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 하나 때문에" 강릉 KTX 탈선 사고, 1년 만에 밝힌 원인은

입력 2019-12-24 17:07  


작년 12월 발생한 KTX 강릉선 탈선 사고는 노선 공사 과정에서 선로전환기 공사가 잘못됐고 이후 운영 과정에서도 이를 제대로 발견하지 못해 발생했다는 사고조사 결과가 나왔다.
국토교통부 산하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이하 조사위)는 24일 세종청사에서 백브리핑을 열어 이 같은 내용의 사고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작년 12월 8일 오전 7시 35분 서울행 806호 KTX 산천 열차가 탈선하는 사고가 났다. 당시 강릉역 청량신호소의 서울 방향 선로전환기(21B호)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열차가 탈선할 수밖에 없는 상태에서 열차가 출발했다.
하지만 선로전환기의 오류를 알려주는 신호 시스템은 서울 방향이 아닌 강릉차량기지 방향 선로전환기(21A)에 이상이 있는 것으로 표시됐다.
역무원 등은 엉뚱한 강릉 방향 선로전환기(21A)를 점검하다 사고를 막지 못했다.
사고 직후 초동 조사에서 철도의 선로전환기 설비가 잘못 설치된 것으로 파악된 바 있다. 국회를 통해 공개된 관제 녹취록에서도 오류 시스템이 다른 선로전환기를 지목해 역무원들이 헛심만 쓰다가 사고를 막지 못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번 조사 결과 강릉선 21B호 선로전환기 첨단부가 밀착되지 못하고 벌어지는 장애가 발생한 것은 선로전환기의 전동기 내 모터의 콘덴서가 불량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선로전환기가 충분히 힘을 받지 못해 선로 첨단부가 벌어졌다는 것이다.
청량신호소 출발 신호기에 서울방향 21B의 고장 신호와 열차 정지신호가 나와야 했지만 강릉방향 21A호 선로전환기 고장으로 표시됐다.
조사위는 "분선반 단자대의 21A호, 21B호 선로전환기 배선이 반대로 시공돼 고장 정보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탈선을 막지 못했다"며 "설치, 시공, 감리 과정에서 오류를 제대로 잡아내지 못했다"고 밝혔다.
1차적 책임은 철도를 건설한 한국철도시설공단에 있다는게 조사위 판단이다. 당시 설계 도면이 바뀌는 과정에서 작업자가 과거 도면으로 공사를 하다가 배선을 거꾸로 설치하게 된 것으로 조사됐다.
공단은 선로 설치가 끝난 후 오작동을 검사하는 연동검사에서도 이를 가려내지 못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연동검사에 참가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코레일도 운영 과정에서 유지보수를 허술하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두 개의 선로전환기를 한꺼번에 관리하는 것이 쌍동 선로전환기인데, 두개의 전환기 중 하나만 고장이 나도 모두 고장이 난 것으로 파악하고 조치한다.
사고 지점에 설치된 전환기는 쌍동 전환기이지만 고장 신호는 분리해 고장이 난 선로전환기의 정보만 표시한다. 이 때문에 코레일은 바뀐 쌍동 전환기에 맞는 점검을 해야 했지만 과거 쌍동 전환기 점검 매뉴얼에 따라 점검한 것으로 파악됐다.
조사위는 "코레일이 유지 보수 과정에서 바뀐 형태의 쌍동 전환기에 맞는 점검 매뉴얼을 갖추고 유지보수를 했다면 사고를 막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조사위 관계자는 "이번 조사는 사고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것일 뿐, 사고 책임과 관련해선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강릉 KTX 탈선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ddehg@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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