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 최초로 아카데미(오스카) 수상에 도전하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미국영화배우조합(SAG·스크린 액터스 길드) 시상식에서 최고 영예이자 실질적인 작품상에 해당하는 `아웃스탠딩 퍼포먼스 바이 캐스트(앙상블) 인 모션픽처` 부문을 수상했다.
미국영화배우조합은 19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슈라인 오디토리엄에서 진행한 제26회 SAG 어워즈 시상식에서 `아웃스탠딩 퍼포먼스 바이 캐스트 인 모션픽처` 부문 후보에 오른 `기생충`, `밤쉘`, `아이리시맨`, `조조래빗`,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등 5편 가운데 `기생충`을 수상작으로 선정해 발표했다.
이 부문은 영화에 출연한 주연·조연 배우 전체가 수상자다. `기생충`의 기택 역 송강호, 연교 역 조여정, 기정 역 박소담, 문광 역 이정은, 동익 역 이선균 등이 무대에 올라 공동 수상했다.
대표로 수상 소감을 전한 송강호는 "오늘 존경하는 대배우들 앞에서 큰상을 받아서 영광스럽고 이 아름다운 기억을 영원히 간직하겠다"고 말했다.
송강호는 "`기생충`의 내용은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면 좋을까 하고 공생에 관해 고민하는 영화다. 오늘 앙상블, 최고의 상을 받고 보니까 우리가 영화를 잘못 만들지는 않았구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해 청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이날 참석자들은 `기생충` 배우들이 무대에 오르자 2분 동안 기립박수를 보냈다. 봉 감독은 이 광경을 자신의 휴대전화 카메라에 담았다.
시상식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선균은 "본의 아니게 할리우드에 기생하게 된 것 같아서 민망하다"며 "영화를 통해서 전 세계 영화 산업과 문화가 상생·공생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송강호는 `기생충`이 전 세계 관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는 데 대해 "어느 사회든 가진 자와 덜 가진 자들이 공존하기 때문에, 한국 영화이지만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소재와 이야기다. 그래서 가장 소통을 많이 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봉 감독은 오스카 수상 가능성에 대해 "우리가 (시상식) 레이스를 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오스카 예측을 떠나서 같은 동료 배우들이 인정한 배우들의 투표로 상을 받은 거라 더 기쁘다"며 "오스카는 가보면 알겠죠"라고 말하며 웃었다.
미국영화배우조합은 수상작 선정에서 오스카를 주관하는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와 비슷한 취향을 보이는 `싱크로율(일치율)`이 높았다는 점에서 `기생충`의 SAG 작품상 수상은 오스카 주요 부문 수상 가능성을 그만큼 높인 것으로 관측된다.
이날 후보작에 올라 `기생충`과 경합한 작품 중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아이리시맨`, `조조래빗`은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로도 함께 올라 있어 `기생충`이 오스카 전초전에서 기선을 제압한 것으로 평가된다.
`기생충`은 제92회 오스카 시상식(2월 9일)에서 작품·감독·각본·편집·미술·국제영화상 등 6개 부문 후보에 올라 있다.
미국영화배우조합 시상식에서 미국이 아닌 외국 영화가 작품상 격인 `아웃스탠딩 퍼포먼스 바이 캐스트 인 모션픽처` 부문을 수상한 것은 21년 전 로베르토 베니니 감독의 이탈리아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이후 역대 두 번째이다.
최우식은 "작년 한국영화 탄생 100주년에 `기생충`이 황금 종려상을 수상하며 역사가 됐고, 오늘 `인생은 아름다워`가 상을 탄 후 21년 뒤에 또 다른 역사를 썼다"고 말했다.
할리우드 연예매체 데드라인은 "짧은 시상식 시즌에 (`기생충`이) 또 하나의 중요한 이정표를 세웠다"고 수상 의미를 부여했다. 할리우드 매체들은 `기생충` 수상 소식을 브레이킹 뉴스(긴급 속보)로 전했다.
이날 시상식에서 남우 주연상에 해당하는 `아웃스탠딩 퍼포먼스 바이 어 메일 액터`는 `조커`의 호아킨 피닉스가 받았다. 여우 주연상은 `주디`의 러네이 젤위거, 남우 조연상은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의 브래드 피트, 여우 조연상은 `결혼이야기`의 로라 던이 각각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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