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청일전자 미쓰리’ 이선심과 함께 성장한 배우 이혜리 “10년 전 내가 어땠는지 생각하며 선심이와 거리를 좁혀갔죠”

입력 2019-11-22 07:28  




이혜리가 딱 맞는 옷을 입었다.

작품을 할 때마다 대중에게 더 큰 신뢰감을 준다면, 배우로서 가장 행복한 일이 아닐까. 여기에 욕심도 많고 열정도 넘친다. 이혜리는 그런 배우다. 진정으로 일을 즐기는 사람의 여유와 에너지가 그녀의 몸을 감싸고 있었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tvN ‘청일전자 미쓰리’(연출 한동화, 극본 박정화)에서 여주인공 이선심으로 열연한 이혜리는 인터뷰 내내 쉼 없이 환한 미소를 보이며 깔깔댄다.

‘청일전자 미쓰리’는 부도 위기에 놓인 청일전자의 말단 경리 이선심이 하루아침에 사장이 된 이후 위기의 회사를 살리기 위해 동료들과 의기투합하는 이야기를 그린 휴먼 오피스 드라마.

“따뜻하고 의미 있는 작품이었는데, 시청자들도 그렇게 같이 느끼셨으면 해요. 날씨가 따뜻했을 때부터 선심이를 준비했는데 추울 때 끝났어요. 모든 계절을 선심이랑 보냈죠. 천천히 보내고 싶어요.”

이혜리는 극중 대표의 무게감을 견디며 점차 성장하는 인물인 이선심 역을 맡아 시청자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건네며 한 층 성숙해진 연기력을 선보였다. 비주얼부터 제스처까지 이선심이라는 인물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캐릭터에 설득력을 더했다.

“제목에 ‘미쓰리’가 들어가니까 주인공으로서 걱정을 많이 했어요. 부담도 컸는데 너무 다행히 좋은 선배님들과 감독님을 만나서 오히려 현장에 가서 더 풀었어요. 그 전에는 얼어있었는데. 그 점을 좋게 봐주시지 않았나 싶어요.”

이혜리의 파격 변신은 첫 회부터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이혜리는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한 신입사원 캐릭터를 보다 현실적으로 그리기 위해 단 3벌의 옷만을 착용하고, 립스틱도 바르지 않은 수수한 얼굴로 등장했다. 극 초반 잔뜩 움츠러든 어깨와 요리조리 눈치를 보는 디테일 연기로 직장에서 하대 받는 막내의 고충을 드러냈다.

“실제 저는 데뷔 10년 차이지만 사회초년생인 선심이와 동갑이에요. 10년 전 내가 어땠는지 생각하며 선심이와 거리를 좁혀갔죠. 또한 중소기업 배경이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도 있었어요. 그래서 주변 친구들이나 같은 스태프들에게 많이 물어봤죠. 저를 깎아가면서 선심이를 채웠어요. 요즘 현실을 선심이를 통해서 많이 배웠어요. 어떻게 살아가는지 요즘 친구들 얘기를 하고 싶었어요. 공부 많이 했어요.”

극 후반으로 갈수록 당당하면서도 올곧은 모습을 보여준 이혜리의 섬세한 표현력은 대표가 된 이후 점차 자신의 장점을 발견하고 자존감을 회복한 이선심의 변화를 느끼게 했다. 이처럼 이혜리는 극중 인물에 혼연일체 된 듯한 싱크로율로 ‘맞춤 캐릭터’를 입었다는 호평을 받았다.

“원래 ‘나라면 어땠을까’에서 출발하는데, 선심이는 그게 잘 안 됐어요. 내가 대신 싸워주고 싶은 마음이 들고, 나라면 이렇게 안 했을 거란 생각이 들어서 조금 한 발짝 뒤에서 봤더니 같이 다니는 스태프들과 신입사원인 제 친구들은 다 선심이처럼 살고 있더라고요. 물론 저도 신인 때는 그렇게 살았던 적도 있었어요. 사실 저는 되게 판타지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현실에 맞닿은 일상의 얘기라서 주변에서 조금씩 캐릭터를 가지고 와서 결을 만들었던 거 같아요.”




