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모습 보이겠다"던 구하라, 前연인과 소송·성형논란 고통 컸나

입력 2019-11-24 22:31   수정 2019-11-25 05:54


화려한 외모로 `아이돌 중의 아이돌`로 불린 가수 겸 방송인 고(故) 구하라(28)에게는 그와 절친한 사이이자 지난달 세상을 등진 설리와 마찬가지로 온라인 세상이 생산해낸 논란과 악성댓글이 늘 따라다녔다.
그룹 카라로 활동하던 시절에는 남자친구와 펜션에 놀러 갔다 찍은 사진을 두고 온갖 성희롱성 댓글이 줄을 이었고, 연기와 예능 프로그램 출연 등 개인 활동에 집중한 시기에도 성형 논란 등이 지속해서 있었다.

특히 최근 그를 괴롭게 했던 일은 전 연인이었던 헤어 디자이너 최종범 씨와의 법정 공방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8월 최 씨는 구하라에게 폭행을 당했다며 언론과 인터뷰를 했으나 이후 쌍방폭행 논란으로 번졌다. 이후 구하라가 합의를 원한다는 의사를 밝히며 서로 화해하는 듯 싶었지만 며칠 후 구하라는 최씨가 디지털 성범죄 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했다고 폭로해 논란은 커졌다.
결국 이 사건은 고소·고발전으로 비화했고 경찰에서도 사건 조사를 위한 전담팀을 구성했다. 긴 법정 공방 끝에 최씨는 올해 8월 상해, 협박, 재물 손괴, 강요, 성폭력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이용) 5가지 공소 중 성폭력 특례법을 제외한 4가지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결과적으로 구하라가 협박을 당한 것이 인정됐지만, 구하라는 재판과정에서 끊임없이 2차 피해를 봤다. 온라인에서는 범죄 그 자체가 아니라 동영상의 유무에 대해 호기심을 표하는 등 성희롱이 이어졌다.
구하라 변호인은 최 씨 결심공판에서 "피해자는 자신의 성관계 영상이 있다고 하는 세상에서, 사람들이 이를 볼지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서 살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실제로 구하라는 법적 분쟁 중이던 지난 5월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기도 했다. 그는 당시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의미심장한 내용의 글을 올렸다가 지우기를 반복했다. 우울증 때문이었다.
하루가 지나 의식을 되찾은 그는 일본 연예매체를 통해 "여러 가지 사정이 겹치면서 마음이 괴로워졌다"며 "정말 죄송하다. 이제부터는 든든하고 건강한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고 팬들의 격려가 이어졌다.
그러나 구하라가 일본 활동에 주력하면서 안검하수 수술을 받자 악성댓글은 또다시 고개를 들었다.
결국 구하라는 다시 극단적 선택을 했고 이번에는 영영 돌아오지 못했다.

세상을 등진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방송가에서는 설리와 마찬가지로 구하라 역시 연예계 생활 내내 따라다닌 악성댓글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특히 절친 설리가 세상을 떠났을 때 구하라는 가장 괴로워한 동료 중 한 사람이기도 했다.
손성민 연예매니지먼트협회장은 24일 통화에서 "연예인, 특히 여성 연예인에 대한 성희롱과 악성댓글은 심각한 수준이다. 연예인이라는 직업의 특성이 있다 해도 그들 역시 똑같은 사람인데 악성댓글은 근절되지 않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는 이어 "설리가 죽은 후 정치권에서도 `설리법` 발의를 준비하는 등 움직임이 있었지만 과거 인터넷 (준)실명제가 위헌 판단을 받았기에 현실적으로 악성댓글을 제재할 방안을 찾기 쉽지 않다"며 "`키워드 방지` 정책 등을 통해 욕설이나 성희롱은 노출하지 않는다든지 하는 현실적 방안은 있을 텐데 제도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방송가 관계자는 "화려한 아이돌 출신일수록 왕성한 활동을 하다가 조금 주춤해지면 온라인 반응 등에 더 상처받고 민감해진다"며 "온라인 댓글 문화의 자정 작용이 절실하다. 최근 소속사들도 법적 대응을 강화하는 분위기이기는 하지만 자정 작용으로 제2, 제3의 설리와 구하라가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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