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로 체중을 늘려 병역의무를 감면받으려 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던 20대가 항소심에서 유죄가 인정돼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울산지법 형사항소2부(김관부 부장판사)는 병역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26)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4일 밝혔다.
재판부는 A씨에게 사회봉사 160시간도 명령했다.
판결문을 보면 A씨는 2012년 11월 입대를 위한 신체검사에서 체중이 76㎏으로 측정돼 2급 현역 입영 대상 결정을 받았다.
A씨는 2013년부터 2016년까지 대학 진학, 자격시험 응시, 취업준비 등으로 입대 연기 신청을 했다. 이후 병무민원상담소에 난시를 근거로 재검 신청이 가능한지 문의하기도 했다.
A씨는 2017년 9월 포털사이트에서 체질량지수(BMI)를 검색해 당시 자신의 키 177㎝와 몸무게 98㎏을 입력해 BMI가 31.2라는 점을 확인했다.
BMI는 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을 통해 지방량을 추정하는 비만 측정법이다.
A씨는 체중을 104㎏까지 늘리면 BMI가 33.2가 돼 현역을 피할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 방송에서 "6㎏을 어떻게 찌우지"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이후 고칼로리 음식을 먹고 운동을 하지 않는 등 방법으로 살을 찌운 A씨는 병역처분변경을 신청, 같은 해 10월 말 재검에서 체중 105.2㎏을 기록했다.
11월 말 이뤄진 불시 측정에서는 106.5㎏으로 체중이 더 늘었고, 결국 A씨는 4급 판정을 받아 사회복무요원 소집 대상이 됐다.
A씨는 인터넷 방송에서 "1∼2개월 만에 15㎏을 찌웠으니 빼는 것도 할 수 있다"라거나 "훈련소에서 살 빠진 거 확인돼도 현역 입대로 번복되는 일은 없다"는 등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A씨는 병역의무를 감면받을 목적으로 신체를 손상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인터넷 방송에서 `6㎏을 어떻게 찌우지`라고 한 발언이 시청자 제안에 대해 우발적으로 이뤄진 점, 체중 증가가 연령과 생활습관 변화 등에 따른 자연스러운 증가로 볼 수도 있는 점, 재검 당시 2개월 남짓 만에 7㎏가량 증가하기도 했으나 이는 인터넷 방송에 전념하면서 시청자가 보내준 음식을 많이 먹었기 때문이라고 진술한 점 등을 고려하면 병역의무 감면 목적으로 체중을 증가시켰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이에 검사는 "체중 변동 추이, 피고인이 인터넷 방송 중 한 발언, 지인과의 대화 등을 종합하면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있다"며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과 달리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체중이 104㎏을 넘은 적은 재검과 불시 측정 당시뿐이고, 그 이전이나 이후에는 104㎏을 넘은 기록이 없다"면서 "4급 판정이 확정된 이후에는 체중을 93㎏까지 약 13㎏ 감량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체중 변화는 극히 부자연스러워 보이고, 병역의무를 감면받겠다는 목적 외에 다른 사정은 엿보이지 않는다"면서 "체중 증량이 질병이나 생활환경 등 피치 못할 사정에 기인했다고 보이지 않고, 오히려 다분히 의도적으로 조절된 것으로 보인다"고 유죄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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