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27일 국회가 논의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과 관련해 "공수처에서 전국 단위 검·경의 사건을 다수 이첩받아 간 후 즉시 수사에 착수하지 않고 지연할 경우 사건 암장(은폐)의 문제가 발생하는데 견제할 장치가 없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대검찰청은 이날 공수처법 수정안에 관한 설명자료를 내고 이같이 주장했다.
이 설명자료는 전날 대검이 공수처 법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공식 발표한 뒤 구체적 쟁점에 관한 설명을 추가해 내놓은 후속 자료다.
전날 대검은 공수처 법안에 `검찰 수사 과정에서 발견된 공직자의 범죄 정보를 모두 공수처에 통보해야 한다`는 부분이 독소조항이라는 취지의 설명자료를 내고 해당 조항에 대한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날 검찰은 여권에서 "공수처 통보 조항이 없으면 검·경이 사건을 암장할 수 있다"며 해당 조항의 필요성을 강조한 데 대해서 구체적으로 반박했다. 이 조항으로 인해 검·경보다는 공수처의 암장 가능성이 더 크다는 취지다.
대검은 "검찰에서 범죄를 인지한 경우 정식 사건번호가 부여되고, 관련 전산시스템상 등록되므로 임의로 사건을 암장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공수처는 검경의 상급 기관이나 반부패수사의 컨트롤타워가 아니다"라며 "검·경의 사건 암장 여부를 감독, 방지하기 위해 보고를 받겠다는 것은 헌법과 법률에 따른 정부 조직체계에도 맞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대검은 여야의 `4+1`(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가 공수처 법안에서 사건 수사의 중복 또는 혼선 방지를 위해 공수처 이첩 기준을 정했다고 밝힌 데 대해서는 "(공수처가) 국가 사정기관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대검은 "검·경 등이 수사 착수 단계에서부터 공수처에 (사건) 인지 사실을 통보하고 공수처가 수사 개시 여부를 임의로 결정할 수 있게 되면 검·경의 고위공직자 수사 시스템은 무력화된다"며 "검·경 수사권조정 법안에서 고위공직자에 대한 검·경의 직접 수사를 인정한 취지가 무의미해진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검사 25명의 수사기관인 공수처가 먼저 수사 개시 내용을 대규모 수사기관인 검경에 통보해 검·경이 중복 수사를 하지 않도록 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라며 "(그래야) 수사 기밀의 유출 또는 수사 검열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다"고 제안했다.
대검은 "검·경 수사권조정 법안에서는 먼저 영장을 신청한 수사기관이 어디인지 등 일정한 기준에 따라 수사 주체를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며 "공수처법 수정안은 공수처장이 검·경 수사 착수 단계에서부터 고위공직자 수사 개시 여부를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경찰이 검찰에 수사 개시를 보고하는 등 검경이 수사 정보를 공유하고 있으므로 공수처 통보 조항에도 문제가 없지 않느냐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공수처와 검·경은 수사 지휘 관계가 아니므로 검·경 사례를 드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검경 수사권조정 법안에 따르면 경찰이 검찰에 별도의 수사 개시 통보를 하는 제도는 없다"고 언급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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