이혜리의 몰입도 높은 연기는 사회초년생 시청자들에게 위로와 공감을 선사했다. 직원들의 잔심부름을 도맡아 하거나 이름도 없이 ‘미쓰리’로 불리며 차별당하지만 이 마저도 아르바이트만 전전하다 처음으로 가지게 된 직장이기에 불평조차 하지 못하던 이혜리. 그는 퇴근 후 집에 돌아와 신세한탄을 하거나 술에 취해 “왜 나만 무시하는 거냐”고 울분을 토해내는 모습으로 선심과 같은 처지에 놓인 이들과 공감대를 형성한 것. 아무것도 모르던 말단 경리 이혜리가 주변 동료들의 격려와 도움을 통해 청일전자의 진정한 대표로 거듭나는 과정은 사회초년생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선심이는 월급을 받아서 얼마는 여기에 쓰고, 얼마는 여기에 쓰고 했을 거야라든지, 옷이나 가방 신발도 마찬가지죠. 생각해보면 저도 입는 옷만 입어요. 그런 일상적인 것들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했어요, 제 친구들 뿐 아니라, 친구들 자매들도 ‘너무 나 같아서 답답해’라는 코멘트를 많이 해줬어요.”

무엇보다 이혜리의 ‘존중 리더십’이 위기의 청일전자를 부활시키는 데 결정적인 힘을 발휘했다. 정직함과 책임감으로 그동안 갑질에 고통 받던 하청업체 사장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솔선수범하는 태도로 동료들에게 월급 삭감 동의서를 받아 비용 삭감을 이뤄냈다. 특히 모든 직원들에게 공평한 기회를 부여하고 끊임없이 격려하며 언제나 무기력하던 청일전자 직원들에게 활기를 되찾아주었다.

“저는 선심이가 여리고 약하다고 생각해요. 약한 선심이도 착한 마음으로 배려하고 같이 보듬고 나아가고 성장했죠. 여러분도 꿋꿋하게 좋아하는 일, 좋아하지 않더라도 그 과정에서 좋아하는 걸 찾아가면서 열심히 버티다보면 선심이처럼 해피엔딩을 맞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응답하라 1988’에서 성덕선으로 주연 배우로써의 입지를 다진 이혜리. 그는 이 이미지를 탈피하기 보다는 받아들이려고 한단다.

“나쁘게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했어요. ‘덕선이가 보이면 안 돼’ 이런 생각은 하지 않고 선심이에 더 집중했죠. ‘`덕선이를 피해야한다’라는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했어요. 덕선이도, 선심이도 저에게 모두 있는 모습이거든요. 물론 그런 말을 듣지 않으려면 좀 센 캐릭터를 했겠지만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도전했어요.”

최근 이혜리는 유튜버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 35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 ‘오! 혜리데이’로 일상을 공개하고 있다. 최근 30만 구독자를 달성해 실버 버튼을 받았다.

“제 목표는 다이아몬드지만, 되게 많이 봐주시는구나 싶어서 신기했어요. 일반 유튜버나 연예인분의 유튜브도 많이 봤어요. 특히 박막례 할머니 채널을 정주행 했어요. 어떨 때는 할머니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내가 주책맞게 울고 있더라고요. 이런 게 진정한 유튜버구나 싶다. 만나보면 연예인 본 기분일 것 같아요.”

이혜리는 2010년 걸스데이로 데뷔해 국내 톱 걸그룹으로 활약했으며 현재는 연기, 예능까지 다방면으로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아티스트다. 걸스데이 멤버들은 올해 상반기 기존 소속사였던 드림티엔터테인먼트와의 전속계약이 만료되며 각자 새 둥지를 찾았다. 오는 2020년 걸스데이 멤버들은 데뷔 10주년을 맞는다.

“멤버들과는 계속 ‘너무 하고 싶다’고 이야기도 하고 있는데, 사실 외부 환경적으로 넘어야 할 큰 요소들이 너무 많더라고요. 그렇지만 내년이 10주년이라는 생각이 드니까 작은 거라도 팬들이 기다려주시는 마음에 보답하기 위해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어요. 많은 역경들이 있더라도 헤쳐 나가볼까 하는 고민들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10주년이 아무 것도 없이 그냥 지나가버리면 너무 아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가 걸어온 배우로서의 길, 앞으로 펼쳐갈 연기 인생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혜리의 눈빛은 누구보다 진지하고 열정적이었으며 그 안에는 작품 속 캐릭터들과는 또 다른 이혜리 만의 매력이 담겨 있었다.

“8개월을 쏟았으니 올해는 조금 재충전을 하고 내년부터 좀 더 달려봐야죠.”


한국경제TV  디지털이슈팀  유병철  기자

 onlinenews@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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