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뉴욕을 찾았다.
하루 전 참전용사기념일(Veteran`s Day) 행사에 참석한 트럼프는 이번에는 뉴욕의 유력 경제인사들을 만난 자리에서 연설했다.
중국과 1차 무역협상 합의가 임박한 시점에서 그의 발언에 월가를 비롯한 전 세계가 주목했다.
하지만 뉴욕증시 3대 지수에서 알 수 있듯이 월가는 애써 대통령의 발언을 외면하는 모습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의 정치적,경제적 고향인 뉴욕에서 이어진 그의 자화자찬에 참석자들은 지루함을 감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거의 기록적인 금리인상과 양적 긴축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가 전례없는 번영을 누리게 만들었다"
"내가 취임한 이후에 미국에서만 새로운 일자리 700만가 만들어졌다"
현지 언론들도 재선을 목표로 하는 트럼프의 자랑만 있었다며 담담하게 소식을 전했다.
"나도 돈 빌리고 이자 받고 싶다"
트럼프를 당선시킨 `아메리카 퍼스트 (America First)`는 이번에도 여과없이 드러났다.
동맹국이자 주요 교역상대인 유럽과 일본, 한국 뿐만 아니라 중국에 대해서도 거침없는 독설이 이어졌다.
이번에도 미국 Fed(연준)에 대한 공격이 이어졌다는 점인데 그의 포퓰리즘적 천재성이 돋보이는 대목이었다.
Fed가 금리를 너무 빨리 올렸고, 내리는 것은 너무 늦다면서 "우리는 마이너스까지 금리를 내려서 돈을 빌리면서도 이자를 받는 국가들과 경쟁하고 있다. 나도 그런 돈을 받고 싶다. 나에게도 그런 돈을 달라"고 강조했다.
중앙은행에 사실상 `마이너스 금리`를 요구한 것인데 그의 발언에는 `가짜뉴스`가 잔뜩 들어있다.
유럽연합(EU)과 스웨덴, 스위스 같은 일부 국가들은 마이너스 금리를 `대출`이 아니라 `예금`에 적용하고 있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하기 시작한 지 이미 3~4년이 경과했지만 경기침체가 이어지고 물가도 오르지 않으면서 오히려 마이너스 금리의 덫에 빠졌다는 것이 경제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전 세계 어디서도 돈을 빌리고 이자를 받는 경우는 없다. 마이너스 금리는 일종의 보조금이지 대출을 받아도 이자를 받는 수익이 아니다. 더우기 빚은 사라지지 않는다.
마치 유럽과 일본처럼 미국도 마이너스 금리가 적용되면 대출 받은 사람이 이자를 받는다는 트럼프의 발언은 `물이 아래서 위로 흐른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이를 모를리 없는 트럼프가 새빨간 거짓말을 늘어놓는 이유는 간단하다. 보통 사람도 이해 가능한 쉬운 언어로 유권자들을 유혹하기 위한 것이다.
뉴욕 경제클럽에 참석한 사람들은 주로 `돈 놀이`를 하는 월가 사람들이다. 그들이 대통령의 발언에 시큰둥했던 이유는 트럼프의 발언이 말도 안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거짓말은 유권자들에게 강력한 메세지를 전달한다. `나를 재선시켜준다면 당신들 공짜로 돈을 나눠주겠다`고 들리기 때문이다.
세계 1위 경제대국의 대통령이 법과 규정을 무시하고 표를 얻기 위해 거짓말을 계속하는 상황 그 자체가 `글로벌 위기`다.
미국 하원은 우리시간으로 오늘 밤부터 트럼프 대통령 탄핵을 위한 청문회를 열고 증언자들의 발언을 생중계할 예정이다. 트럼프의 위험한 포퓰리즘은 계속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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