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민주화 요구 시위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시위대와 경찰, 친중파 주민의 충돌이 격화하면서 양측에서 부상자가 속출하고 있으며, 일부는 중상까지 입었다.
14일에도 홍콩 시위대가 대중교통 운행 방해 운동에 나서면서 `교통대란`이 벌어졌으며, `시위대 요새`처럼 변한 대학가에서는 학생 시위대와 경찰의 격렬한 충돌이 전개됐다.
홍콩 시위는 곳곳에서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시위가 전개되는 `24시간 시위` 양상이 짙어지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명보, 빈과일보 등에 따르면 홍콩 시위대는 시위 현장에서 추락했다가 지난 8일 숨진 홍콩과기대생 차우츠록(周梓樂) 씨를 추모하고 경찰의 총격을 규탄하는 시위를 나흘 연속 벌이고 있다.
직업훈련학교에 다니는 21살 남성 차우 씨는 11일 사이완호 시위 현장에서 경찰이 쏜 실탄에 맞아 쓰러졌고, 병원으로 긴급히 이송돼 수술을 받았다.
◆ `강대강` 충돌에 중상자 속출…`의문의 추락사`까지
홍콩에서는 시위대와 경찰, 친중파 주민의 충돌이 격화하면서 중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전날 밤 틴수이와이 지역에서는 시위 현장에 있던 15세 소년이 최루탄에 맞아 중태에 빠졌다.
이 소년은 병원으로 긴급히 이송돼 4시간에 걸친 수술을 받았지만, 아직 위중한 상태이다.
성수이 지역에서는 시위대가 던진 것으로 추정되는 벽돌에 머리를 맞은 70대 노인이 중태에 빠졌다.
전날 20여명의 지역 주민은 성수이 지하철역 부근 도로에서 시위대가 설치해둔 벽돌을 치우고 있었으며, 검은 옷을 입은 시위대 20여명이 나타나자 이들이 강하게 항의하면서 싸움이 벌어졌다.
콰이청 지역에서는 검은 옷을 입은 30세 남성의 시신이 발견됐다.
경찰은 그가 빌딩에서 추락사했으며, 의심이 가는 점은 없다고 밝혔으나 아직 명확한 사망 과정은 밝혀지지 않았다. 경찰은 사인 규명을 위해 부검을 할 예정이다.
홍콩 의료당국은 전날 시위 현장에서 86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최연소자는 11개월 유아, 최고령자는 81살이다. 2명은 생명이 위태롭고 1명은 중태인 상태이다.
전날 밤 10시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은 주요 각료들과 함께 긴급 대책 회의를 개최했으며, 이날도 대책 회의를 열었다.
한 소식통은 이 회의에서 오는 24일 구의원 선거를 연기하는 방안, `긴급법`을 확대 적용해 야간 통행 금지를 하거나 최악의 경우 계엄령을 발동하는 방안 등이 논의됐을 수 있다고 전했다.
홍콩 정부는 야간 통행 금지 소문에 대해 `가짜 뉴스`라고 부인했다.
매튜 청 정무부총리는 이날 입법회에서 "전날 밤 회의에서 이번 위기를 해소할 방안을 논의했다"며 "다음 한 주가 24일 선거 연기 여부를 결정하는 데 있어 결정적인 시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버스나 지하철이 끊기고 시위대가 돌 등을 던지는 상황에서 어떻게 선거가 제대로 치러질 수 있겠느냐"고 말해 선거 연기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 나흘째 `교통대란`…시위대, 터널 입구에 화염병 던져
홍콩 시위대는 이날도 `여명(黎明·아침) 행동`으로 불리는 대중교통 방해 시위를 나흘째 벌였다.
시위대는 전날 밤 홍콩 내 곳곳의 철로 위에 돌이나 폐품 등을 던져 지하철 운행을 막았다. 시위대는 훙함역 인근 선로 위에 불이 붙은 물체를 던졌으며, 중문대와 가까운 사틴 지역 지하철역 시설도 훼손했다.
