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3법' 통과, '원비 빼돌려 명품백 사는 유치원장' 처벌 가능해진다

입력 2020-01-13 21:53  


사립유치원에 비리가 만연하다는 폭로가 나온 지 1년 3개월 만에 유치원 회계 비리를 형사 처벌하는 법이 통과됐다.
사립유치원 측이 지난해 대규모 도심 집회를 벌이며 반대했던 국가관리회계시스템(에듀파인) 도입도 법적으로 의무화됐다.
1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이른바 `유치원3법`(사립학교법·유아교육법·학교급식법) 개정안은 이런 내용이 뼈대를 이룬다.
개정 사립학교법은 사립유치원 교비회계에 속하는 재산이나 수입을 사적 용도로 사용하는 행위를 사학법 위반으로 간주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기존에는 유치원 회계비리가 적발돼도 마땅한 처벌 근거가 없어 교육 당국이 정원 감축 등 행정적인 처분만 내릴 수 있었다.
2018년 국정감사에서는 아이들에게 사용돼야 할 교비로 사립유치원 측이 명품백, 성인용품을 구매하는 등의 행태가 폭로돼 시민의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개정 유아교육법은 모든 유치원이 국가가 관리하는 회계 시스템인 에듀파인을 사용하도록 법으로 강제한다.
유치원을 설립·경영할 수 있는 자격도 법제화된다. 기존에는 설립·경영자 개인에 대해서는 별다른 자격 규정이 없어 누구나 유치원을 운영할 수 있었다.
앞으로는 과거에 유치원을 부실 운영해 폐쇄 명령을 받았던 자, 마약중독자, 정신질환자, 금고 이상의 형사 처벌을 확정 판결받은 자 등은 유치원을 경영할 수 없다.
유치원을 법인 형태로 운영하는 경우 법인 이사장이 원장을 겸직하는 일도 금지된다. 유치원 비리에 대한 `셀프 징계`를 막기 위해서다.
유치원이 법을 어겨 보조금 반환 명령, 시정명령 등 행정처분을 받는 경우에는 교육청을 통해 관련 정보가 공표된다. 아동학대 사건이 벌어지면 학부모·교원 대표로 구성된 유치원운영위원회가 의무적으로 사건을 심의한다.
개정 학교급식법은 유치원도 학교 급식 관리 대상으로 포함하는 내용이다. 일정 규모 이상의 유치원은 초·중·고교와 동일한 수준의 시설·위생 기준이 적용된다. 유치원 급식을 외부에 위탁하려면 유치원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한다.

이처럼 유치원3법은 방만하게 운영되던 사립유치원을 당국의 관리·감독 안으로 끌어들여 투명성·공공성을 강화하는 법인데, 사립유치원 측에서는 "사유재산에 대한 권리를 침해하는 사회주의적 발상"이라고 반대해왔다.
최대 사립유치원 단체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는 재작년 10월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비리 유치원 실명을 공개하고 유치원3법을 발의하자 대규모 도심 집회를 열고 개학 연기 투쟁을 벌이는 등 극렬하게 반발했다.
그러나 교육 당국이 한유총에 양보하지 않고 법인설립취소 등 절차에 돌입하자 한유총은 개학 연기 투쟁 하루 만에 `백기 투항`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한유총 측은 "(유치원3법이) 사립유치원 현실과 맞지 않아 좋지 않은 법이라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국회에서 법이 통과된 만큼 이를 수용하고 시행에 협조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유치원 공공성 강화의 제도적 기반이 완성됐다"면서 "1949년 교육법이 유치원을 학교로 명명한 지 70년도 더 지나고서야 유치원이 학교로서 투명하게 운영될 기틀이 마련됐다"며 유치원3법 통과를 환영했다.
유 부총리는 "유치원 교비가 유아 교육 목적에 쓰이도록 철저히 점검하고, 아이들이 질 좋은 급식을 제공받도록 철저히 관리·감독하겠다"며 "국민의 전폭적인 관심과 지지가 없었다면 유치원3법은 절대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보공개청구·행정소송 등을 통해 비리 유치원 명단을 공개하는 등 유치원 비리 근절을 위해 노력해온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의 장하나 활동가(19대 의원)는 "사립유치원도 개인 사업자가 아니라 국가의 공공 영역을 담당하는 교육기관으로서의 책무를 받아들이는 계기"라며 환영했다.
그는 이어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학부모 부담금이 많게는 10배 이상 차이 나는데, 앞으로는 유치원 학부모 부담금이 유치원 이사장 배를 불리는 데에 쓰이지 않고 현실화할 것"이라며 "유치원 교사 처우도 제대로 보장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등 시·도 교육감들도 "학부모들이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유치원을 기대한다"며 환영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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