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언주 "3기신도시? 서울집값 절대 못잡아" [전효성의 시크릿 부동산]

전효성 기자

입력 2019-11-06 06:49   수정 2020-07-02 13:02

이언주 "3기 신도시, 원주민 벼랑 끝으로 내몰아
"서울 집값 잡으려면 서울에 공급 늘려야"
환지방식 토지보상도 대안으로 언급

<3기신도시를 비롯한 수도권 주택공급계획이 난항을 겪고 있다. 개발 대상지역 원주민의 반발이 심상치 않다. 원주민들은 왜 내몰리게 됐고 어떤 지점에서 정부와 마찰을 겪는 것일까. 지난 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만난 이언주의원은 "서울 집값을 잡겠다는 명목으로 수만명의 원주민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Q. 3기신도시를 비롯한 공공주택지구 원주민들의 불만이 계속되고 있다.
"대규모 아파트를 짓기 위해선 막대한 땅이 필요한데 땅을 사들이는 방식이 잘못됐다. 정부가 지정한 공공주택지구 지역은 대부분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있다.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인 수십년 동안 토지주들은 가건물 하나도 마음대로 지을 수가 없었다. 개발행위가 이뤄지지 못했으니 땅값(공시지가)이 낮을 수밖에 없다. 정부가 필요에 의해서 개발제한구역을 풀고 개발에 나서는데 토지보상은 개발제한구역을 기준으로 보상한다. 실제 거래가격과 공시지가의 가격차이가 큰데 공시지가로 보상을 하니 그 지역에서 평생을 살아온 주민들은 턱없이 낮은 토지보상에 쫓겨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Q. 원주민들이 불만을 갖는 지점은 `강제수용`이다.
"공익(서울 집값 안정화)을 위해 원주민들의 토지를 강제수용한다. 공시지가로 인해서 헐값에 빼앗기게 된다. 평생 살아온 땅을 국가에다가 (빼앗긴다). 실제로 토지 소유자들 중에서는 시세의 10분의 1 수준에 조상 대대로 가져왔던 땅을 강제로 빼앗기는 참담한 사례들도 속출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다. 국가가 강제로 헐값에 국민의 재산을 수용하는 것은 지금 이 시대의 자유민주주의와는 전혀 맞지 않다. 피해자들은 무슨 잘못이 있나. 과거 신도시를 조성할 때는 공시지가로 수용하는 것이 나쁘지 않은 경우가 있었다. 그때는 외곽지역 땅값이 쌌으니까. 또 워낙에 신도시가 없었기 때문에 한 두개라도 신도시를 만드는 것이 (집값 안정에도)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Q. 정부의 주택공급정책 어떻게 평가하나.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실패할 수 밖에 없다. 3기신도시 정책의 명분은 서울 집값이 너무 폭등해서 서울 집값을 잡겠다는 거다. 서울의 집값이 오른다면 서울에 들어오고 싶은 수요가 많아서인데 이걸 해결하기 위해선 결국엔 서울에 공급을 늘려야 한다. 그런데 엉뚱하게 수도권 이곳 저곳에 신도시를 만들겠다는 것이 정부의 논리다. 수도권 외곽에 도시를 많이 만들고 거기에 집을 많이 짓는 건 과잉 공급 밖에 안된다. 오히려 외곽지역의 집값만 떨어뜨리게 된다. 서울 집값을 잡는 방법은 단순하다. 서울 도심에 슬럼화된 지역을 개발해서 서울 아파트 공급을 늘리면 된다. 재개발, 재건축을 풀어주면 된다. 방치된 상태로 슬럼화된 서울 구도심을 정비해야지 엉뚱하게 잘 살고있던 사람들을 괴롭히면 되겠는가. 3기신도시 정책은 실패한 정책이다, 정부도 잘못됐다고 알고 있을 것이다. 다만 "잘못됐다"고 말할 용기가 없고 중단할 용기가 없는 것이다. 더이상 오기를 부리지 말기를 바란다."

Q. 공공주택지구와 관련한 토론회에서 `반헌법적`이라는 표현을 자주 썼다.
"정부가 시장에 잘못 개입하면 굉장히 불공정한 결과가 나온다. 개발지역 토지를 헐값에 강제수용해서 싸게 공급하면 그 집은 주변시세에 반응해서 자연스럽게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싼 값에 분양을 받은) 몇 명은 막대한 불로소득을 얻고 공공의 이름으로 헐값에 땅을 뺏긴 원주민은 재산권을 박탈당한다. (공공주택지구 대상 지역이) 개발제한구역이 된 것은 (토지주) 본인의 잘못이 아니다. 그냥 운이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수십년 동안 고통을 받고 살았는데, 결국엔 그 땅마저 헐값에 빼앗기고 LH만 중간에서 폭리를 취한다. 힘 없는 사람은 말도 한 마디 못하고 억울한 피해를 입는 것이다. 정말로 잘못됐다. 누구를 위한 신도시 정책인지 모르겠다."
Q. 개발대상지역 토지보상, 어떤 식으로 해야하나.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재산권 침해를 받아온 것은 모두가 함께 대가를 치러야 한다. 턱없이 낮은 수준으로 보상이 이뤄지는 공시지가기준 보상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 땅을 개발해서 이익을 얻게 된다면 국가나 LH가 가져가거나 로또분양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된 가격에 분양을 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차익의 상당부분을 원주민에게 배분해야 한다. 그게 공정하다.
`환지방식`도 대안이 될 수있다. 강제수용은 내 땅을 빼앗기고 거기에 대한 보상(공시지가 기준)을 받는 것이다. 그런데 이 경우에는 시세보다 싼 가격으로 토지가 수용된다. 지금처럼 `헐값 보상`이라는 억울한 상황이 생길 수 있다. 환지방식은 토지주가 가진 땅을 다 내고, 갖고있는 지분만큼 개발된 지역의 땅이나 부동산을 돌려받는 구조다. 개발이익이 나오는 것을 공공이 공유하는 방식이다. 수익이 나면 다같이 얻게되고 손해가 나도 다같이 손해를 보는 구조다. 환지가 강제수용보다 훨씬 공정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환지방식이 너무 절차가 복잡한데 이걸 개선을 해야하고, 앞으로는 공공개발의 대원칙을 환지를 기본으로 해야 원주민의 재산권 침해를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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