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재 사건 검·경 갈등 심화 "국과수 감정 조작" vs "오류"

입력 2019-12-18 00:58  


`진범 논란`을 빚은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과 관련, 사건 당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이 `조작`된 게 아니라 `오류`가 있었을 뿐이라는 경찰 발표에 대해 검찰이 "조작이 맞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경찰이 이같은 검찰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재반박하는 등 이 사건의 핵심 의혹인 국과수 감정에 대한 신경전이 이어지면서 검·경 갈등이 심화하는 양상이다.
수원지방검찰청은 17일 `이춘재 8차 사건`의 재심청구인 윤모(52) 씨가 범인으로 검거될 당시 증거물로 사용된 국과수 감정서에 `오류`가 있었다는 경찰의 이날 발표 내용을 반박했다.
검찰은 입장문에서 "`국과수 직원이 감정 과정에서 시료 분석 결괏값을 인위적으로 조합, 첨삭, 가공, 배제해 감정상 중요한 오류를 범했으나, 당시 감정에 사용된 체모가 바꿔치기 되는 등 조작한 것은 아니다`라는 경찰 발표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검찰은 그간 입수한 한국원자력연구원 감정자료, 국과수 감정서 등 제반 자료, 관련자 및 전문가에 대한 조사 결과를 종합해 이같이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8차 사건 국과수 감정서는 일반인 체모를 감정한 결과를 범죄 현장에서 수거한 체모에 대한 감정 결과인 것처럼 허위로 작성하고, 나아가 수치도 가공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앞서 경기남부경찰청 수사본부는 이날 오전 브리핑을 열어 당시 현장에서 발견된 체모에 대한 1∼5차 방사성동위원소 분석(체모 등에 포함된 중금속 성분을 분석하는 기법) 결과와 국과수 감정 내용 등을 발표했다.
경찰 수사본부는 당시 `모발에 의한 개인식별` 관련 연구를 진행한 국과수 감정인이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자신의 연구 결과를 법과학분야에 도입하면서 원자력연구원의 시료 분석 결괏값을 인위적으로 조합·첨삭·가공·배제해 감정상 `중대한 오류`를 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찰의 이날 브리핑에 대해 검찰은 입장문에서 원자력연구원의 1차 분석을 제외한 2∼5차 분석에 쓰인 체모는 방사성동위원소 분석 전 장비의 정확성을 측정하기 위한 스탠다드(Standard·표준) 시료일 뿐, 현장에서 발견된 체모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검찰에 출석한 감정 전문가들은 "윤 씨를 제외한 다른 모든 용의자에 대한 국과수 감정서에는 범죄 현장에서 수거한 체모 감정 결과를 기재했으나, 유독 윤 씨의 체모에 대한 감정서에만 엉뚱한 시료(스탠다드 시료)를 범죄 현장에서 수거한 체모인 것처럼 감정서를 허위 작성해 조작했다"는 견해를 밝혔다고 검찰 관계자가 전했다.
그러나 경찰은 검찰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재차 반박했다.
경찰은 "당시 원자력연구원에서 분석을 담당한 박사를 수차례 면담하고 관련 자료 등을 종합해봤을 때 원자력연구원이 분석한 대조 시료(현장 음모)는 `스탠다드`로, 용의자들의 시료는 `샘플`로 표기된 부분을 확인할 수 있다"며 "즉, 여러 진술과 수치 등을 고려하면 현장 음모가 분석된 게 맞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른 용의자 10명과 달리 윤 씨만 스탠다드 시료로 분석하는 등 국과수 감정은 조작한 것이라는 검찰 주장에 대해 수사본부가 확인한 결과 원자력연구원의 동일한 분석 결괏값으로 모두 대조 및 감정한 게 맞다"고 덧붙였다.
국과수 감정 결과의 조작 여부와 별개로, 검찰과 경찰이 관련 조사 내용을 발표할 때마다 상대방의 발표를 부인·반박하는 것은 최근 검·경 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양측의 갈등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측의 갈등 구도는 검찰이 지난 11일 8차 사건에 대한 직접 조사 방침을 밝히면서 확산했다.
검찰은 부산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이춘재를 수원교도소로 이감하면서 경찰에 알리지 않았다.
경찰의 이날 브리핑은 검찰이 직접 조사 방침과 더불어 발표한 `국과수 감정 결과가 조작됐다`는 내용을 에둘러 부인한 것이지만, 검찰이 발표 당일 이를 반박하고, 경찰이 재반박하면서 갈등이 깊어지는 양상이다.
이춘재 사건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khkkim@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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