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폭력주의` 신념을 바탕으로 수년간 예비군 훈련에 불참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남성이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받아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 남성은 과거 총기로 상대를 죽이는 1인칭 슈팅(FPS) 게임을 한 이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재판부는 이런 게임을 한 사정만으로 피고인의 양심이 진실하지 않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수원지법 형사항소1-1부(박석근 부장판사)는 22일 예비군법 및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28) 씨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원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예비역 편입 이래 일관되게 `인간에 대한 폭력과 살인의 거부`라는 비종교적 신념에 따라 예비군 훈련을 거부하고 있다"며 "그는 가족에게 폭력이 가해지는 상황에서도 양심에 따라 비폭력적인 수단으로만 대항할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은 예비군 훈련을 거부하기 위해 수년간의 조사와 재판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과 형벌의 위험, 안정된 직장을 얻기 어려워 입게 되는 경제적 어려움 등을 모두 감수하고 있다"며 "유죄로 판단되면 중한 징역형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하는 점 등을 보면 피고인의 양심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하다는 사실이 소명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검찰이 A 씨의 혐의를 밝히고자 제출한 `카운터 스트라이크`, `오버워치`, 리그 오브 레전드` 등 게임 이력 등 관련 증거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어렸을 때 총기로 사람을 공격하는 `카운터 스트라이크` 게임을 한 적이 있으나 미군의 민간인 학살 동영상을 본 후 그만뒀다고 진술하고 있으며, 이후 이 게임을 즐긴 사정은 찾을 수 없다"고 밝혔다.
또 "피고인은 최근까지 한 `오버워치`, `리그 오브 레전드` 등은 캐릭터의 생명력이 소모돼도 죽는 것이 아니라 부활하고, 공격을 받아도 피가 나지 않는 등 실제 전쟁이나 살인을 묘사한 것과는 거리가 멀어 양심에 반하지 않는다고 진술하고 있고, 달리 이를 탄핵할 만한 자료가 제출되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비종교적 양심의 경우 종교활동 등과 같이 자연스럽게 외부로 표명할 수 있는 수단이 많지 않다"며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고려할 때, 사회활동 등을 통해 양심을 표명할 것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요구하면 비종교인의 양심적 병역거부를 사실상 허용하지 않는 결론에 이를 우려가 있다"고 판시했다.
A 씨는 2013년 2월 제대하고 예비역에 편입됐으나, 2016년 3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16차례에 걸쳐 예비군훈련, 병력 동원훈련에 참석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검찰의 공소사실대로 훈련에 불참한 것은 사실이나, 타인의 생명을 빼앗는 전쟁 준비를 위한 군사훈련에 참석할 수는 없다는 신념에 따른 행위였다며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주장해 왔다.
이에 1심은 A 씨의 예비군 훈련거부가 절박하고 진실한 양심에 따른 것이라고 판단,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앞서 지난 6월과 9월에도 서울북부지법과 서울남부지법에서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이 과거 FPS 게임을 한 이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으나 잇따라 무죄를 선고받은 바 있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