이날 아침 시위대는 지하철 차량과 승강장 사이에 다리를 걸치고 서서 차량 문이 닫히는 것을 방해하는 운동을 펼쳤으며, 이로 인해 출근길을 서두르는 시민들과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시위대의 대중교통 방해 운동으로 동부 구간 노선 운행이 일부 중단되는 등 홍콩 내 곳곳의 지하철 운행이 중단되거나 지연됐다.
몽콕, 사틴, 사이완호, 타이포 등 여러 지하철역도 폐쇄됐으며, 65개 버스 노선의 운행도 중단됐다.
시위대는 전날 밤에 이어 이날 저녁도 두 차례나 중문대 인근의 크로스하버 터널 입구 요금소에 화염병을 던졌다. 홍콩섬과 카오룽 반도를 잇는 이 터널은 전날 밤부터 폐쇄됐다.
◆ 홍콩 곳곳서 `24시간 시위`…숨진 과기대생 `두칠` 추모
홍콩의 금융 중심인 센트럴에서는 이날 오후 수천 명의 직장인들이 모여 `점심 시위`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시위대가 언쟁을 벌이던 남성을 구타하기도 했다.
이날 한국인들이 많이 사는 타이쿠 지역에서는 시위대가 지하철역 내 폐쇄회로(CC)TV 등을 파손하고 소방 호스를 이용해 역내를 물바다로 만드는 등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위안랑 지역에서는 100여 명의 친중파 시민이 시위대의 폭력을 비난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카오룽이스트 지역의 인민해방군 홍콩 주둔군 막사에서는 병사들이 철조망 사이로 시위대의 동태를 살피기도 했다.
이날 센트럴 집회에 모인 시민들은 지난 8일 오전 8시 9분 숨진 차우 씨의 `두칠`(頭七)을 맞아 저녁 8시 9분 묵념을 했다. 두칠은 숨진 지 7일째 되는 날 망자의 넋을 위로하는 중국의 풍속이다.
이 집회에서 시민들은 시위 현장에 항상 나타나는 응급 구조요원과 소방대원들에게 고마움을 나타냈다.
이날 저녁 홍콩경기장에서 열린 홍콩과 바레인의 월드컵 예선전에서 경기 시작 전 중국 국가가 연주되자 관중들은 야유를 보냈으며, 경기 도중에는 차우 씨를 추모하는 1분간의 묵념을 했다.
차우 씨가 추락했던 시위 현장이 있는 정관오 지역에서도 추모 집회가 열렸으며, 성수이, 정관오, 툰먼, 사이완호 등 홍콩 곳곳에서 시위가 벌어져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했다.
◆ 홍콩 내 주요 대학, `시위대 요새`로 변모
홍콩대, 중문대, 침례대학 등 홍콩 내 주요 대학에서는 학생 시위대가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경찰과의 충돌에 대비했다.
홍콩이공대 학생들은 벽돌에 시멘트를 바르고 책상, 의자, 칠판 등을 쌓아 학교 입구에 경찰 진입을 막기 위한 `장벽`을 만들었다. 시위대는 학내에 최루탄, 물, 식량, 옷 등 시위물자를 비축하기도 했다.
이날 아침 홍콩이공대에서는 경찰이 최루탄을 쏘며 진압에 나섰고, 학생들은 돌, 화염병 등은 물론 활, 화살, 대형 새총 등을 동원해 이에 맞섰다.
저녁에는 시위대가 홍콩이공대 밖에서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를 불태우기도 했다.
이날 홍콩대학 교정은 폐쇄됐으며, 시립대학은 이날 예정됐던 졸업식을 취소했다.
대학가 시위 사태가 격화하면서 한국인 유학생을 비롯해 중국 본토 출신 유학생과 대만, 미국, 영국 등 여러 지역에서 온 유학생들이 귀향을 서두르고 있다.
홍콩 교육 당국은 총 학생 수 80만 명에 달하는 모든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에 대해 17일까지 전면 휴교령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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