 크게 형량이 달라질 수 있다. 뇌물죄는 준 사람의 경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을 적용하지 않아 형량이 높지 않다. 집행유예가 충분히 가능하다.

하지만 뇌물로 인정된 86억원을 이 부회장이 삼성의 돈을 횡령한 것으로 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횡령액 50억원이 넘어갈 경우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 징역에 해당해 실형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렇지만 이 역시 작량 감경에 따라 집행유예가 가능하다. 이 부회장 입장에서는 먼저 86억원 모두를 뇌물로 인정받는 게 집행유예 가능성을 높이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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