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불륜 의혹이 제기됐던 구글 모기업 알파벳의 최고법률책임자(CLO) 겸 수석부사장 데이비드 드러먼드(56)가 결국 사퇴하기로 했다고 블룸버그 통신과 경제매체 CNBC가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드러먼드는 이날 동료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달 31일 회사를 떠난다고 밝혔다.
드러먼드의 퇴임 소식은 작년 12월 초 구글의 공동 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각각 알파벳 최고경영자(CEO)와 사장 자리를 내려놓은 지 약 한 달 만에 나왔다.
드러먼드는 페이지·브린과 함께 작은 스타트업이었던 구글을 오늘의 자리에 올려놓은 개국 공신 같은 인물이다.
구글 창업 초기 법무법인의 변호사로 페이지·브린과 인연을 맺은 그는 이후 구글의 기업공개(IPO)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상장 후인 2002년 구글에 공식 합류한 그는 부사장에서 시작해 CLO 자리까지 올랐다.
유럽에서 벌어진 `잊힐 권리` 논쟁, 2010년 중국 철수 결정 같은 주요한 의사결정에서 핵심적 역할을 했다고 블룸버그는 보도했다.
또 스마트폰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와 동영상 공유 플랫폼 유튜브 등의 굵직한 인수를 관장했고, 알파벳의 벤처캐피털 사업부 설립도 지원했다.
그러나 기혼자인 드러먼드는 사내 같은 법률 부서에서 일하던 전 구글 직원 제니퍼 블레이크와 불륜 관계를 맺어 혼외자를 낳았고, 이 아이에 대한 양육 지원마저 거부했다고 블레이크는 주장해왔다.
이에 알파벳 이사회는 지난해 11월 독립적 소위원회를 구성해 드러먼드를 포함한 전·현 임원들의 사내 성희롱, 성적 부정행위 등에 대한 조사를 벌여왔다.
드러먼드는 이날 편지에서 "이제 래리와 세르게이가 알파벳에서 임원 역할을 그만두면서 회사는 흥미진진한 새로운 시대로 들어서고 있다"며 "나에게도 다음 세대의 지도자들에게 길을 내줄 적절한 시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달 말 은퇴하기로 결심했다고 덧붙였다.
알파벳 대변인은 드러먼드가 퇴직 수당을 받지 않았으며 후임자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드러먼드는 그러나 지난해 보유하고 있던 구글 주식 2억2천만달러(약 2천550억원)어치 이상을 매각했고 올해 초에도 7천700만달러(약 890억원)어치 잔여 주식을 팔았다고 앞서 미 언론들은 보도했다.
앞서 스마트폰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의 아버지로 불리는 앤디 루빈 전 구글 수석부사장은 성폭력 의혹이 제기된 뒤 퇴사하면서 9천만달러(약 1천42억원)의 퇴직금을 받아 전 세계 구글 직원 수천 명이 파업에 나서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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