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한국을 찾은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방한 이틀째인 5일에도 미국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특히 2016년 한중 갈등을 촉발한 주한미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두고 "미국이 중국을 겨냥해서 만든 것"이라면서 미국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왕 부장은 이날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열린 우호 오찬회 기조연설에서 "냉전 사고방식은 진작 시대에 뒤떨어졌고 패권주의 행위는 인심을 얻을 수 없다"면서 "중국 부흥은 역사의 필연이며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온갖 방법을 써서 중국을 먹칠하고 억제하며 발전 전망을 일부러 나쁘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면서 "그 배후에는 이데올로기 편견과 강권정치 오만도 자리 잡고 있으며 (그러한 시도는) 결국 실패로 끝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에 `먹칠`하고 `패권`을 휘두르는 주체를 직접 언급하지 않았으나 무역협상과 홍콩인권민주주의법안(홍콩인권법안) 제정 등 여러 현안에서 부딪치며 패권 경쟁 중인 미국을 겨냥한 발언으로 읽힌다.
이는 왕 부장이 전날 한중 외교장관회담 모두 발언에서 일방주의와 패권주의가 세계 안정과 평화를 위협하는 최대 요인이라며 자국 우선주의 정책을 펴는 미국을 비판한 것의 연장선에 있다.
왕 부장은 이날 기조연설 후 `한국에서는 한중 관계가 사드 때문에 여전히 좋지 않다는 인식이 있다`는 취재진 질문을 받은 자리에서도 "사드는 미국이 중국을 겨냥해서 만든 것이며 한중관계에 영향을 줬다"고 답하며 미국을 조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패권주의에 대한 생각을 묻는 말에는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에서 매일 (패권주의를) 관찰할 수 있다"면서 "그것(트윗)이 매일 공론화되고 있다"라고도 했다.
취재진 물음에 답하는 형식이긴 했지만, 외교장관이 다른 나라 대통령을 직설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중화 부흥`을 과시하면서 미국을 거침없이 공개 비판한 왕 부장의 언행을 두고 자국 공산당 지도부를 향한 `보여주기`라는 해석도 있다.
왕 부장은 이날 기조연설에서 "중국이 이룩한 발전의 성과는 올바른 발전의 도로를 찾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공산당이 주도하는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를 택했기 때문"이라면서 자찬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시종 한국이 신뢰할 수 있는 장기적인 협력 파트너"라면서 "양국은 이미 이익이 고도로 융합된 이익 공동체가 됐다"고 한중관계를 강조했다.
그는 "이번 방한은 한국 측과 중요한 전략적인 소통을 하기 위함으로, 양국은 지금 새로운 발전 기회를 맞이했다"면서 ▲ 높은 정치적 상호신뢰 구축 ▲ 수준 높은 양자 협력 실현 ▲ 수준 높은 다자협력 등 3가지를 발전 방향으로 제시했다.
이는 한미 관계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문 등으로 삐걱대고 미국의 중거리 미사일 배치 가능성 등 예민한 현안이 있는 상황에서 한국을 좀 더 중국 편으로 끌어들이려는 접근으로 보인다.
왕 부장은 전날 한중외교장관 만찬 마지막에 자장면이 나왔던 점을 언급하면서 "무거운 이야기가 많이 나왔는데 자장면 때문에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자장면은 중한 양국 문화가 통하는 것을 보여준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날 오찬에는 이수성 전 국무총리와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 윤병세 외교부 장관 등 60여명이 참석했다. 행사는 12시 시작될 예정이었으나 왕 부장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면담으로 40분가량 늦게 시작됐다.
왕이 방한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khkkim@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