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필리(?) 크리스마스'…여야 입씨름 벌이다 자정 맞아

입력 2019-12-26 01:32  


(국회는 `필리(?) 크리스마스` (서울=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가 사흘째 이어진 크리스마스 휴일인 25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이 선거법 개정에 찬성하는 무제한 토론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여야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25일까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을 두고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벌이며 대치를 이어갔다.
성탄절인 이날 국회 본회의장은 총선을 앞둔 휴일임을 반영하듯 대부분이 종일 빈자리였다. 때로는 발언자를 포함해 10명도 안되는 의원이 본회의장을 지켰다.
남은 의원들은 대부분 책이나 휴대전화를 보거나 서로 모여 이야기를 나눴다. 상당수는 머리를 손으로 괴거나, 눈을 감고 `명상`하기도 했다.
발언자 뒷 자리의 문희상 국회의장은 연거푸 마른세수를 했다. 문희상 의장과 바른미래당 소속 주승용 부의장은 3일째 밤낮없이 4시간씩, 2교대로 사회를 봤다. 한국당 소속 이주영 의원은 항의의 표시로 교대에 동참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이 사흘째 이어진 25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문희상 국회의장이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의 토론을 들으며 얼굴을 만지고 있다/연합뉴스)
그럼에도 이날 필리버스터는 자정 임시국회 회기가 종료될 때까지 중단 없이 계속됐다. 만 24시간 동안 발언대에 선 여야 의원 9명은 토론 주제인 선거법을 넘어 상대 진영을 향한 각종 발언을 쏟아냈다.
오전 2시 10분 정의당 이정미 의원에 이어 발언자로 나선 자유한국당 박대출 의원은 문희상 의장을 "역적 동탁"이라 부르며 정조준했다. 문 의장이 과거 삼국지의 장비로 불린 것을 뒤튼 것이다. 그는 문 의장을 "의회 쿠데타 주모자", "청와대 출장소장"이라고도 불렀다. 여당은 "말이 심하다"며 야유를 보냈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의원은 검찰이 자신을 사찰했다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엄호하는 발언을 내놨다. 홍 의원은 "유 이사장이 고소·고발당한 것은 경제범죄가 아닌데 검찰은 왜 계좌를 보느냐"며 "검찰권 남용"이라고 주장했다.
한국당 정유섭 의원과 민주당 강병원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놓고 발언을 주고받았다.
정유섭 의원은 "현 정권이 상대를 적폐로 보고 말살하려는 행태를 3년 내내 보이고 있다"며 "이쯤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형 집행 정지를 해달라. (구속) 1천일이 된 여자대통령에게 뭐 그렇게 증오로 복수해야겠느냐"고 주장했다.
강병원 의원은 "탄핵을 유일하게 인정 못하는 집단이 한국당"이라며 "여러분이 박근혜 탄핵에서 빨리 벗어나야 국회의 새로운 장이 열린다"고 맞섰다. 그는 국회의원 선서문을 들고 나와 "선서에 걸맞은 21대 국회를 만들어야 한다"고도 했다.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이 사흘째 이어진 25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이 무제한 토론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필리버스터 대상 법안인 선거법 개정안 자체에 대한 공방도 이어졌다.
한국당 유민봉 의원은 독일의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선거법 개정안을 비교를 하며 "벤츠 엔진에 티코 보디(자체)를 얹은 격"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메리 크리스마스!"라며 발언을 끝내자 휴일을 잊었던 장내에선 허탈한 웃음이 터졌다.
민주당 김상희 의원은 "지금이 선거제 개혁의 골든타임"이라며 "한국당이 국민열망을 무시하고 끝까지 막아서는 모습에 착잡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본회의장에) 한국당 의원이 한 명도 없다"고 주장했다가 윤상현 의원을 발견하고 정정했다.
오후 7시 7분 마이크를 잡은 한국당 김태흠 의원은 19대 총선 당시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야권연대 홍보물을 손에 들어 보이며 한국당의 비례한국당 창당을 옹호했다.
김 의원은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지 않았을 때도 여러분들은 이 짓을 했다. 근데 우리가 하는 것이 왜 불법이고 꼼수이냐"며 "여러분 행동이 조국스럽다"고 주장했다.
그는 오후 11시 50분을 넘긴 시각, 선거법 개정안의 선거연령 만 18세 인하 부분에 대해 "만에하나 나쁜 후보가 고3 학생들에게 돈을 살포하는 행태가 벌어지면 이 나라가 어떻게 되겠냐"고 주장했다.
그러자 자리에 앉아있던 민주당 위성곤·황희 의원 등이 "사과하라", "어떻게 말을 그런 식으로 하느냐. 책임지라"며 고성으로 항의했고, 김 의원도 "`만에하나`라고 했다. 뭘 책임지냐"고 맞받아치는 사이 시간은 자정이 됐다.
문 의장은 이들의 설전을 끊은 뒤 "자정이 넘었다. 국회 법에 따라 임시회가 종료돼 더 회의 진행을 못한다"며 의장석에서 일어났다. 한국당 쪽에서는 "도망치지 말라", "아들 공천을 사과하라"는 야유가 나왔다.
이날 만 24시간 동안 필리버스터에 나선 의원은 한국당 5명, 민주당 3명, 정의당 1명 등 9명이었다. 이들은 짧게는 45분(한국당 유민봉 의원)에서부터 길게는 5시간 50분(한국당 박대출 의원)까지 발언을 이어갔다.

(19대 총선 야권연대 홍보물 들어보이는 김태흠 (서울=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 자유한국당 김태흠 의원이 25일 밤 국회 본회의장에서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 도중 19대 총선 당시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야권연대 홍보물을 들어보이며 자유한국당의 위성정당 구상에 대한 더불어민주당의 비판을 반박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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