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있는 저녁" vs "저녁에 쓸돈 없어요"

지수희 기자

입력 2019-12-04 17:38   수정 2019-12-04 17:04

    <앵커>

    주 52시간 제가 시행되면서 일과 가정의 양립이 실현됐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는 반면 저녁시간은 있지만 월급이 줄면서 여유있는 저녁을 즐기기 힘들다는 사람도 늘었습니다.

    결국 워라밸의 혜택이 일부에게만 집중된 것인데요.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법과 제도가 시급한 상황입니다.

    지수희 기자입니다.

    <기자>

    은행원 정구욱씨는 최근 아이가 태어나면서 퇴근 후 육아 시간이 늘었습니다.

    퇴근시간에 맞춰 스스로 꺼지는 PC 때문에 더 이상 일을 할 수도 없습니다.

    [인터뷰] 정구욱 / A시중은행 근무

    "(처음 시행당시) 설마 6시에 퇴근할 수 있겠어? 했는데 제도적으로 뒷받침 되다보니 점점 익숙해져 문화로 자리잡은 것 같습니다. 술자리도 많이 줄어들고, 금융권이다 보니 자격증을 위한 공부를 끊임없이 해야해는데 여유있게 준비할 수 있고.."

    은행을 비롯한 대기업은 지난해 7월부터 시행한 52시간제에 맞춰 다양한 제도를 마련했고, 지금은 주 40시간 근무도 정착됐습니다.

    하지만 중소기업 근로자의 사정은 다릅니다.

    당장 얇아질 주머니 사정이 걱정입니다.

    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제도가 도입되면 근로자들은 매월 약 33만원의 급여가 줄어드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야근과 특근이 많은 제조업이나 직원 100명 이상의 규모가 있는 중소기업 근로자의 월급 감소폭은 더 높았습니다.

    구멍난 생활비를 매워야하는 근로자들은 또 다른 일자리를 찾을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추경호 의원은 올들어 월평균 부업자 수가 47만3067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가계 생계를 책임지는 가구주가 부업을 선택한 경우도 통계를 작성한 2003년 이후 가장 많았다고 분석했습니다.

    [인터뷰]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52시간제를 주 단위로 강제함에 따라서 실제로는 매우 안정된 직장에서 비교적 수입이 괜찮은 근로자들의 경우에는 상당한 혜택을 보고 있지만 많은 근로자들과 기업주에 경우에는 상당한 어려움에 봉착해있는 것도 사실이고요."

    전문가들은 워라밸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일하는 시간만 줄일 게 아니라 현장 상황에 맞게 인력을 운영하도록 유연한 인력운영 제도가 뒷받침 돼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인터뷰]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

    "중소기업의 생산성 향상을 위해서 노력할 필요가 있고요. 이러한 근로자들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노력에 대해서 사업주가 성과를 공유하려는 노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

    52시간 근로제를 보완할 탄력·유연근로 제도가 여전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워라밸 양극화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지수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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