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12·16 부동산대책에 따른 고가주택 대출 금지, 보유세 강화 등의 조치로 새해 들어 강남 재건축 단지에 본격적으로 급매물이 늘고 있다.
강남의 고가 재건축 단지는 고점 대비 3억∼5억원 이상 떨어진 급매물이 속출하는 가운데 거래도 동반 실종됐다.
새해 들어 강남권의 재건축 추진 단지를 중심으로 급매물이 늘고 있다. 재건축 사업 추진이 한창인 반포 주공1단지와 잠실 주공5단지가 대표적이다.
5일 현지 중개업소에 따르면 서초구 반포 주공1단지 1·2·4주구 전용면적 84㎡는 현재 35억∼35억5천만원 수준에 나온 매물이 수두룩하다.
지난해 하반기 최고 38억∼40억원까지 거래됐던 것에 비해 3억∼5억원 떨어진 것들이다.
당초 2017년 말 관리처분인가를 받아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이하 재초환)를 피해갈 것으로 예상됐으나 주민 갈등과 소송전으로 사업이 지연되면서 재초환 부담금 부과 가능성에 보유세 부담까지 커지자 매물 증가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12·16부동산 대책, 헌재의 재초환 합헌 결정까지 내려지면서 실망 매물도 나오고 있다.
반포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반포 주공1단지를 비롯해 재건축 추진 단지들이 고점에서 10%가량 호가가 떨어진 듯하다"며 "그런데도 15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대출이 중단되고 추가 하락에 대한 우려도 있어 매수세가 붙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급매물이 쏟아졌던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도 새해 들어 호가가 추가 하락했다.
이 아파트 전용면적 76㎡는 지난해 말 급매물 시세가 19억7천만∼19억9천만원이 최저가였으나 새해 들어 19억5천만∼19억6천만원짜리 `급급매물`도 등장했다. 작년 고점 대비 3억∼4억원가량 떨어진 것이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도 새해 들어 거래가 위축된 분위기다.
전용면적 76㎡의 경우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을 받기 위해 작년 말 잔금 조건으로 나왔던 19억원 후반대의 급매물이 새해 들어 사라진 대신 매수 문의도 급감했다.
강남권 신축 아파트도 매수세가 위축되면서 호가 상승세를 멈춘 곳이 많다.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84㎡는 작년 말 매도 호가가 30억5천만∼31억원 선이었는데 새해 들어 30억원 아래의 29억5천만∼30억원짜리 매물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입주한 반포 아크로리버뷰도 전용 84㎡ 시세가 27억∼30억원 선으로 작년보다 호가를 5천만원 정도 낮춘 매물이 나왔지만 거래가 거의 없다.
입주 12년 차를 맞은 잠실 리센츠·엘스 전용 84㎡는 강남·강동 일대 새 아파트에 밀려 가격이 약세다.
이에 비해 목동신시가지 일대는 최근 1∼3단지 종상향, 6단지 정밀안전진단 D등급 판정 호재가 겹치면서 매물이 자취를 감추고 호가도 강세다.
목동 신시가지 3단지 전용 64㎡는 현재 시세가 14억∼14억5천만원으로 종상향 호재 이후 5천만∼8천만원 가량 올랐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최근 안전진단 호재가 있는 6단지 전용 65㎡도 지난해 최고 15억원에 거래된 뒤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면서 호가가 15억5천만∼16억원까지 뛰었다.
그러나 매수세가 쉽게 달라붙진 않는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목동 일대 재건축 지구단위계획 수립이 지연되고 있는 데다 6단지도 국토교통부와 시설안전공단의 적정성 검토를 거쳐야 최종 정밀 안전진단을 통과하는 것인데 정부의 안전진단 심사 기준 강화로 이 절차가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목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현재 매물도 없지만 대출 규제에 보유세 강화 등 여러 호재와 악재가 뒤섞인 상황이어서 과거만큼 매수 문의도 활발하진 않은 편"이라며 "매수·매도자 모두 정밀안전진단 결과 등 추이를 지켜보고 본격적으로 움직일 것 같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서울 아파트 매매 시장이 위축될 것으로 예상한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설 연휴를 기점으로 양도세 회피 매물이 본격적으로 나오면서 가격도 출렁일 가능성이 크다"며 "이때 매수세가 얼마나 뒷받침되느냐에 따라 집값 향배가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전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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