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부족이 '불안증' 유발한다…"최고 30%↑" <美 UC버클리>

입력 2019-11-05 21:14  


밤에 잠을 푹 자면 정서가 안정되지만, 밤을 꼬박 새우면 다음 날 불안 수위가 최고 30% 상승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수면과 불안한 감정 사이의 과학적 인과관계(causal connection)가 확인된 건 처음이다.
미국 UC버클리 연구진은 이런 내용의 논문을 저널 `네이처 인간 행동(Nature Human Behaviour)`에 4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 대학이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공개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걱정하는 뇌를 안정시키는 최적의 수면은, 깊은 잠이 드는 NREM(비급속안구운동) 서파 수면(slow-wave sleep)이라는 사실도 입증됐다.
뇌의 주파수가 떨어지는 서파 수면 단계에선 뇌 활동이 줄어들면서 심장 박동과 호흡수가 감소하고, 혈압·대사·근육 긴장도 저하된다.
논문의 수석 저자인 매튜 워커 신경학·심리학 교수는 "깊은 수면이 밤새 뇌의 신경 연결을 재조직해 불안을 완화한다는 걸 발견했다"라면서 "매일 밤의 깊은 잠은 천연의 불안 억제제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현재 미국에만 불안증 진단을 받은 성인이 약 4천만 명에 달하고, 10대와 어린이 환자도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이번 연구 결과는, 약에 의존하지 않는 천연의 불안 장애 치료법으로 양질의 수면을 지목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하지만 충분하지 못한 수면은 불안 수위를 급격히 올릴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결론이다.
이번 실험엔 젊은 성인 지원자 18명이 참여했다.
푹 자고 난 다음 날과 밤을 꼬박 새운 다음 날 각각, 감정의 격동을 유발하는 영상을 보게 한 뒤 fMRI(기능적 자기공명 영상법)와 수면다원검사법(polysomnography)으로 뇌파의 변화 등을 관찰했다.
각 피험자의 불안 수위는 `상태-기질 불안 검사(state-trait anxiety inventory)`라는 질문지 조사를 통해 측정했다.
전혀 잠을 못 잔 다음 날의 뇌 스캔 결과에서 내측 전전두피질(medial prefrontal cortex)이 비활성 상태인 게 관찰됐다. 이 부위는 뇌 심층부의 `감정 센터(deeper emotional centers)`가 과도히 흥분했을 때 불안한 감정의 억제를 돕는 것으로 알려졌다.
뇌의 어떤 영역이 감정을 주관하는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학계에선 변연계를 지목하는 이론이 우세하나, 구체성이 떨어지고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워커 교수는 "잠을 못 자면, 뇌가 잘 듣는 브레이크도 없이 감정의 가속 페달을 너무 강하게 밟는 것 같은 일이 벌어진다"라고 설명했다.
반대로 숙면을 한 피험자의 뇌파를 보면, 불안 수위가 크게 떨어진 걸 알 수 있었다. 특히 NREM 서파 수면을 많이 할수록 불안 억제 효과가 커졌다.
깊은 수면이 전전두피질의 감정 억제 메커니즘을 복원해, 감정적·생리적 반응도를 낮추고, 불안 수위의 상승을 막는다는 게 연구팀의 추론이다.
수면과 불안의 이런 연관성은, 다른 30명의 지원자를 대상으로 한 추가 실험에서도 확인됐다.
아울러 네티즌 280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조사에선, 수면의 양과 질이 약간만 달라져도 불안 수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논문의 제1 저자인 UC버클리 `인간 수면 과학 센터`의 에티 벤 사이먼 박사후과정 연구원은 "불안 질환 환자가 판에 박힌 듯이 호소하는 게 잠을 잘 자지 못한다는 것"이라면서 "그런데도 불안증을 완화하는 임상적 권고로 수면 개선을 고려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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