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무역협상 먹구름 우려
얼마전까지만 해도 합의 달성에 박차를 가했던 미중 무역협상이었는데, 이제는 정말 하루하루 알 수 없게 됐습니다. 어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홍콩 인권법에 서명하면서 무역협상에 다시 먹구름이 드리웠습니다.
그 동안 '서명할 것이다', '하지 않을 것이다'로 의견이 갈렸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서명을 선택했습니다. 다만 함께 발표한 성명의 분위기를 살펴보면, 그가 서명하기까지 많은 고민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성명에서 "나는 중국과 시진핑 주석, 그리고 홍콩 시민에 대한 존경을 담아 이 법안에 서명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이 법안으로 중국과 홍콩의 지도자들이 서로의 차이를 평화적으로 극복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내 정치권과 중국' 양쪽 모두의 눈치를 본겁니다.
탄핵위기 트럼프, 홍콩 인권법 서명 '거부할 힘' 없어
외신, 美·中 관계 악화 우려
왕이 中 외교부장 "인권법 서명은 미친 짓" 비난
실제로 탄핵위기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상·하원이 모두 강력히 지지한 홍콩 인권법안을 거부할 여력이 없었는데요. 반대로 무역협상 1단계 합의를 타결해, 입지를 굳히고 싶어하는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시진핑 주석이 꾸준히 반대해온 홍콩 인권법 서명이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겁니다.
외신에서는 홍콩 인권법 서명이 미중 관계를 악화시키지 않을까 우려했습니다. 중국이 자신들의 대외 외교 '절대원칙'인 '일국양제'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서명으로 심각하게 균열됐다고 인식하기 때문이데요. '일국양제'란 중국이라는 한 국가 안에 사회주의와 자본주의라는 서로 다른 두 체제를 공존시키는 것을 말합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홍콩 인권법에 서명한 것은 미친 짓"이라며 거칠게 비난했습니다. 그는 특히 "인권법 통과는 양국의 신뢰를 깨트리고, 관계를 심각하게 해친다"고 말했는데요. "양국 관계가 한계점에 이르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中 외교부 "中 반드시 반격할 것…책임은 미국이 져야해"
中 '구체적 보복카드' 언급 없어
외신, '무역협상 중단' 가장 큰 보복카드
중국 측 반응 더 살펴보시죠. 외신에서는 당장 중국이 미국에게 가할 보복 수단에 집중했습니다. 중국 외교부는 "중국은 반드시 반격할 것"이라고 주장했는데요. 그러면서 "이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결과는 미국이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사실 중국은 그전부터 미국이 홍콩 인권법에 서명한다면 즉각 보복하겠다고 말해왔습니다. 그러나 구체적인 보복 수단이 나온 적은 없었는데요. 그도 그럴것이 중국은 홍콩을 빌미로 미국을 겨냥할 보복카드가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외신들은 '무역협상의 일체 중단'을 중국의 가장 큰 보복카드로 꼽았는데요. 중국으로써는 무역협상을 늦추는 것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입지를 좁힐 수 있다는 뜻입니다.
中 국방부, 인민해방군 투입 능력 과시
런궈창 中 국방부 대변인 "지도부 지휘 하에 언제든 투입 가능…명분은 홍콩 질서 회복"
여기에 또 하나 꺼내 들 수 있는 것이 바로 인민해방군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날 중국은 인민해방군을 언제든 홍콩에 투입할 수 있다고 주장했는데요. 중국 국방부 런궈창 대변인은 "홍콩 주둔 인민해방군은 언제든지 지휘에 따라 홍콩 기본법과 인민해방군 주군법을 이행할 수 있고, 홍콩의 장기적인 안정을 유지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중국 국방부의 입장은 지도부의 결심만 있으면 질서 회복의 명분으로 언제라도 홍콩에 주둔하고 있는 인민해방군을 투입할 수 있음을 강조한 겁니다.
그러나 시진핑 주석은 홍콩 구의원 선거 참패로 인해 '체제불안과 리더십 타격'으로 궁지에 몰려 있어, 무역협상을 순조롭게 마무리해야 하는 상황인데요. 외신들이 꼽은 '무역협상 중단'과 '인민해방군 투입'을 보복카드로 꺼내 들기가 어렵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홍콩, 美 인권법 서명에 감사 집회 개최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고 싶은 심정"
홍콩 경찰, 감사 집회 허용
홍콩 정치개혁에도 힘 실릴 듯…내달 8일, '행정장관 직선제' 요구 집회
그렇다면 누구보다 기뻐하고 있을 홍콩의 반응도 살펴봐야겠죠.
역시나 홍콩에서는 인권법에 서명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감사를 표하는 집회가 열렸습니다. 한 시위자가 "집집마다 성조기를 내걸고 미국에 대한 감사의 뜻을 보여야 한다.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할 정도였는데요. 그 동안 대부분의 집회를 금지해왔던 홍콩 경찰도 이번 집회는 허용했습니다.
한편, 홍콩 인권법 서명으로 시위대의 정치개혁 요구에도 힘이 실릴 전망입니다. 시위를 이끌어온 홍콩 민간인권전선은 다음 달 8일 '행정장관 직선제' 등을 요구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집회를 열겠다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홍콩 인권법에 서명하면서 미중 무역협상, 그리고 중국과 홍콩 사이에도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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